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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2

202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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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피해 지원전담센터
담당자들이 말한다

미투운동으로 대두된 예술계의 성폭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을 보호하고자 분야별로 예술인 성폭력 피해 신고상담지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성희롱·성폭력 신고상담센터를 비롯하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 그리고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등의 신고상담센터가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피해 당사자들을 만나고 상담을 진행하는 세 명의 실무자를 만났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성희롱·성폭력신고상담센터_ 김효린 대리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센터가 되겠습니다”

2018년 6월 개소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성희롱·성폭력신고상담센터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예술인 또는 예비예술인이 겪는 성폭력 피해를 최소화하고 성평등한 예술창작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전담센터이다. 특히 성폭력 피해를 겪은 예술인/예비예술인이라면 소속에 상관없이 피해 신고를 접수·지원하고 있으며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교육, 예방교육 전문강사 양성 교육도 진행한다.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요?

문화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 신고접수를 담당하는 전문상담사로서 피해자 상담 과정에서 피해 회복과 사건 대응을 위한 지원(법률상담, 소송지원, 심리상담, 의료비 지원) 연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성폭력 상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17~18년도 영화를 비롯한 연극, 연예계 미투로 세간의 이목이 매스컴에 집중됐습니다. 종종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가기도 하고 연주회, 전시회를 보는 게 낙이었던 저는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고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단 한 번도 작품을 보면서 성희롱·성폭력을 떠올려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봤던 작품에서 저 사람들이 그랬단 말인가… 사실 저 사람들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고 너덜너덜 해졌을 텐데 그걸 숨기고 이렇게 해낸 건가…’ 싶으면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 아동학대로 긴급 분리된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아이는 목소리가 무척 작았습니다. 상담은 대체로 잔잔하게 진행되었지만 아이의 내면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친족 간 성범죄의 피해자였고, 아이 또한 초등학교 4때부터 계부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였습니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야말로 고통의 대물림 현장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제 앞에 앉아있는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경험을 나눠준 것이 한없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으니까요. 그 이후로 저는 소수자, 성폭력 상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의 마음에도 귀 기울이고자 예술인 성희롱·성폭력신고상담센터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피해당사자를 직접 상담하고 있는데, 피해당사자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당신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과정이 고되고 괴로운 시간임을 알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시든지 존중하고, 용기를 내주신 만큼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신고상담센터 내 가해자 조사나 제재 등 조치권한이 부재하기 때문에 신고인분들이 사건을 접수한 이후에도 가해자를 직접 상대해야 한다고 느끼거나 홀로 싸워야 한다고 느낄 때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신고인분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마련되어 시행되기를 바랍니다.

반대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오랜 고민 끝에 사건을 신고한 예술인께서 이제는 내 삶을 찾고 싶다고 말씀하실 때 그리고 법률상담·심리상담을 받고 감사 인사를 하실 때가 제일 뿌듯합니다.

성희롱·성폭력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센터가 어떤 존재가 되길 바라시나요?

재단 슬로건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건을 접수하신 뒤에 답답하거나 넘실대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센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개소 이후 약 10건씩 신고 비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예방교육 확대로 인한 성인권의 증진과 동시에 철옹성 같은 수직관계를 허물고 예술인으로서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예술작업환경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변화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나비효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나의 꿈’도 ‘나’도 지켜낼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문의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성희롱·성폭력신고상담센터 홈페이지 withu@kawf.kr / 02-3668-0266, 02-1670-5678 (내선 3번)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_전환희 대리

