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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만화가 수지 씨는 복복 에이전시로부터 웹툰 작화 계약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계약 조건에 대한 조율을 위해 가계약서를 받은 수지 씨는 어려운 단어들로 가득한 긴 문서에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검토해 보려던 중, 복복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수지 작가님! 복복 에이전시입니다. 신작 출시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최대한 빨리 전자계약서에 서명이 완료되었으면 하는데요, 혹시 지금 바로 서명해줄 수 있으세요? 저희 에이전시 내부 절차도 있고 해서……”
그래서 수지 씨는 우선 전자계약서에 서명부터 하려고 합니다. 서류를 보내준 다음 문제가 되는 계약서 문구는 나중에 수정 요청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찜찜한 느낌이 듭니다.
○처방전
만화가: 안녕하세요, 법률 처방전 받으러 왔습니다. 우선 계약서에 서명부터 하고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변호사: 아니요, 괜찮지 않습니다. 계약이란 당사자 쌍방이 자유롭게 협의하여 내용을 확정하는 것으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양측이 날인한 즉시 계약 내용에 대한 법적 효력이 발생하거든요.
만화가: 서명 먼저 한 다음 나중에 문제되는 문구를 수정하면 안 되는 건가요?
변호사: 계약서 서명 이후 계약 내용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합의가 필요한데, 사실상 무척 어려운 부분입니다. 만약 한쪽이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고 하거나,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내용을 마음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분쟁이 발생하게 되죠. 따라서 계약 체결 전 반드시 충분한 검토와 수정을 거친 후 서명해야 합니다.
만화가: 그럼 혹시, 이미 서명해 버린 계약서라면 그 어떤 불공정한 조항이 있더라도 무를 수 없나요?
변호사: 민사관계에서는 사적 자치의 원칙을 우선하기 때문에, 계약관계에 있어 국가 및 공적인 제한·개입은 명확하게 법령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한정하여 인정됩니다.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 관계는 다툼이 발생할 경우 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해석함이 원칙이고요. 법원도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술인권리보장법」, 「약관규제법」 등의 법령에 근거하여 문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경우에 따라 해결법이 있을 수 있으나 사안별로 모두 다르니 자세한 내용은 법률상담을 받아보도록 하세요.
만화가: 그런데 계약서에 비밀유지의무를 지킬 것을 요구하는 조항이 있더라고요. 법률상담을 위해 계약서를 첨부해도 문제가 없는 건가요?
변호사: 법률상담을 받기 위해 계약서를 첨부하는 것은 문제된다고 보기 어려우니 걱정 마세요. 비밀유지조항은 경쟁사업자 또는 타 사업자와 계약을 진행하면서 이전에 체결한 계약서 내에 있는 영업상 비밀을 제공하면 안 된다는 의미로, 나중에 다른 에이전시와 계약하면서 복복 에이전시와 체결했던 계약서를 보여주는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항입니다. 영업상 비밀을 누설하여 상대방에게 영업상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니 법률상담을 받으면서 이 조항을 어기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