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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

201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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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역에서도 문화예술로
먹고 살 수 있는,
꿈 같은 날이 어서 오기를

글 김우태 경남예술인복지센터장, 시인

지역문화분권의 시대를 맞아 한국예술인재단에서는 지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예술인 복지 실현을 위해 지역협력위원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에 앞서 최근 개소한 경남예술인복지센터 김우태 센터장을 통해 예술인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예술인들의 실태와 예술인 복지를 위해 경남지역은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 지역예술인들의 복지 실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는 참담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예술인이 예술활동으로 얻는 수입이 연평균 1,281만 원으로, 응답자 72.7%가 월수입 100만 원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예술인 57.4%가 전업 예술인으로 종사하고 있고, 이 중 76%가 소득이 일정치 않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연평균 수입이 500만 원 미만이라고 밝힌 예술가도 27.4%에 달하고, 29%는 수입이 아예 없다고 한다.

예술인들의 사회보험 가입률(고용/산재보험)은 20% 중반대로 매우 낮아 사회안전망에서조차 벗어나 있었다. 이는 예술인의 절대다수가 생존의 벼랑 끝에 매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예술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입문 이후 1년 이상 예술활동을 포기한 상태인 ‘예술경력 단절’ 경험자는 23.9%로, 2015년 15.9% 보다 훨씬 늘었다. 예술활동을 포기하게 된 이유로는 예술활동 수입 부족(68.2%)이 절대적이었다. 나머지는 질병, 출산·육아 순으로 나타났다.

예술인이 복지혜택을 받으려면 『예술인 복지법』에서 규정한 예술활동증명을 받아야 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예술인활동증명을 받은 사람은 모두 6만6,527명. 서울 43.8%, 경기 23%이다. 부산, 경남, 인천이 비교적 높은 4~6%이고 나머지 지역은 1~2%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예술인 복지혜택도 10명 중 7명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편중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복지 측면에서 예술인 실태조사가 보여준 어두운 현실은 지역 간 문화예술 및 콘텐츠 지원 불균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역 실정에 맞는 지자체 중심의 예술인 복지정책 필요

최근 국정조사에서 최경환 의원(광주 북구을, 대안신당)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콘텐츠 분야와 문화예술 분야 지원의 대다수가 서울과 경기 두 지역에 편중되어 지역 소외 현상이 뚜렷했다. 문화예술 분야 공모사업의 경우 71.9%가 서울·경기에, 콘텐츠 분야는 이보다 심한 79%가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 그나마 부산이 4.3%로 가장 많고, 대부분 1~2%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공연과 전시 같은 문화예술 활동도 지역 불균형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하는 〈문예연감〉의 17개 시도별 공연 및 전시 활동 집계를 보면, 2017년 총 3만7,227건 중 서울이 1만3,217건으로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경기 지역이 4,025건이었다. 문화예술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경기 지역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처럼 과도한 수도권 쏠림현상은 대한민국 전체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고 지방 잠재력을 원천적으로 고갈시킨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쉽게 개선되지 않는 실정이다.

빈곤한 문화 인프라는 청년들을 지역에서 떠나게 만들고 지방대학의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 경남발전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경상남도 청년 실태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5년 이내 경남을 떠나겠다’고 밝힌 사람이 응답자의 33.4%였고, 이유는 일자리(43.5%)가 1위, 문화 수준(28.5%)이 2위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국토균형발전 전략과 함께 세심한 문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예술인 복지와 사회안전망 구축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서민정책금융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 제도를 시행 중이며,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지원책을 마련 중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의 수도권 편중을 시정하지 않고, ‘문화 균형발전’을 이룰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문화강국’이란 구호도 공염불이 될 것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에서도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실정에 맞는 예술인 복지정책 수립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술은 맘껏 복지는 한껏, 경남형 예술인 복지에 대한 노력

경남에서도 『예술인 복지법』 영향을 받아 지난해 예술인 복지 증진 조례가 제정되었고, 올해 예술인 복지 업무를 전담하는 예술인복지센터가 생겼다. 지난 8월 21일 김경수 도지사가 참석한 개소식은 ‘예술은 맘껏, 복지는 한껏’ 이란 슬로건 아래 ‘경남을 예술인 복지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만들자’는 결의로 뜨거웠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현재 마산과 진주 2곳의 센터에 6명의 전담인력이 배치되어 창작준비금 지원, 청년예술인 파견사업, 창작자금 대출, 교육 역량강화 사업, 의료비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경남예술인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경남형 예술인 복지정책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청년예술인 파견사업의 경우는 지역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문화도시 사업과 연계하여 예술인 일자리 창출의 한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예술인복지센터가 생기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에 크고 작은 변화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예술인들이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스스로 찾기 위해 깨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혜택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생활 안정과 창작활동 여건 개선을 위한 요구도 다양해지고 적극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예술인이 1년 사이 500여 명 정도 늘어 3,500명에 달한다. 예술인복지센터를 찾는 예술인도 많아졌다. 올해 들어 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민원을 해결한 건수가 2,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과 예술인 복지 확대는 한 궤를 이룬다. 이제 법적·제도적 장치는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고 본다. 지금부터는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예술가들이 더 노력해야 할 때이다. 우리 모두 지역에서도 문화예술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고 복지국가란 점을 깊이 인식하고, 다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 ‘예술은 맘껏 복지는 한껏’이란 슬로건으로 지난 8월 21일, 김경수 도지사를 비롯한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경남예술인복지센터가 문을 열었다.

  • 청년예술인 파견지원사업에 선발된 예술인들이 복지센터 회의실에서 협업 프로젝트 추진상황에 대한 중간발표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