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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2

202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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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예술인들의 마음에 동행자로 함께합니다”
백용매 라온혜윰힐링센터장


대구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라온혜윰힐링센터. 주목나무를 비롯해 소나무, 보리수나무 등 30여 종의 나무로 우거진 숲 부근에 낮고 길게 놓인 건물이다. 크게 낸 창들이 가득하고 층고가 높은 공간은 언뜻 보면 카페처럼 느껴진다. 맛있는 커피와 경북 경산의 특산물 복숭아 주스도 판매하지만, 이곳은 엄연한 상담센터다.

2020년 문을 연 라온혜움힐링센터는 대구 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한국임상심리학회장, 한국중독심리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국민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은 백용매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직접 운영한다. 또한 이곳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정한 경상북도 유일의 예술인 상담기관이기도 하다.

1층에는 카페와 스스로 피로 누적도와 스트레스를 체크해볼 수 있는 자기진단 키오스크, 단체 교육이나 강의 등이 가능한 계단식 좌식 무대가 있다. 센터장실을 비롯해 상담치료에 적합하게 각각 설계된 크고 작은 상담실은 2층에도 있다. 삭막한 도심을 벗어나 숲속에 상담센터를 만든 백용매 센터장을 만났다. 참고로 ‘라온혜윰’은 순우리말로 ‘즐거운 생각’이란 뜻이다.



라온혜윰힐링센터를 20년 전부터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라온혜윰힐링센터는 어떤 곳이며, 이 공간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임상심리전문가로서 10여 년 정신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했고, 또 학교로 들어가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면서 심리학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해야 할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방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저희가 진단하고 열심히 치료해도 만성 환자들은 5~6개월이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질환이 심해지기 전에 생각을 바꾸고 생활방식을 변화시키고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15년 가까이 지역사회의 정신건강복지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요양원이나 병원 같은 시설에 있는 분들이 결국 돌아가야 할 곳은 지역사회잖아요. 이들이 사회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게 할까 연구하고 프로그램도 진행해보면서 환자가 되기 전의 사람들, 보통의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제 전문분야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년 전부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손수 심어가며, 퇴임 후를 대비했습니다. 고향 인근인 이곳에 센터를 마련하자고 생각했거든요. 라온혜윰힐링센터는 마당과 숲이 있어서 상담뿐만 아니라 숲 체험을 통해 힐링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대부분의 상담소가 도심에 있는데, 숲속에 센터를 만드신 이유가 있나요?

숲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이지만 동시에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입니다. 도시에서의 가혹한 경쟁과 스트레스, 복잡한 인간관계가 그런 수치를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그래서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는 숲에서 심리상담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상담하러 오면, 전 먼저 숲을 한 번 걸어보라고 합니다. 한 시간여 상담을 끝낸 후에도 숲을 걷다 가시라고 합니다. 바로 집에 가도 되지만, 차도 한 잔 마시고 숲을 거닐면서 상담 내용에 대해 스스로 정리하게 하는 것이 치료나 상담 효과를 더 지속시켜 주더라고요. 숲속에 있어서 좋은 점이 또 있는데 이곳이 멀다 보니, 가족들끼리 함께 차를 타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특성상 가족끼리 대화를 하면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습니까?(웃음) 부부상담을 시내 상담실에서 해보면 꼭 싸우게 된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마음이 잘 열리고, 상호간 대화가 수월해집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며 환경이 주는 효과가 크다고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유일의 예술인 심리상담기관으로 지정되었는데요. 예술인 심리상담을 진행해보니 어떠셨나요?

저희 센터가 올해 예술인 심리상담으로 지정된 까닭에 아직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참 의미있다고 느낀 것이 여기서 상담한 예술인 분들은 다 합의종결을 했어요. 합의종결이란 쉽게 말해 “더는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상담을 받으러 온 상담자와 치료자가 목표를 갖고 일정 기간 안에 상담과 치료를 하고 그것을 종결하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데 사실 심리상담을 하며 합의종결이 쉽지 않거든요. 생각지 못했던 다른 문제가 나오고 또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에 저와 상담한 분들은 12회 안에 모두 합의종결이 되었어요. 그래서 참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예술인복지재단이 참 지원을 적절하게 잘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업체에서도 저희와 이런 상담 프로그램을 하는데, 보통 5~6회 정도입니다. 그러면 심리검사하고 몇 번 만나면 종결을 해야 하죠. 상담 목표가 달성되지 못해도 종결할 수밖에 없을 때가 제일 안타까워요. 그런데 예술인 심리상담처럼 12회차면, 상담자가 계획을 세워 내담자에게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재단이 내담자의 특성을 아주 잘 이해하고 지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인들은 주로 어떤 문제를 갖고 찾아오는지, 또 센터장님의 전문분야는 어떠한지 이런 점도 궁금합니다.

대부분 대인관계 문제가 많습니다. 저도 이런 관계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고요. 그 다음에는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지요. 예술인 상담을 하면서 전 구체적인 진단을 내리는 것은 피하고, 12회 안에서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기법이 뭘까 고민을 하다가 주로 ‘현실상담’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인간에게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욕구가 있고, 그것이 잘 충족되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기거든요. 어떤 욕구가 충족이 되지 않았는지, 그 욕구를 채우는 데 본인이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는지, 그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 내담자 스스로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선택해 나가도록 돕는 현실상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실, 예술인분들은 지식수준이 높고 고학력자들이 많아서, 자기 문제를 스스로 잘 알아보도록 도우면 현재 상태와 갈등들, 그리고 해결방법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게 되죠. 그래서 더 효과가 좋고요. 그리고 필요에 따라 내담자 맞춤형 상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예술인 심리상담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점이 있으신지요?

저는 예술인 심리상담이 그분들의 힘든 부분에 동행한다는 것도 있지만 예술작업을 더 잘 지속하도록 돕는 활동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인분들과 그분들이 하는 예술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거든요. 그중 한분과는 예술활동의 심층에 대해 심리학적 관점에서 상호 깊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게 참 귀한 경험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분이 앞으로 할 작업이 기다려지고요(웃음).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라온혜윰힐링센터를 방문하고자 하는 예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예술인뿐만 아니라 많은 분이 살면서 마음의 상처나 고통, 대인관계의 문제 등을 겪게 됩니다. 저는 그런 분들이 좀 멀지만 이곳에 오셔서 숲도 걷고, 피톤치드도 마시고, 자신의 인생을 한번 돌아보고, 막힌 부분이 무언가 함께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저는 심리학을 누군가의 인생에 동행을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2회차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이지만, 그 기간 동안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조금은 새롭게 설계하는 일에 제가 조력자 혹은 동반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누구든 편히 오세요. 환영합니다.


▲ 예술인 심리상담이 궁금하다면?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용산면 곡신길 11-5

전화번호: 053-853-7579

홈페이지: https://blog.naver.com/laon-hyeyum

찾아오는 길: 영남대역 대구2호선(지하철)에서 자동차로 20분(버스로 1시간 30분~2시간)

동대구역ktx에서 자동차로 40~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