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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예술인들의 큰 숙원들 중 하나였던 고용보험 적용과 관련한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지난 5월 20일 국회는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제 예술인도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위 법을 대표 발의한 한정애 국회의원실의 특별 기고문을 게재합니다.
*기고문에 실린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5월 20일 20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올해 12월부터 문화예술용역계약을 체결한 예술인은 고용보험에 당연 가입되는, 1차 고용안전망에 들어오게 된다.
1995년부터 도입된 고용보험은 1998년 외환 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우리나라 고용안전망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여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임금근로자만 보호대상으로 하는 제도적 한계로 ‘일을 하는 노동자 임에도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노동 등 급변하는 산업구조가 만들어낸 고용형태의 다변화는 광범위한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만들어 온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2,650만 명 중 절반 가까운 인원이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되지 못해 실직 시 경제적 어려움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이에 한정애 국회의원은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당연 적용 법안에 이어 2018년 11월 6일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인,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의 고용보험 적용」을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이 개정안은 수차례의 노사정 논의와 노사가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에 기반을 둔 내용이었다.
동 법안이 발의된 직후인 11월 20일 야당(자유한국당) 소속 환노위 위원장과 간사, 환노위 의원들은 한정애의원안의 문제점을 내용으로 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주요 요지는,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의무 적용시 전체 보험설계사 10명 중 4명이 퇴출 된다’는 것과 ‘보험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보험설계사는 개인사업자로 근로자성이 부인되고 있기에 사회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은 법리상 부합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주장의 토대는 보험협회의 연구용역 결과였다.
이후 야당은 ‘특수고용직’ 관련 노동 법안 논의에 일체 동의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예술인의 고용보험 의무적용도 법안심의를 위한 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현행 국회법은 상임위와 법안소위 처리 법안을 여야 사전 합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음.)
그러나 2월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 19 바이러스 여파는 모든 경제 활동을 위축시켰고 임시, 일용직 노동자, 자영업자와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위축된 경제활동의 결과를 즉각적으로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21대 총선 과정에서 이러한 실태를 확인한 여야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국회를 열어 코로나 대응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였다. 노동법을 처리하는 환경노동위원회는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구직자취업촉진법)과 출퇴근산재인정 소급 적용 등 다수의 민생 법안 처리에 여야간 이견이 없었지만 고용보험법 확대에는 경영계의 부담을 이유로 야당에서 반대하였다.
논의를 거듭한 결과 20대 국회에서는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만이라도 하자는 합의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로 고용보험법안은 특수고용직과 플랫폼노동, 프리랜서 등의 의무적용을 담은 원안에서 ‘예술인만 의무적용’하는 환노위 대안으로 처리되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용역 계약을 체결한 예술인은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되며 임금근로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실직 시 실업급여를, 출산 시 출산전휴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고용보험법 개정은 예술인의 70% 이상이 프리랜서라는 점에서 사회보험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이다. 경영계가 특고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징표로 내세운, ‘노무종속성’과 ‘전속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사회보험의 경우 경제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에 따라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함에도 경영계는 오랜 세월 노동자성 유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그 징표인, 특정 사업주에 대한 전속성과, 종속적인 노무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특고의 사회보험 가입을 막아왔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에 집중되어 경영계의 주장이 잘못됨을 반증하였다. 이제 이념이나 논리가 아니라 실제적인 보호가 누구에게 더 필요한지 실사구시의 관점으로 사회문제를 보아야 해결방안이 나올수 있음을 코로나 19가 가르쳐준 셈이다.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 가입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임금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었던 고용보험의 문턱이 낮아졌다. 이제 대리운전, 퀵서비스, 보험설계사, 캐디 등 특수고용직과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의 가입은 더욱 수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더욱 다양하고 분절된 형태로 일해야 하는 취업자들에 절실한 고용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을 특례로 처리한 것은 기술상의 조치일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평상시 활동하면서 낸 보험료(사업주, 예술노동자 각 0.8%씩)로 실직이나 소득 상실시 일정기간동안 구직급여를 받으면서 다음 작품을 기다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출산 후 급여 역시 일반노동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예술인의 고용보험 의무 가입 조치는 고용보험이 임금근로자 중심에서 취업자로 고용안전망 역할을 확대하는 첫 신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