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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

201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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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나는 지역예술인입니다

지역예술인으로 살아남기

글 강경철 청년문화예술기획단 문화기획자

내게 20대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았고, 눈으로 보기 전에 몸을 움직여 표현하고 싶은 시기였다. 그중 나를 잘 표현하면서 스스로 정제될 수 있는 활동으로 음악이 마음에 들어왔다. 유쾌한 성격 덕에 주변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었고, 음악을 전공한 친구들의 도움과 관심으로 목포대학교 화성학 음악수업을 들으며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음악수업을 시작으로 목포남성합창단의 막내로 들어가 활동하면서 어느덧 2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음악을 시작했던 그때 당시만 해도 합창이라는 분야는 20대 청년에게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장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지로 시작한 고향 같은 합창단에서 13년을 보내고 지난 2014년, 합창단과 작별을 하게 되었다. ‘왜 그만두게 됐을까’하고 스스로 물어보곤 했다. 대학 1학년 때 시작했던 합창은 어느덧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된 단순 취미 예술활동의 현실, 혹은 한계 같은 것이었다.

지역 무대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고민

내 젊은 날의 열정을 쏟았던 합창단을 떠나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다른 무대를 찾았다. 목포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에서 합창단을 창단한다는 얘기와 함께 감사하게도 내게 참여 의사를 물어왔다. 오랫동안 관심에서 벗어난 것 같았지만, ‘합창’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2년간의 연습 후 2018년 첫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이전 합창단과는 다른 취미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이라 단원 중 유일하게 솔로를 요청받았고, 꿈에 그리던 독주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발전된 내 모습에 만족하며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에서 예술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 전공자들의 답답한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생활문화예술 단체들의 활동이 다양하게 늘어나고, 전공자 못지않게 개인 예술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현실에서 실제로 공연 무대를 보면 전공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무대 공간과 기회가 비전공자들과 나누는 것이 미묘하게 불편한 관계로 형성되고 있었다. 이는 지역적 문화의식 차이와 지역적 지원의 편성 차이에서 비롯된 소극적 갈등이기도 했다. 지역 생활문화예술은 전공자들의 교육과 예술활동의 기여로 발전하고 있었지만, 그로 인해 전공자들의 영역이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전공자들조차 설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한 지역적 한계에서 우리는 스스로 무대를 만들기로 했다. 음악, 공연 분야를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 자립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청년문화기획사업단(청기사)’이 만들어졌다. 기획자, 디자이너, 댄서, 보컬, 작곡가 그리고 전공예술인까지 20여 명이 모여 공연기획을 시작했다. 전공, 비전공을 떠나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지역 속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들

2019년, 그렇게 청년문화기획사업단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3월 목포 원도심 카페 ‘공감’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명사십리’에서 두 번, 5월에는 목포 ‘메리그레이스’에서 청년 네트워크 파티모임을 개최했다. 청기사를 대내외에 알리고, 지역 청년과 청년 예술가들과 목포문화재단의 참여로 ‘청년과 함께하는 지역문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토론과 강의가 이어졌으며 노래, 댄스 등 풍성한 무대도 함께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같이 활동을 시작해보려는 청년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이를 기회로 전남문화관광재단의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을 받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악기는 물론 작곡, 보컬도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사업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어렵게 얻어낸 쾌거였다. 사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예술활동을 해온 단체와 신생 단체의 경쟁은 ‘공룡과 병아리의 전투’를 연상케 한다. 우리에겐 뛸 수 있는 두 다리와 생명을 담은 열정이 있지만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원사업의 형태와 규모의 한계는 지역의 단체들이 균등하게 경쟁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단체는 경쟁력 있는 단체로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이었다. 이러한 환경을 극복해보고자 청기사는 단체의 안정화와 발전을 위해 패밀리 제도를 만들었다. 지원사업을 통해 기본 교육을 진행하고 자체 회비로 진행된 현장교육을 통해 형성된 팀들에게-프로필 사진과 디자인을 입힌 소개서, 음악 디렉션 등-투자했으며, 의미 있는 행사에는 단체 적립금을 활용해 활동비를 지급, 어떤 행사든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지역예술인의 성장을 위한 더 많은 관심과 지원

시작한 첫해, 첫 앨범, 첫 음악인 ‘청기사 1집’이 이런 노력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탄생되었다. 우리 청년문화기획사업단에게 2019년은 정말 의미 있는 해가 아닐 수 없다. 목포 출신의 이성현 작곡가의 참여로 체계적인 교육이 진행되었고 작곡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다. 직접 작곡한 음원은 탄탄했다는 평도 들었고, 다양한 활동기회로 무대 실력도 점차 발전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우리 계획은 앨범을 통해 2기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배우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2020년 우리의 목표이다. 이런 목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도시 규모 그리고 지역 인구에 비례한 지원이 아닌 지역에 특화된 지원사업이 발굴되어, 더욱 참여 가능한 지역형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와 함께 우리 지역예술인들은 ‘지역적 거주 의미의 단체’가 아닌 ‘지역의 색깔’을 담아내는 전문예술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지향해야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 전에 지역이라는 한계나 격차 없이, 그리고 열정 가득한 지역예술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