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신청
|
2020년 부산에 문을 연 마음그루 심리상담센터. 오픈과 동시에 예술인 심리상담 지정기관으로 선정되었고, 매년 다수의 예술인과 만나왔다. 예술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과 예술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마음그루 심리상담센터의 최이순 센터장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학부부터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임상심리학을 공부한 심리학자 최이순입니다. 정신과 병동에서 24년 동안 임상심리 전문가로 근무하며 알코올, 도박, 인터넷 게임 등에 중독되어 일상생활이 힘든 환자들을 특히 많이 접했어요. 자연스럽게 중독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산하 부산지역 센터장으로 취임해 10년 동안 중독의 예방, 치유, 재활을 위한 연구와 활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국가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도박 문제에 관한 정책에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받았거나 마음이 힘든 사람,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 등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었습니다. 그분들의 마음의 휴식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루터기 같은 공간이 되자는 의미를 담아 '마음그루'라고 이름 지었어요.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대인관계로 힘들어하는 내담자가 많아요. 안정적인 경제적 수입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예술적 가치와 현실과의 괴리에서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도 많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중독 환자를 본 경험이 많다 보니 중독 문제를 가진 예술인 내담자도 옵니다. 처음에는 다른 문제로 오셨다가 상담을 나누면서 알코올이나 도박 문제를 꺼내놓는 분들이 있어요. 예술활동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기분전환으로 시작했다가 술이나 도박 등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중독이 심해져 작품활동에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중독은 서서히 진행되는 병이에요. 초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하다가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까지 된 후에야 상담소를 찾게 되죠. 중독에 빠진 자신을 책망하고 스스로를 사회에서 고립시키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요. 저는 수십 년간 쌓은 임상심리 경험으로 예술인 내담자가 중독 문제에서 빠져나와 예술활동을 지속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일반인 내담자 심리상담과 동일합니다. 심리평가를 통해 내담자의 마음 상태와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요. 심리상담과 함께 내담자에게 맞는 인지행동적 접근, 트라우마 치료 등을 실시하고요. 다만 예술인 상담과정이 일반인 내담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작품을 매개로 많은 대화를 나눈다는 겁니다. 내담자가 화가라면, 내담자가 그린 그림을 함께 보면서 그 작품을 만든 계기, 그림을 그리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감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영화감독이라면 영화를 함께 보면서 대화하고요. 예술인과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릴 때 경험했던 사건, 가족과의 관계 등으로 주제가 흘러가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내담자가 가진 진짜 마음의 문제, 원인을 알 수 있는 열쇠를 찾을 수 있죠. 어떤 예술 분야든 예술인들은 공통으로 예술작품에 자신의 마음을 담기 때문에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예술인들의 속마음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진짜 마음을 감추곤 합니다. 마음을 감추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진짜 자기 모습을 잃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게 돼요. 이때부터 마음에 병이 생기기 시작하죠. 그래서 상담하면서 가면 속에 숨겨둔 진짜 내 마음을 발견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이후 내담자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도와줍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듭니다.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 과정을 극복하는 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어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중독 문제가 있는 내담자에게는 중독 행위를 스스로 멈출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상담에 오도록 권합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몸에 근력이 생겨 신체가 건강해지는 것처럼 마음도 꾸준히 관리하면 마음에 근력이 생기거든요. 마음 근력이 강해지면 알코올이나 도박 등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지요.
도박 문제로 힘들어하던 예술인 내담자가 상담을 통해 건강한 일상생활을 되찾은 사례가 기억에 남아요. 중독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데, 그분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셨어요. 중독 문제를 극복한 후 자신의 음악 색깔이 더 좋은 쪽으로 변화했다고 말씀해주셔서 더욱 감사했고요. 그 외에도 상담 후 마음이 가볍고 편안해졌다고 말하는 내담자들이 많았는데요. “상담 초기에는 자기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기 모습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예술인에게 심리상담이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작품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괴롭고 답답하거나 혹은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을 때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심리상담센터를 찾아주면 좋겠어요. 예술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주소 : 부산광역시 금정구 중앙대로 2008 504호
전자우편 : mind6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