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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상에서도 얼마 전 청중과의 공감과 소통이 절실한 클래식 공연에 새로운 시도가 접목되었다. 소규모 관객들과 함께하는 온라인 소통 방식의 〈방구석 탈출 클래식〉이다. 공연에 참여한 연주자로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정윤을 만나 코로나 속 연주자들의 달라진 일상과 뉴노멀 시대의 클래식 음악과의 소통에 대해 들어본다.
라틴어 ‘호크 퀘케 트란시비트(Hoc quoque transibit)’를 우리말로 옮기면 어떻게 풀이될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없이 우울할 법한 코로나 일상을 버티는 양정윤 바이올리니스트만의 지혜로운 선택지다. “다른 방법과 도리가 없잖아요. 그 누구의 힘과 어떤 능력으로도 지금의 상황을 당장에 해결할 수는 없으니까요.”
공연장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연주로 관객과 청중을 만나고 소통해왔던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달라진 코로나 일상,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말부터 5월까지 거의 모든 연주가 취소되었어요. 4월 말 예정이었던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마티네 공연은 그나마 12월로 연기된 상황이고요. 6월부터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단계가 내려가면서는 철저한 방역과 좌석 거리두기로 몇몇 연주들이 진행되면서 일상 복귀를 꿈꾸며 다시 공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당일 공연이 취소되는 상황을 목도했다는 그는, 동료 연주자가 겪은 돌발상황에 위로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봄부터 마음 졸이며 여름에는 개최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준비한 연주회가 예정 없이 취소되었으니 연주자, 진행 스태프, 외국인 연주자, 공연장 관계자까지 충격과 손해가 이만저만 아닐 거란다.
“예술을 하다 보면 수도 없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죠. 코로나 상황이 아니더라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작품을 연구하고 준비하는 것은 연주자로서 즐겁고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준비한 작품들은 약속된 시각에, 정해진 공연장에서, 환영해주는 관객을 만났을 때 비로소 제대로 가치가 발현됩니다.”
그는 코로나 일상으로 제대로 가치를 발현할 그때가 언제일지 기약할 수 없는 답답함과 국내외 연주자들에 대한 소식에 어쩔 수 없는 불안감이 있다고 한다. “외국 연주자들의 자가격리 소식과 내한 취소도 그렇고, 한국인 연주자들의 출입국도 원활하지 않잖아요. 제가 이탈리아 콩쿠르 출신이라 정기적으로 4월 연주회에 참여했는데, 올해는 연주 영상만 보냈어요. 그리고 미국에 있는 동료 연주자는 코로나 확진자였는데 그나마 지금은 회복 중이라니 다행이지요.”
사진 제공: 봄아트프로젝트, 스팅레이 클레시카
코로나 일상 속, 얼마 전 공연을 마친 〈방구석 탈출 클래식〉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여름의 향기’라는 부제의 이 공연은 연주자로서 3개월 만에 진행된 단독 독주회였다. “예술자들은 창작하고 실연하는 게 가장 큰 기쁨인데, 소규모 공연장이었지만 관객들과 오랜만에 무대에서 조우하니 마음이 설레고 울컥했어요. 무거운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음악을 통해 소통하면서 좋은 시간으로 마무리되어 뿌듯했습니다.”
애초 〈방구석 탈출 클래식〉은 3월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플랫폼인 ‘〈방구석클래식〉을 종결시키고 무대로 나오자’라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평상시 수용 가능한 인원의 절반만을, 사전 예약을 통해 마련된 이번 무대는 코로나로 달라진 공연 문화를 접하게 되어 연주자 개인으로서도 새로운 시도였다.
“연주회에 오신 관객분들과 카카오톡 단체창을 통해 소통하며 연주회를 진행했는데 댓글 반응이 빨라서 신기했어요. 제 자신은 정통 방식의 클래식 공연을 지향하지만, 소규모 무대에서라면 시도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동안은 공연장에서의 휴대폰 사용은 음악을 대하는 관객 에티켓이 아니라고 여겨 왔는데, 이번 공연은 실시간 소통을 위해 휴대폰을 사용하는 “아주 유니크한 경험이었다”며 미소 짓는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뉴노멀 시대의 소통 방식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지금의 코로나 상황은 많은 예술인들에게 어쩌면 예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예술과 일상의 균형이 흔들려-경제적으로도-힘든 시간이기도 하다. 연주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예술인들이라면 장시간의 강제된 휴식은 어쩌면 이중고, 삼중고가 아닐까. 여러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 상황을 떠나 클래식 음악계 또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연주자는 말한다.
