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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7

202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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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안효준 세무사

예술가의 권리

대한민국 헌법 제22조는 모든 국민은 예술의 자유를 가지며,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법과 정책을 몰라 권리와 이익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과거부터 예술인을 지속해서 괴롭혀 왔다. 그럼에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2020년 현재 법과 정책 그리고 자신의 권익에 관심을 두는 예술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에게 대한민국의 법과 정책은 올해 〈예술인 고용보험법〉을 선물해주었다. 그러나 이 선물이 예술인에게 유용한 선물이 될지 아니면 받아만 놓고 서랍 속에서 잊혀지는 선물이 될지는 포장을 열어봐야 알 것이다. 지금부터 공연장의 스태프이자 예술인의 권익보호를 위한 작가 그리고 사업자와 근로자, 프리랜서를 자주 상대하는 세무사의 시선에서 이번 12월 10일부터 시행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살펴보려고 한다.

고용보험법 제5장의2 예술인인 피보험자에 대한 고용보험 특례

고용보험법은 실업의 예방, 고용의 촉진 및 근로자의 직업능력 개발과 향상을 꾀하고, 국가의 직업지도와 직업소개 기능을 강화하며, 근로자가 실업한 경우에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구직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고용보험법의 목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법은 원칙적으로 적용 대상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이다. 따라서 이 법은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을 하거나 실업급여 및 육아휴직 급여 또는 출산전후휴가 급여를 지급하는 사업을 하는데 근거가 된다.

그러나 예술인은 자신의 예술적 인적용역을 제공하는 자이다. 이런 예술인은 노동을 제공하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이들이 근로를 제공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은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고용보험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노동을 제공하는 형태가 다양해지는 요즘 현대사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고용보험법은 개정을 통해 근로자가 아니면서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예술인 등이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과 이들을 상대방으로 하여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한 사업에 대해서는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였다. 위 소제목은 예술인 고용보험법의 정식 명칭이며, 고용보험법 내에 조문이 추가되는 방법으로 신설되었다.

예술인 고용보험의 피보험자와 신고의무자 그리고 서면계약서

일반적으로 회사, 단체 등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반드시 고용보험에 가입해주어야 한다. 즉, 원칙적인 고용보험의 적용에 있어서 피보험자인 근로자는 사업주라는 계약의 상대방이 있고, 사업주는 근로자의 고용보험의 피보험자격 신고와 고용보험료의 원천징수 및 납부 등의 업무를 대신해주어야 하며, 해당 근로자가 퇴사한 때에도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사용자가 대신 하여야 한다. 그러나 예술인은 근로계약을 하는 근로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개정된 고용보험법에 따라 피보험자가 될 수 있는 예술인은 누구이며, 예술인의 피보험자격 신고와 고용보험료의 원천징수 및 납부 등 업무를 대신해주어야 하는 자는 누구일까?

예술인 고용보험법에 따라 피보험자가 될 수 있는 예술인 등이란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예술인과 규정상 예술활동증명을 할 수 없는 신진예술인, 경력단절예술인을 포함한다. 따라서 고용보험법에 따른 예술인인 피보험자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용역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서면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다. 앞으로 서면계약서 작성은 예술인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의 적용에 있어서만큼은 근로자의 근로계약서와 같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예술인의 고용보험 적용과 관련하여 예술인의 피보험자격 신고와 고용보험료 원천징수 및 납부 그리고 상실신고를 해야 하는 자는 예술인과 문화예술용역 계약을 맺은 계약의 상대방이다. 즉, 원칙적으로 예술인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사업주가 해당 예술인의 고용보험과 관련된 각종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용되기 위하여는 문화예술사업주의 적극적인 제도참여가 핵심이라고 판단한다.

예술인인 피보험자에 대한 구직급여와 출산전후급여 등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활동으로 인한 소득은 낮을 뿐 아니라 매우 불규칙하다. 예를 들어 배우나 무용가 등 공연이라는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은 공연이 있을 때는 수입이 발생하지만, 공연이 없을 때는 수입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의 가장 큰 단점이다. 이러한 불규칙한 소득에 대비하여, 소득이 있을 때 예술인과 사업주가 공동으로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소득이 없거나 일정 비율 이상 감소한 경우 구직급여(출산의 사유가 있는 경우 출산전후급여 등)를 지급함으로써 불규칙한 소득을 규칙적으로 완화하며, 예술인이라는 직업으로서 안정성을 갖게 하는 것이 예술인 고용보험법의 가장 큰 목적이다.

예술인의 구직급여는 기준기간 24개월 중 피보험단위기간이 9개월 이상 충족하는 것을 기본적인 요건으로 한다. 다만, 그 원인이 출산인 경우 출산일 전 피보험단위기간이 3개월 이상으로 한다. 이렇게 모든 피보험단위기간 등의 수급요건이 충족된 상황이라면 고용보험법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여 예술인의 직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법 적용은 우리나라 예술인이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예술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예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효율적인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

사회보험은 보통 4대보험이라고 불리며 국민연금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의미한다.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은 소득이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므로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로서 가입되며 보험료를 고지서를 받아 내면 그만이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른 고용보험은 예술인과 사업주에게 각종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예술인 산재보험은 임의가입제도이다). 이에 예술인은 서면계약서 작성을 통해 피보험자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여야 하고, 예술인과 계약하는 사업주는 해당 예술인에게 가입신고, 보험료 원천징수 및 납부, 상실신고 등의 업무를 해주어야 한다. 앞으로 사업주는 고용보험 피보험자에 해당하는 예술인에게 대가를 지급할 때 3.3%의 소득세뿐만 아니라 고용보험료도 함께 원천징수하여야 한다.

예술인은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는 우리나라에서 운용 중인 제도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고, 그 제도는 결국 법률이 근거가 된다. 이번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계기로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과 그들과 계약하는 사업주가 우리나라의 법과 정책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란다. 또한, 정부는 예술인 고용보험법의 홍보와 교육을 통하여 마치 근로자가 취업하면 당연히 4대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예술인과 사업주가 계약하면 당연히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인식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지금이 문화예술용역계약의 양 당사자와 정부기관 등 모두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