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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4 2016. 7 로고

예술인복지뉴스

칼럼 김태완 박사

예술인의 복지

2016. 7
칼럼사진

우리나라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에서 어느 정도의 행복지수를 가질까? 현세대 예술인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자산으로 활용하여 만족할 만한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질문에 긍정적 답을 할 수 있는 예술인과 비예술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몇몇 유명 예술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예술인은 예술활동만으로 본인과 가족의 안정적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예술인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예술인을 위한 복지 혹은 안전망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것 때문일까. 과거에는 가난의 책임,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간주했다면 최근에는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회 혹은 국가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해 계속해서 생활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됨으로써 복지의 문제가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으며, 다양한 복지 욕구를 받아들여 여러 복지제도가 만들어지거나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인은 어떠한 상황일까.

예술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과 곤경을 경험하게 되지만, 예술인이 예술활동을 포기하게 하는 주요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일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예술은 배고픈 것이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좋은 작품과 세계적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왜 좋은 예술작품은 어려운 환경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게 되는가. 좀 더 나은 환경,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는 환경이면 더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좋은 예술 환경 속에서 의미 있는 예술작품이 창작되고 발표된다면 그 예술품은 단순히 예술이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공통의 작품으로서 당대와 후손의 삶에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정부는 2000년대 들어 국민들의 복지 욕구 확대에 따라 여러 계층을 위한 다양한 복지제도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제도 등이 있으며 장애인을 위해서는 장애인 연금, 활동지원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도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완화를 위해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국민의 생애주기별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복지사업들이 만들어지고 제공되고 있다. 예술인은 확대되는 복지제도 속에서 예술인의 특성에 부합되고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받고 있을까? 아직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예술인을 위하고 예술인이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2011년 예술인복지법이 만들어졌다. 동 복지법을 기반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고 최근 예술인을 위한 여러 복지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예술인복지법의 탄생은 오랜 기간 수많은 예술인의 노력과 희생 하에 만들어졌다. 예술인복지법 속에 예술인이 희망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예술인을 도울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2015년 발표된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더라도 1년간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은 300만 원(중간값), 평균 1255만 원에 불과하며, 수입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경우도 36.1%에 이르고 있다. 조사대상자의 절반이 예술활동 이외에 다른 분야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겸업예술인이며, 대부분 프리랜서(75.5%)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수입도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술 활동 유지에 있어서도 ‘예술 경력 단절’ 경험이 있는 경우는 15.9%로 기간은 1년이 42.5%로 가장 많았으며, 5년 이상 경험자도 약 15%에 이르고 있다. 경력단절의 가장 큰 이유는 수입부족으로 생계유지를 위함(66.3%)이었다.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인간이 생애주기별로 경험하게 되는 사회적 위험(질병, 노령, 실업 등)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가 사회보험제도이다. 이에 대한 가입 여부를 보더라도 건강보험을 제외하고는 국민연금 56.8%, 산재보험 26.0%, 고용보험 25.1%로 낮은 가입률을 보여주고 있어 실제 위기 발생 시 충분히 대처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예술인 실태조사를 통해 본 예술인의 현재 생활상은 여기까지다. 예술인 복지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자세하고 여러 내용을 포괄하고 있는 조사가 실시되어야 하지만, 아직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 욕구조사 혹은 생활 실태조사 등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예술인이 바라는 복지 욕구는 거창하거나, 다른 업종 혹은 직업군의 근로자와 다르지 않다. 예술인으로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 조건과 이를 기반으로 예술인 본인은 물론 그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일반 노동시장에서는 임금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생계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예술인은 예술 활동만을 통해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간 3천여 명에 달하는 예술인이 동 지원을 통해 예술 경력 단절 없이 예술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예술활동 지원이라는 의미 있는 사업이지만, 선정 이후 단기적 지원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예술활동을 지속하고자 할 때는 부족한 점이 다소 있다. 예술인이 안정적으로 예술 및 창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창작준비금지원제도가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생애주기별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예술인의 공동 노력을 통해 사회보험 가입비율을 높이는 작업 역시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예술인 복지의 확대는 예술계 외부에서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무엇보다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이 함께 나누고 돕는 문화가 조성될 때, 정부나 사회 및 기업 등에서 함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한류 열풍을 통해 문화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일부 대중예술인에 한하여 나타나고 있으며, 대중문화예술인과 기초예술인 간의 양극화 또한 심각한 실정이다. 예술인 간에 발생하는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예술인 간, 예술 분야 간 협력과 협동이 요구된다. 대중적 인기를 통해 많은 수입을 가지고 있는 예술인과 관련 예술 분야에서는 다른 분야에서 힘들게 예술활동을 하는 또 다른 예술인을 배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세계적인 관광지를 꼽으라 하면 사람들은 서슴지 않고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을 말할 것이다. 스위스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국가로 유명하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은 자연환경보다는 문화예술 자원이 풍부한 국가로서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문화예술은 누가 만들어 내고 발전시킨 것일까? 여기에는 수많은 예술가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체계를 들 수 있다. 예술활동의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인을 믿고 지원해준 국가 혹은 사회적 지원체계를 통해 당대는 물론 후손들에게도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물려줄 수 있었으며, 지금은 경제발전과 후대의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자산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 예술인과 예술인이 만들어내는 작품은 당대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후손을 위해서도 귀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자산, 사회적 유산이다. 국가와 사회는 문화와 예술인이 가진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사회투자의 개념으로서 예술인 복지실태 파악과 확대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김태완 박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초보장연구실 연구위원
    ·영화인 복지정책 효율화방안 연구(2008), 예술인 복지모델 세부설계 연구(2009)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