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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예술인 복지정책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창작준비금지원사업’은 준비기간이 긴 예술활동의 특성을 고려해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안정적인 창작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특히 저소득 예술인의 경우 예술활동 외적인 이유로 예술활동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창작준비금은 별도의 수입이 없는 준비기간에도 예술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하고자 한다. 창작준비금지원사업은 예술인 복지정책의 실행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전체 예산의 약 63.0%(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사업으로, 예술인 복지정책이 수립된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예술인들이 창작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장르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준비-계획수립-섭외-제작-실행-결산’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공통적인 것은 모든 예술 작품은 가장 초기 단계에 ‘준비기간’을 가지는데, 준비기간은 작품 창작을 위한 영감을 받고 작품의 주제 및 방향을 결정하고 개발하는 단계이다. 이는 예술 창작의 주제와 주요 내용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로, 이 기간에 창의적으로 개발된 아이디어는 작품 전체의 차별성 및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충실한 준비기간을 가진 예술인이 훌륭한 예술 작품을 생산해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준비기간은 가시적으로 예술활동이 일어나는 기간이 아니므로 예술인의 수입이 급격히 감소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예술활동 외적인 이유로 예술활동 지속 여부가 가장 불투명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창작준비금지원사업은 이렇게 예술 창작에 있어 그 중요성이 매우 높으나 예술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준비기간’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예술 창작의 특수성을 고려해 맞춤화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재능있는 예술인들이 중도에 예술활동을 포기하지 않고, 중요한 준비기간을 충실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우리 문화예술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창작준비금지원사업을 받은 예술인들에 따르면, 창작준비금은 단순히 지원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활동이 지지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여 예술인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지속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 지원금을 받았다는 것은 예술인에게 창작해야 한다는 또 다른 사명감을 제공하였으며, 계속 창작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술인들은 준비기간이 예술 창작에 대한 깊은 탐구와 고민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당장의 생계 문제로 인해 예술활동이 뒤로 밀리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은 이러한 겸업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좀 더 창작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선사하며 창작활동에 충실도를 높이는 데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준비금을 받은 경험이 있는 예술인 1,6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8.4%의 예술인이 창작준비금 수혜 이후 예술활동에 투여하는 시간이 증가했다고 밝혀, 창작준비금이 실질적으로 예술활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인이 준비기간에 경험하는 어려움은 주로 ‘당장의 수입 감소로 향후 예술활동의 지속여부 불투명(34%)’과 ‘경제활동으로 인해 예술활동 준비에 투자할 시간 부족(31%)’이었는데, 창작준비금은 ‘심리적 안정감’, ‘겸업 활동의 필요성이 줄어 예술활동에 투여할 시간이 증가’, ‘예술활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높아짐’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한 창작준비금은 준비단계에 필요한 투자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창작물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가져오는 아이디어의 발굴과 개발을 충실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작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예술인은 준비기간 동안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꿈꾸고 시도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창작준비금은 그동안 포기했거나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실험적인 예술작업을 시도하기 위한 준비에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준비기간에 필요한 비용이 지원되면서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것에 투자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향후 자신의 예술활동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1인당 300만 원(신진예술인은 200만원)을 정액 일시금으로 교부하는 방식은 수혜 예술인들로 하여금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하였고, 자신의 다양한 필요에 맞게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지원금 신청과 수혜에 있어서 편의성도 증가했다. 이전에는 신청과정에서 다양한 서류를 제출해야만 신청할 수 있어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현재는 매우 간략화 된 것이다. 이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의 부처간 협의로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을 연계하면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심사에 필요한 지원자의 정보만을 신청서류에 작성하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지원사업의 업무처리 절차가 매우 효율화되고 제출서류도 간소화되어 행정 편의성 및 접근성이 크게 증진되었다.
이와 같이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은 예술인의 직업 사이클을 고려하고 이들의 작업 특수성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예술인의 예술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예술인이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문화예술정책의 한 분야인 예술인 복지정책이 우리 문화예술 분야의 풍부하고 다양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예술 창작에 필요한 중요한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고안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창작준비금 제도가 예술인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써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업의 질적 관리 구조 강화가 중요하다. 대규모 국고가 투여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리할 조직 구조가 아직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창작준비금 지원제도가 국고의 정당한 관리 구조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조직 규모를 가져야 하며, 수혜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도울 수 있는 관리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본 글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창작준비금 제도 발전방안 연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차민경은 ㈜크레디아, CJ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으로 주로 공연예술, 예술경영, 예술인복지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