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예술의 경계
2018. 12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생활을 크게 네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1) 사람이나 동물이 일정한 환경에서 활동하며 살아감 2) 생계나 살림을 꾸려 나감 3) 조직체에서 그 구성원으로 활동함 4) 어떤 행위를 하며 살아감 또는 그런 상태가 그 정의들인데, 1번과 4번의 정의는 ‘사는 일’이라는 삶의 정의와 크게 구별되지 않고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오히려 모호하게 느껴진다. 반면, 2번과 3번의 정의는 삶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범위를 좁히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일의 대부분을 의미하고 있다.
예술 옆이나 대각선 대척점에 놓아둘 ‘생활’은 2번과 3번 정의에 가깝지만 예술사나 미학, 예술철학에서 언급될 때는 삶, 일상, 실제, 현실 등의 의미로 다양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생활인(生活人)도 마찬가지이다. 사전적으로 ‘세상에서 활동을 하며 살아 나가는 사람’인 생활인은 문맥상 예술인과 나란히 두면 현실적으로 생계나 살림을 꾸리는 이로 받아들여진다. 생활도, 생활인도 우리가 이미 그 의미를 넘치게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전적 의미와 문맥상의 의미, 역사에서 의도된 의미의 차이는 상당해서 매번 새삼스럽다. 이는 생활과 예술이 혹은 삶과 예술이 만들어온 팽팽한 긴장의 역사와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생활과 예술 사이의 긴장과 경계에 예술인들은 달리 접근함으로써 예술의 본성을 재정의하고 세계 안에서 예술의 의미를 재발견해왔다. 예술과 예술인이 생활과 맺어온 관계의 성격이 미학적 통찰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집중 기획에서는 과거로부터의 이러한 흐름과 함께 생활인기도 한 예술인이 어떻게 생활과 예술 사이에서 공명해왔는지, 그들의 생활 인식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반대로, 예술은 어떻게 생활의 문제에 변화를 일으키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는지 역사적 사실과 예술인 작업을 중심으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