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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

202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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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문화예술계의 목소리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 통과,
다시 예술인의 목소리에 주목할 때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이 가결되기 일주일 전,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예술현장에 있는 7명의 예술인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관, 정희섭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대표가 함께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예술인의 경제적 피해가 큰 가운데 예술인 대상 고용보험,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등 고용안전망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5월 20일, 모두의 바람대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시행에 앞서 필요한 점도,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꾸준히 목소리를 냈던 7명의 예술인에게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예술인의 고용보험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오경미 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

예술이라는 창작활동에 제대로 된 가치가 매겨지지 않을 때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를 대비해 고용보험은 예술인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고용보험이 해결된다고 예술인들의 생활이 하루아침에 윤택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 통과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가 예술활동에 대한 가치를 재고하여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되었으면 한다.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 시행에 앞서 최대한 많은 장르와 분야의 현장 예술인들의 의견을 수집해 시행령이 작성되어야 할 것이다. 각 예술분야의 특수성을 최대한 고려해 다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 진입한 예술인과 경력단절 예술인도 포함될 수 있도록 대상의 범위를 최대한 넓혀주시길 바란다. 격차가 매우 상이한 각 분야의 생태계를 꼼꼼하게 살펴 시행령을 만들어졌으면 한다. 또한 법 시행 이후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의 정착과 개선을 위해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담부서 역시 필요할 것이다.

해당 법안이 특례법으로 통과된 점이 가장 아쉽다. 예술인들은 특혜도 특례도 아닌, 누구나 누리는 보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용보험법 체계 전체를 수정해 예술인을 모법의 체계 안으로 포섭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른 분야와 동일한 고용보험이 예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세심한 준비 필요”

정인석 아이엠컬쳐 대표이사

고용보험법 개정에 목소리를 내었지만, 사실 고용자가 없어 적용이 쉽지 않은 분야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의 목표를 두고 실행되는 것에 놀랐다.예술인의 불규칙한 고용에 대한 불안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데 첫걸음을 뗀 것 같아 기대가 크다. 개정될 고용보험법에 모든 예술인이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강력한 행정조치나 별도의 지원책도 검토되어야 한다.

6개월 후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우려되긴 하지만, 이번처럼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만 적용되는 사회보험이나 복지 등이 예술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세심한 준비가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이번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처럼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협업하는 업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리라고 예상한다.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주민으로서
안전한 창작환경이 조성되기를”

이종승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위원장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이 통과됐다. 예술인들이 복지 사각지대를 벗어나 안전한 창작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제일 먼저 들었다. 특례로 개정된 점이 아쉽지만, 이는 예술노동자로서 노동시간과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첫걸음이다.       

11월에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분야별로 담겨야 할 내용이 많다. 특히 예술은 분야가 다양한 만큼 노동조건 또한 다양하다. 그러므로 근로증명이 다양하게 설계되어 분야별 세밀한 시행령이 마련되고, 전업예술인 등 모든 예술활동의 예술인을 포함해야한다. 임금이 일정하지 않은 점도 고려되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공연예술계의 경우 지원을 목적으로 같은 입장의 예술인이 단체의 대표가 되기도 하는데, 이들에게 고용주라는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계약서 작성 자체가 꺼려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으니 시범기간 등을 통해 대책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법안이 통과된 지금,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많아지길 희망한다. 담당지원센터를 만들거나 현장예술인을 직접 만나는 TF팀을 구성하는 등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해서 예술인 고용보험 개정법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시혜복지가 아닌 ‘예술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예술노동자’로서의 사회안전망 필요”

이씬정석 뮤지션

이번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이 문화와 예술, 예술인, 예술노동에 대한 관점을 전환시킬 기회일지도 모른다. 생활문화, 마을예술 등으로 불리며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활동 등 수행당사자의 예술노동이 고용보험의 대상으로 포괄되지 않는다면 고용보험의 씨줄과 날줄이 옳게 꿰어진 게 아닐 수 있다. 예술활동 수입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지만 예술을 포기하지 않은 수많은 문화예술노동 당사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사회적 안전망으로 제시된 예술인 고용보험을 하나 제정했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사회현실에 맞게 개정해 ‘노동의 범주’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전담부서 설치, 다양한 고용보험료 산출 기준 성립, 증빙자료의 다양화, 파생 소득의 현실적 대책마련 등의 내용이 시행령에 담겨야 할 것이다. 외에도 뮤지션의 사무 행정적 운용 지원과 같이 아직 논의되어야 할 부분은 많지만, 예술은 누군가가 하는 특별한 것으로 이해하는 인식 대신 ‘예술노동자’로서 그에 합당한 사회안전망이 추진되길 바란다.

“잘된 특례보다 한 명의 근로자로서 수수하게 인정받기를”
민구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

지난 14일에 열린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관련 예술계 간담회’에서 각 분야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민하는 부분이 서로 일치한다는 점에 위안을 얻었고, 개인적으로는 작가들이 고용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협업이 어려워 개인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사각지대 안에서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는 셈인데 이 부분을 함께 고민해줘서 고마웠다.

예술인을 포함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연다며 흥분한 분위기지만 중요한 게 빠졌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제외되고 문화예술인에게는 특례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예술인들은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예술인이 특례 적용되었으므로 함께 논의되었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도 선례를 피해갈 수 없다.

앞으로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려면 우선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불합리한 계약과 불공정한 관행을 어떻게 해결하려 애쓰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초단기로 일하는 작가나 무명예술인들이 어떻게 보험에 가입을 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고려되어야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위해 상대가 화가 났다면 왜 화가 났는지도 들어보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

“계속해서 예술인들의 근로자성을 보장하고 그 범위가 확대되기를”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

지금까지 예술인들은 불공정한 고용관계로 인해 구두계약 또는 “우리가 남이가?”하는 식의 무책임한 계약에도 참고 넘어가야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으로 문서화된 계약서가 많이 쓰이게 될 거라고 예상된다. 당장은 예술인을 둘러싼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크게 변하진 않더라도, 이번 기회로 말미암아 표준계약서 의무사용이나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 시 적극적인 구제 등 단단한 사회안전망 속에서 예술인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예술인들의 계약이나 근로형태가 다양한 만큼 현실성 있고 부작용이 최소화되는 보험료율 적용을 기대해본다.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 가야 할 길은 많지만 예술인의 보호막이 될 첫발”
이성희 한국무용협회 사무국장

우선 예술인들이 안정된 생활을 영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 취합과 제도적 도입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많지만 예술인들의 고용보험을 통한 보호막 형성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예술계 상황을 반영해서 법안을 개정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예술 현장의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급한 대로 법안만 만들어 놓고 예술인들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전시행정이나 이름뿐인 법이 되지 않도록 시행에 있어서 세부 사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시행령에 앞서 예술의 분야별로 특이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세부적 안전망이 필요할 것이다. 행정적 편의 때문이든 형평성 때문이든 이번 법안이 포괄적인 것은 사실이다. 무용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법안은 무용인들에게 현실성이 거의 없는 것처럼. 같은 공연예술이기는 하나 연극이나 뮤지컬 등 장기공연 위주의 예술분야와 달리 무용과 같은 초단기공연 위주의 분야의 특성 반영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