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신청
|
2020년 12월 10일 예술인들의 숙원이었던 고용보험 제도 시행에 앞서 ‘예술인 고용보험’에 대한 이해를 위해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일반 근로자와 다른, 특수 형태의 직업군(群)에 속하는 예술인들의 가치와 권익을 위한 제도화에 2011년부터 노력해온 근로복지공단 이근열 부장을 통해 고용보험 제도의 필요성과 효용성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A1. 2011년 최고은 작가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사회보험 측면에서 ‘과연 예술인들에게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이 적용될 수 있을까’라는 쟁점이 대두되었어요. 불완전하게나마 산재보험이 먼저 실행되었는데, 고용보험은 임금근로자 중심으로 제도가 정립되었던 터라 당시로선 예술인들의 실업 요건 성립이 고용보험제도 적용 틀에 맞지 않았거든요. 물론 프로젝트 용역계약 시, 예술인과 사용주가 스스로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가능했지만요. 예술인을 위한 고용보험이 이슈 사안으로 지난 정부들에서도 국정과제로 계속 논의되었는데, 본격적인 검토와 제대로 된 논의는 2017년 현 정부 들어서였어요. 2018년 근로자 차원이 아닌 예술인들에게 맞는 실업급여 체계를 별도로 설정하고 기본적인 방향성이 정해지면서 법안이 발의되었고요. 2020년 5월, 예술인을 고용보험 대상에 추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오는 12월,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A2. 애초에 일반 임금근로자와 다른, ‘예술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고용보험 적용 측면에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유관기관 및 현장 실무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요구에서 시작된, 그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마치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제야 숙제 하나를 해결한 거 같네요.
A3. 일반 근로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나면 안 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은 고려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018년부터 고용보험법 전체 틀에서 예술인 부분을 담아 제도화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시의적으로 이런 급박한 상황을 만나 최소한의 여건을 갖춘 특례로 통과되었으니까요. 다른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지만 예술인들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잖아요. 너무도 명백하게 수많은 공연들이 취소되는 등 눈에 보이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예술인들을 위한 고용보험 제도가 절박하고 시급하게 됐죠. 결과적으로 ‘예술인’이라는 특수성이 고려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A4. 가장 쟁점이 되고 염두에 두었던 것은 ‘과연 어떤 분이 고용보험에 적용되는 예술인인가’하는 적용대상과 보험료 산정 및 실업급여 관련 적용체계입니다. 먼저 적용대상은 객관적 사실에 의한-「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총 11개 분야 예술인(신진·경력단절 예술인 포함)-으로 정했습니다. 적용체계에 있어서는 예술인에게는 제도적으로-실업급여의 하한액은 없는데-보험료 납부 기준 하한액은 설정했고요. 통상 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해 책정되는데, 하한액을 설정하지 않으면 예술인에게 혜택이라는 것이 무색해지거든요. 또한 예술인들의 경우 실업(구직) 급여를 지급받는 기간 일정 금액 이하의 소득에 대해서는 구직급여를 계속하여 받으실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연령과 소득에 따른 적용제외 규정이 있다는 건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A5. '각시탈’이라는 TV드라마에 참여했던 보조출연자가 이동 중 차량전복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당시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으로는 ‘보조출연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것 때문에 유가족이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된 사연을 전해 들었죠. 마침 저 또한 예술인 관련 사회보험을 검토 중이어서 직접 경남 합천에 있는 드라마세트 현장에 내려갔죠.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보조출연자분들과 함께하며 얘기도 듣고 현장 상황도 살피며 조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보조출연자의 근로자성에 대해 우선적으로 검토했어요. 직접 방송 3사 드라마제작국에 보조출연자의 고용산재보험 처리에 따른 예산이 반영돼야 함을 주지시켰고, 관계기관에 드나들며 4개월여의 논의를 거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유가족에게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기뻤던 순간이었고, 그때 예술인을 위한 사회보험 제도화가 하루속히 정착돼야 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A6. 일반 임금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예술인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서면계약서입니다.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모든 분쟁을 줄이는 최고이자 최선,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계약서 작성입니다. 문체부를 비롯해 예술인복지재단, 유관기관 등에서 제도적으로 보급하고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것은 엄연한 보험제도이고 보험제도는 계약에 의해 성립됩니다. 그동안 구두로 혹은 관행적으로 계약서 작성에 소홀했다면 12월 10일 시행 이후에는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예술인은 예술인대로,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불이익 없이 보호받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길이니까요.
A7.
법적으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도 역할을 해주시겠지만 저희 기관 또한 예술인 고용보험 전담창구도 마련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입니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이 있어 시행착오도 각오하고 있지만, 최대한 예술인 여러분의 입장에서 안내와 가입을 돕고 제도를 정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예술인 여러분께서도 제도 시행 초기에 생길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시험대가 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인을 위해 새 역사를 쓰는 일이 되겠지요. 세계 속 한국형(K)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로 정착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