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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예기치 못한 비용의 발생을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는 도범기 사진작가와 전세자금대출로 위기를 해결하고 ‘월세살이’에서 벗어나 더 만족스러운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희석 뮤지션을 만났다.
사진작가 도범기입니다. 저는 이력이 조금 특이합니다. 해군을 제대하고 외항선원으로 30년 동안 일했습니다. 덕분에 해외 곳곳을 많이 갔어요. 한 35개국 정도 다녔던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을 때였으니 그 경험들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취미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말 취미였죠. 정년퇴직을 하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더라고요.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학원에 다니며 사진을 익히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공모전에서 상도 받고, 한국사진가협회 정식회원도 되면서 어디 가서 “사진 찍습니다”라고 말할 정도가 된 게 한 10년은 된 것 같네요.
인물사진 위주로 찍었는데, 야생화가 사라져간다는 뉴스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어릴 때 많이 봤던 할미꽃, 자운영 등이 이제는 보기 힘들어졌다는 소리를 들으니 사진으로나마 남겨둬야겠더라고요. 또 송기엽 선생님 같은 1세대 야생화 작가님들이 돌아가시면서 누군가는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생화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야생화들을 보면서 많은 매력을 느낍니다.
컴퓨터를 잘하지 못하지만 제가 매일 들어가 보는 곳들이 있어요. 서울문화재단,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입니다. 늦게 예술활동을 시작한 만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제도나 정보들을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찾아보는 편이에요. 지원사업은 ‘예술활동증명’이 기본이더라고요. 제가 단체전은 50회 정도 했지만 개인전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자격 조건도 안 되었지만 지원서를 내려니 저 스스로도 내가 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부터 들었습니다. 그래서 첫 개인전을 멋지게 준비해서 열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서경갤러리에서 우리나라 사계절의 풍경을 담은 사진전을 진행했죠. 덕분에 예술활동증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웃음). 작품만 39점이었고 도록도 만들고 준비할 게 많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창작준비금을 받아 도움이 되었지만 생각지 못한 지출이 자꾸 생겨서 생활안정자금대출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받고 갚은 적이 있어요. 그때도 고맙게 썼고, 다른 예술인들도 써야 하니까 여유가 생기자마자 바로 갚았죠. 이번에 받은 생활안정자금대출은 전시 비용으로 일부 사용하고, 남은 금액으로 봄 촬영을 가려고 합니다. 지금 제가 마음이 급해요. 야생화는 한 번 놓치면 다시 그 꽃을 찍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하거든요. 봄을 맞아 핀 꽃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예술활동 열심히 하라고 빌려준 돈이니 열심히 촬영하고 오겠습니다.
일단 금리가 2.5%로 낮습니다. 또 서류도 은행 등 시중 대출에 비하면 많이 간편한 편이고요.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재단에서 도움도 받을 수 있고요. 바람이 있다면 한도가 좀 늘었으면 하는 건데, 여러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거니까 이해해야죠.
야생화를 찍는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 800미터 이상 올라가야 하는데 먹을 건 좀 적게 가져가도 장비를 부족하게 가져갈 순 없죠. 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산을 오르내리는 게 쉽지 않은데, 나이가 있으니 허리나 다리 등 아픈 데가 자꾸 늘어나네요. 사진 찍다가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등 많이 다치기도 하고요. ‘물매화’라는 꽃을 찍을 때였는데, 이 꽃이 습한 곳에 자라거든요. 물웅덩이에서 미끄러져서 다쳤습니다. 혹시 모를 이런 위험한 상황을 대비해서 ‘예술인 산재보험’도 들어놨죠. 제가 주변 예술인들에게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사업을 많이 홍보해요. 이런 좋은 곳이 있다고요. 오죽하면 제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행복재단이라고 부르겠어요. 저에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행복의 보고입니다(웃음).
야생화 백과사전을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나이가 있으니 마음이 급해요.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작업을 완성할 수 있을지…. 일단 지금은 봄의 야생화를 촬영하러 가야죠. 생활안정자금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니, 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운디드플라이(Wounded Fly, 2002~), 모리쉬(Morish, 2014~), 더 웜스(The Warms, 2021~) 등 록/메탈, 포크, 컨트리 음악을 하는 밴드에서 ‘김기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컬, 기타, 만돌린, 작곡 등 다양한 포지션을 맡고 있고요. 솔로 싱글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음악을 대체하거나 음악보다 더 재미난 일이 없다 보니 계속 뮤지션으로 살고 있어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알고 있었지만, 지원사업에 참여하거나 직접 신청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사건이 터졌죠. 2년 전쯤, 어렵게 구한 월셋집 주인장이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는 거예요. 자기 아들이 음악을 하는데 연습실로 쓰고 싶어 한대요. 아직 계약기간도 남아서 이렇게 갑자기 나갈 수 없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연습실을 구할 자금이 필요하다며 전세로 바꿔 달라는 거예요. 황당했죠. 다른 집을 알아봐야겠다고 체념하려던 그 순간에 불현듯 재단의 ‘예술인생활안정자금-전세자금대출 사업’이 떠올랐어요. 당시에 집 계약 만료가 3월이었는데 전세자금대출 사업은 그 이후에 시작되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2개월만 기다려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렸죠. 그렇게 전세자금대출 사업을 신청했고 큰 어려움 없이 2021년 6월에 대출금을 받았어요. 아직도 그 집에서 잘 살고 있고, 올해 재계약도 앞두고 있습니다.
음악을 하는 분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은행과 거리가 좀 멀어요. 아마 은행도 저희 정보를 잘 모를 테죠(웃음). 예술인들은 근로소득 정보를 문서로 증명할 길이 어렵고 재직증명서나 직장 의료보험도 없거든요. 그래서 전 애당초 전세자금대출을 꿈꿔본 적도 없었죠. 평생 월세로만 살겠구나 싶었거든요. 그랬던 제가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한 거예요. 이건 정말 큰 의미예요.
음악이 너무 하고 싶어서 스무 살 때부터 집에서 나와 살았어요. 약 30년 동안 저에게는 매달 월세 내는 날이 있었다는 말이죠. 전셋집을 구하고 가장 충격적이고 감동적이었던 것이 월세를 내는 날이 내게서 사라졌다는 거예요. ‘집주인한테 돈을 안 보내도 된다고?’라는 생각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어요(웃음). 월세 부담이 사라지니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 해야 했던 아르바이트 시간이 사라졌고, 대신 그 시간에 음악을 더 할 수 있게 됐죠. 집과 작업실을 겸하게 되면서 더 이상 작업실을 빌리지 않아도 되고 작업실 대여비, 작업실까지 이동하는 시간 모두 절약하게 되었고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재단의 전세자금대출은 저에게 음악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벌게 해준 거죠. 그 의미가 정말 커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쾌적하고 안정적인 저만의 보금자리에서 제가 원하는 때에 곡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게 음악을 하는 제겐 큰 원동력이 되어주거든요.
대출받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나 서류 준비를 귀찮아하지 마세요. 챙겨야 할 서류가 많다고 겁먹지도 마시고요.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면 됩니다. 월세로 살고 있는 예술인들이라면, 저는 전세자금대출로 전셋집으로 옮길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자를 내야 하지만, 예술인을 위한 대출이어서 이자가 낮고 매달 내야 하는 월세에 비하면 훨씬 부담이 적거든요. 실보다 득이 훨씬 커요. 그러니 고민하지 마시고 도전해보세요. 준비하실 땐, 전세자금대출 사업 일정과 입주 예정일 등을 잘 감안하여 입주계획을 세우기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