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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

202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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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19와
강원지역의 문화예술

김필국 강원문화재단 대표이사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 필자가 속한 강원문화재단은 〈2020대관령겨울음악제(2.9.~25.)〉의 개최 여부에 대한 논의가 내부적으로 있었지만, 공연은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공연장에 손 소독제, 마스크 착용, 열 감지 카메라 설치, 객석 띄어 앉기 등의 기본적인 안전망을 마련하고 행사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었다. 매일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와 확산 여부를 체크하며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진행하던 중 ‘동서남북 콘서트’와 ‘겨울나그네’ 공연을 취소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 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를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이 있었다.

2월 중순부터 대구와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공공 공연장과 전시관, 박물관이 폐쇄될 무렵 문화포털 사이트에 강원도가 공연과 전시 등의 활동이 전혀 없는 지역으로 검색되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 시점에서 강원문화재단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 ‘우리 재단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막연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강원지역 예술인들이 느끼는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은 어느 정도일까?’, ‘또 그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생각은 많고 현실은 막연했다.

지금, 예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에 주목하며

서울문화재단에 재직하던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의 추가 재원을 통한 예술 분야의 지원을 담당했던 터라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재단 직원들과 강원도청의 문화예술과와 긴밀하게 협의하였고, 이를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안들을 모색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WHO에서 세계적인 대유행을 선언한 날이 3월 11일이었지만 나름 강원도는 2월 말부터 전 직원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고 3월 5일과 6일 강원도와의 연속 회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우선적으로 강원도 예술가들이 필요로 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아울러 비예산사업과 예산사업을 분류하여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시작할 사업을 문화사업본부 중심으로 추진하였다.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5일까지 강원지역 문화예술인 322명이 참여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실태 조사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2020년도 1월부터 3월까지의 소득현황은 '전혀없음'이 195명(60.5%)에 달했고, 지역예술인들의 주요 소득원으로는 창작 및 실연을 통한 작품료 및 출연료 79명(24.5%), 예술교육을 통한 강사료 164명(50.9%), 문화예술관련 기관 공모 지원금 21명(6.5%) 등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술 활동 자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었고, 시기가 지나면 지날수록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면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필요한 지원방안은 ‘생활안정자금’으로 305명(94.7%)이 답했다.

이에 강원문화재단은 강원도의 열악한 재정 상황에 따른 추가 재원 확보의 여부, 새로운 추가사업 추진에 따른 인력 부족과 직원들의 피로감, 적시 적소에 꼭 필요로 하는 사업안 마련 등이 넘어야 할 난제였다. 하지만 우리는 몇 가지 원칙을 마련하여 언제 끝날지 모를 숙제를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예술의 시대를 위해

강원도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여 지역예술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위해 중앙정부 문화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지원금 대상 인원 확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찾아가는 교육·컨설팅’, 한국메세나협회의 메세나 기금 유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도서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등과 연계하여 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한 예로 강원지역 예술가의 예술활동증명을 통한 ‘창작지원금’ 지원 확대를 위해 추진한 ‘찾아가는 예술활동증명 등록 지원 서비스’ 결과, 235명의 지역예술인이 등록하였고 아울러 예술가를 고용한 전담 창구를 상시 운영하여 예술활동증명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개인 셀카를 통해 강원예술인을 소개하는 강원지역 예술인 홍보플랫폼 ‘예술가 감자C’, 자발적 고립과 선택적 연대를 가치로 한 ‘강원 작가의 방’, 창작공간 임차료 지원사업인 ‘돔-드림(Doum-Dream)’, 10월에 개최될 〈강원키즈트리엔날레2020〉에 앞서 추진한 ‘강·키·트와 놀자! 집콕 미술놀이 영상 공모전’, 홍보영상제작 지원사업인 ‘힘내라 강원영상인’, 강원도 영상 초년생 및 영상활동가와 함께 강원도 촬영지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강원찾기 프로젝트’, 기선정된 전문예술지원사업과 문화예술교육사업의 선교부와 인건비 선지급 등은 설문조사 결과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나온 사업들이다. 임시 사업인 경우도 있지만 일부 사업들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예술계의 지속가능한 정책과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충격파를 던져준 점도 있다고 본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현재 강원도와 강원도의회가 추진 중인 지역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 보호, 예술인의 복지 지원을 위한 ‘강원도 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안)’ 발의일 것이다. 강원문화재단에서도 조례 제정에 따라 지역예술인을 위한 예술인복지 전담부서를 만들어 강원지역 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가 소멸되고 예술인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인고의 창작력이 발휘되는 예술가의 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