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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이 개최한 ‘장애인 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미있는 발표가 있었다. 장문원에서 실시한 〈2019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 발표가 그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근화 박사가 책임연구한 이번 조사결과는 거의 국내 최초로 시행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간 조사가 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유에 초점이 맞춰진데 반해, 이번 조사는 장애예술인과 장애인 예술활동가를 표본집단으로 예술창작 활동에 주안점을 두어 조사되었다. 그렇기에 장애인의 예술인 활동 현황과 창작 여건 등 전반적인 양상을 파악하는 첫 밑그림을 그렸다는데 의의가 크다 하겠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장애인 예술활동가’와 ‘장애예술인’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창작과 전시/공연을 펼치고 있는 잠재적 장애예술인을 ‘장애인 예술활동가’로 규정하고, 협회소속, 예술활동증명, 수상경험, 전국단위 행사 초청 여부, 예술인으로서의 인식 등 5가지 기준에 1가지라도 해당하는 이들을 ‘장애예술인’이라고 구분하였다. 그 결과 장애예술인은 5,972명, 장애인 예술활동가는 25,722명으로 추정되었다.
장애예술인의 장애유형은 지적장애가 35.1%로 가장 많았으며, 지체장애 23.1%, 자폐성장애 13.9% 순으로 나타났다.(그림01) 그리고 장애예술인 중 38.3%가 ‘서양음악’ 분야에서 활동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문학’ 분야(18%), ‘미술’ 분야(17.2%) 순이었다. (그림02)
그리고 장애예술인이 활동분야에서 활동한 기간은 평균 7.6년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응답은 ‘10년 이상’이라는 응답으로 38.8%였다.(그림03) 장애유형별로는 지체장애예술인의 평균활동 기간이 8.7년으로 가장 길었다. 최근 3년간 출판/발표/공연/전시 횟수는 국내 평균 10.4회, 해외 평균이 0.3회로 조사되었다.
한편, 창작 및 발표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발표/전시/공연 시설 부족 29.0%, 연습/창작공간 부족 21.6% 순의 응답을 나타냈으며, 전문 예술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58.9%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실질적인 정책 마련의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음으로는 장애예술인들의 예술인 지원사업에 대한 인식에 대해 살펴보자. 응답자의 과반은 예술활동 관련 지원을 받은 적이 없는 것(62.0%)으로 조사되었다. 공공지원을 받은 경험자는 29.2%, 민간지원을 받은 경험자는 12.0%였다.
그렇다면 예술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보통이 39.2%,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2.4%, 만족한다는 응답이 23.4% 순으로 집계되었다. 전반적으로 100점 만점에서 평균 47.7점으로 나타났다.(그림04)
그렇다면 장애예술인들은 향후 예술활동에 필요한 지원으로 무엇을 첫손에 꼽을까.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창작 기금/수혜자 확대’가 가장 필요하다(66.3%)고 응답했다.(그림05) 그 다음으로 역량강화 교육/재교육, 홍보/마케팅 등 프로모션 지원, 지원사업 관련 자문 등의 순으로 필요한 지원을 꼽았다. 향후 장애예술인의 활동 활성화와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에 주요한 나침반이 되어주는 설문 결과라 하겠다.
위의 조사결과로 우리는 장애예술의 변화와 확장, 성장의 궤적을 기록할 수 있는 팩트를 얻었다. 그 시작점은 성장의 로드맵을 그리는데 꼭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 비장애로 구분하여 배제하지 않는 따스한 시각이다. 다른 몸이고, 다른 감각이고, 다른 리듬일 뿐,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꿈꾸며 예술을 한다. 몸과 마음, 그 어떤 식의 결핍이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한 욕망이 표현을 낳고, 예술을 꽃피우게 한다. 그래서 너와 나, 우리는 모두 장애예술인이다. 그런 감수성을 가지고 이제 공존의 희망 로드맵을 함께 그려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