“콘텐츠 분야에서의 성평등을 만들어갑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이하 보라)는 게임과 방송, 대중문화, 웹툰, 음악 등 콘텐츠 산업 내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자 2018년 3월에 개소했다. 보라는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콘텐츠 분야 종사자(프리랜서 예술인 및 직종 종사 직장인 포함)를 그 대상으로 한다. 피해신고상담전화를 운영하며 심리상담 치료지원, 의료지원, 법률지원 등 유형에 따라 필요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해 찾아가는 성평등교육, 공개 강좌 및 공개 교육 등을 연중 진행하여, 콘텐츠 산업 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보라에서 담당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성희롱·성폭력 피해신고 상담을 진행하고, 성희롱·성폭력 피해로 인한 불안, 우울, 트라우마 증상 등의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을 실시합니다. 피해지원이 필요한 신고인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전반적인 절차를 처리합니다. 이외에도 콘텐츠 분야 성평등문화 확산을 위한 예방교육, 캠페인 등의 교육 및 예방 사업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피해당사자를 직접 만나는데요, 피해당사자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피해신고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피해를 입은 자신이 약자이고 상황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척 힘들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내담자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피해당사자께서 혼자 아파하지 않고, 자신의 피해를 회복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되찾는 데 필요한 도움을 함께 고민해주는 기관 또는 전문가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성희롱·성폭력으로 고충을 겪는 콘텐츠산업 종사자분들에게 보라가 어떤 존재가 되길 바라나요?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에는 콘텐츠 분야 종사자 분들을 위해 전문상담사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와 관련하여 상담이 필요할 경우 혼자서 고민하기보다 신고상담전화(1670-5678) 또는 홈페이지(http://bora.kocca.kr)를 이용할 것을 권합니다. 피해상황에 처했을 때 혼자 막막해하지 않고, 고민을 상담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라를 찾으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예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콘텐츠 및 예술 분야가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예술문화 종사자들부터 건강한 성평등 관점과 성인지감수성을 갖고 활동한다면 우리 사회의 성평등지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창작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성평등문화 조성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문의 콘텐츠성평등센터 보라 홈페이지 / 1670-5678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_이하경 상담위원

“피해 회복을 위한 여정을 함께합니다”

2018년 3월 개소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은 한국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사)여성영화인모임이 2017년 (가칭)성평등구현대책기구를 설립하고 1년여에 걸친 준비위원회 활동을 거쳐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만들어졌다.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대한 신고접수 및 피해자 지원을 하는 대표적 단체다. 신고인이나 피신고인이 영화인(영화 관련학과 학생 및 프리랜서 포함)이라면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법·제도적 한계로 처리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도 영화산업 내 처리절차(합의대리, 권고 등)를 통해 공동체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성희롱 예방교육은 관련 교육을 이수한 영화인 출신의 강사단이 맡는다. 신청단체의 분야별 특성(영화현장, 영화제, 기관/회사, 학교)을 반영한 맞춤형 강의가 특징으로, 분야별 특성을 감안한 표준 강의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영화인의 성인지감수성 향상을 위해 다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정책 제언, 영화산업 내 성평등 인식개선 등 성평등한 영화산업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든든에서 담당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든든에서 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성희롱·성폭력 피해 신고접수 및 상담, 피해자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성폭력 상담과 관련한 일을 하게 되었나요?

대학 시절 막연하게 ‘상담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우연한 계기로 한 성폭력상담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성폭력 운동 현장에 계속 있으면서 이 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피해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는데, 이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피해자분들이 처음 상담할 때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비밀보장 되나요?’입니다. 지금도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상담을 망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든든을 포함한 모든 성폭력피해자지원기관은 비밀유지의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상담을 신청해 주세요. 든든이 피해 회복을 위한 여정에 함께하는 지지자가 되겠습니다.

이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동료들, 지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든든에서 지원을 받았던 피해자분들이 자신도 현장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목격하면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겠다거나, 다른 피해자들을 지지하려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실 때, 우리의 활동들이 의미가 있다고 느끼게 되고,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성희롱·성폭력으로 고충을 겪는 영화 예술인들에게 든든은 어떤 존재가 되길 바라나요?

든든의 이름처럼 든든한 존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영화인분들이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제라도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든든은 영화산업 내 성평등한 환경 조성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문화예술계의 성평등 활동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많은 예술인이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함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든든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과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들의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의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홈페이지 / 1855-0511 (내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