“스포츠의 취약종목을 후원하면 기업은 세금혜택을 받고, 프로축구는 입장객이 없어도 억 단위 투자를 받습니다. 클래식도 스포츠처럼 어릴 적부터 연마가 필요합니다, 저 또한 네 살 때부터 지금까지 바이올린을 하고 있고요. 주위 연주자 중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평생 갈고 닦은 재능을 30, 40대가 되어 포기하는 경우를 봤어요. 한국은 재능이 있는 음악가가 많은 데에 비해 그 재정적 후원이나 교육적 지원이 제한적이고 평면적인 거 같아요.”
전도유망할 수 있는 예술인의 재능이 사장되는 것은 한국 음악계로서도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는 그에게, 코로나 일상 속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현재로서는 9, 10, 12월에 협연 및 독주 공연과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공연이 계획되어 있으며 내년에는 음반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2021년 7월 6일)을 준비하고 있단다. 이 모든 계획이 코로나 변수로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코로나 일상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치유가 되고 힐링이 될 수 있는 클래식 음악곡 추천을 부탁했다.
“청량하고 가슴이 뻥 뚫릴 곡이 좋을 거 같아요. 편성이 크고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곡들이요. 브람스, 시벨리우스, 드보르작, 생상스 혹은 바로크 시대 작풍의 협주곡에서 화려하고 리드미컬한 빠른 악장들을 귓전이 울리도록 들으면서 리듬을 타보는 것은 어떨지요. 바이올린 협주곡도 좋고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처럼 흥겹고 신나는 곡, 또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곡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추천대로 코로나 일상, 음악으로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위기가 위기로만 끝난다면 희망이 없지만, 이런 위기를 연주자들, 그리고 음악계가 한층 더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여긴다면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마지막 언급이 비단 음악계 예술인뿐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코로나 일상 속 탈출 메시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방구석 탈출 클래식〉 기획한 ‘봄아트프로젝트’ 윤보미 대표에게 듣는다
Q1. 코로나19 전과 후의 음악계 혹은 음악 예술시장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코로나 이후에는 ‘객석 거리두기’, ‘1m 이상 간격 유지’ 등 보건 당국의 권고사항으로 관객과의 대면 접촉이 사실상 어렵게 되었다. 객석 거리두기로 유료 판매 좌석이 50% 이상 급감, 매진된다고 하더라도 수익이 발생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관객들 역시 코로나 감염의 위험 부담으로 공연장이라는 '집합' 장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대면, 집합 연주회가 어려워지다 보니 온라인을 통해 공연을 스트리밍하는 형태로 공연이 유지되고 있기는 하나, 유료 스트리밍한 콘텐츠에 대한 유료화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에 참여하는 스태프나 아티스트들이 제작에 따른 적정한 개런티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Q2. 〈방구석 탈출 클래식〉 의 소통과 온라인을 통한 공연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온라인에서 진행됐던 〈방구석 클래식 라이브 콘서트〉 를 오프라인, 대면 소규모 살롱 콘서트 형식으로 옮겨 온 것이 〈방구석 탈출 클래식〉 이다. 30명 정도의 소규모로 진행하였고, 온라인 소통에서 대면으로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온라인은 음향적, 시각적, 공간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은 아티스트의 소통의 창구로서의 역할, 그리고 공연은 관객들이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갖고 공연장에 올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관객들은 소규모 공연을 통해 아티스트와 보다 친밀함과 실연에 대한 높은 호응을 보였다. 이러한 방식이 코로나 시대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Q3. 이번 공연 수익 및 온라인 공연에 따른 수익 창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공연에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작비를 투입해서 진행했다. 실험적인 방법을 찾고 싶어서 했던 시도였고, 그에 대한 결과를 얻은 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방식은 온라인 소통을 통해서도 관객들이 아티스트를 직접 후원할 수 있는 펀드레이징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오프라인 공연의 티켓 가격은 이전 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들은 대규모 일회성 연주로 높은 개런티를 취하기 보다 작은 연주를 더 많이 함으로써 본인의 수익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본다. 온라인 공연에 따른 수익 창출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편집과 영상미,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 자본적 투자 없이 수익 창출은 하려면 아티스트들의 소통 능력, 펀드레이징 능력, 자신만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