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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6

202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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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을 위한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심리적 어려움으로 자살을 고민하는 주변의 예술인들을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위기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연계해주는 게이트키퍼(gate keeper, 문지기)의 역할을 알려주는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이하 생명지킴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5월 3일 주지영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이 강사로 나와 진행한 온라인 교육 내용을 공유한다.


생명지킴이의 역할

봄은 자살예방 전문가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할 정도로 자살이 급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연초에 세워둔 계획들이 지연 혹은 불발된 후 심리적 절망감이 자살로 이끄는 ‘깨진 약속 효과’가 나타나고, 갑자기 늘어난 일조량에 의해 감정불안이나 동요가 심해지기도 한다.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겨울을 지나 일조량이 늘고 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이쯤에서 끝내자’라고 스스로 통제감을 발휘하여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대중 교육 및 캠페인, 다른 진료과목 의사에 대한 교육, 다양한 상담 및 치료,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자살수단(총, 가스, 수면제 등)에 대한 접근 제한, 미디어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생명지킴이 교육은 실제 자살 위험을 33~40%가량 감소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생명지킴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일까. 주지영 부센터장은 자살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당사자에 대한) 행동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어느 경우에서도 자살은 ‘절대로 옳지 않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게까지 고통스럽다면 나도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주지영 부센터장은 전자는 부정적 태도, 후자는 공감하는 태도인데 각각의 태도에 위험성이 있다고 말한다. “왜 죽으려고 하느냐. 자살은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 힘을 내자”라는 식의 자살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당사자로 하여금 자신이 느끼는 고통과 압박감을 털어놓지 못하게 만든다. 반면 “오죽 힘들었으면…. 얘기를 들어보니 나 같아도 그랬을 거다”라는 지나친 감정이입은 자살에 대한 허용 혹은 수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생명지킴이는 부정도 공감도 아닌 양가적 태도로 ‘더블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겠다. 하지만 자살이나 자해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는 말처럼 당사자의 괴로움과 아픔을 인정하지만,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걱정된다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여야 한다.


예술인들을 자살하게 만드는 원인은 ▲정신과적 증상 ▲대인관계 ▲악성기사·댓글 ▲예술과정 인정과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외로움·고립 ▲신체 질병 등 다양하다. 그러나 보통은 이러한 ‘취약요인’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되어 자살을 결심·실행하게 만든다고 한다. 주지영 부센터장은 이런 취약요인 못지않게 고통과 외로움에 이미 만성화된 예술인이 자살을 결심하게 만든 ‘망치’(촉발요인)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술인들의 자살을 부추기는 위험요인들은 ▲물리적·정서적 고립 ▲대외적 이미지와 자아의 간극 ▲예술작업에서 오는 보상 스트레스 ▲우울과 대인기피 ▲감정적 부조화 등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살을 예방해야 할까? 위험요인을 낮추고 보호요인을 강화하는 ‘생명보호 전략’이 필요하다.

보호요인의 핵심은 당사자를 존중해주고 경청해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다. 친구, 가족, 지인 등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자살예방 인식을 갖추고 당사자와 연결되느냐가 핵심이다. 그 외에도 산책, 명상, 운동 등 몸의 이완을 만들어주는 정기적 활동, 종교적 신념이나 영성, 그리고 상담 및 약물복용과 같은 정신의학적 치료 노력 등에 대한 인정이 보호요인을 강화해줄 수 있다.



▲ 자살의 징후를 포착하는 법(강의안: 주지영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자살예방의 핵심은 ‘자살 신호(자살 징후)’를 알아차리는 것

자살예방의 핵심은 ‘자살 신호(자살 징후)’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2022년 국내 자살사망자의 심리부검 결과 94%가 사망 전 자살을 직접 언급하는 등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자살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면 당사자의 말(언어)과 처지(상황)와 행동을 종합해서 봐야 한다.

자살을 ‘언급’하는 사람은 그것을 시도하고 계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떤 신호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자살 계획을 엄청 친밀한 사람에게는 도리어 털어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심야에 보내온 “고마웠다”는 문자 메시지가 불길하게 느껴진다면 “괜찮아?, 무슨 일 있어?”라고 먼저 말을 거는 용기를 내야 한다.

“괜한 짐작이라고 넘기지 말고, 직접적으로 자살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 혹시라도 죽고 싶다고 생각했느냐고 묻고 답을 기다려줘야 한다. 그리고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당사자의 말에 힘내라든가, 잘 버텨왔는데 왜 그래라든가 이런 긍정적 태도를 강요해선 안 된다. 고통에 공감하고 치유적인 태도로 말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 주지영 부센터장의 당부이다.

행동에서 징후가 보이기도 한다. 식사 수면 상태의 변화, 주변 정리, 심한 감정기복, 외모에 대한 무관심, 자해행동, 대인기피, 흥미 상실 등이 그 징후다. 스스로 마음의 어려움이 없다고 하면서도, 소화불량과 두통 등 신체적 불편과 고통을 꾸준히 호소하는 것도 살펴야 한다. 대부분 스몰 트라우마를 겪어온 사람들이 이런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성장할 때 격려와 인정을 받지 못한 경험, 성취를 해내야만 존재를 인정받던 경험, 힘들 때 위로받지 못한 경험에 노출된 이들은 자신이 나약하고 모자라고 비도덕적인 사람이라 보일까봐 자신의 고통을 외부로 드러내는 걸 어려워하고 스스로 도움을 청하기 어려워한다.



▲ 자살 시도자에게 명확하게 물어야 할 5가지 질문

(강의안: 주지영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




이러한 자살 징후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특히 위의 다섯 가지 질문(자살생각, 자살계획, 자살수단, 자살 D-DAY, 과거 시도력)은 꼭 던져야 하며, 위의 질문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고 하면 반드시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 국가자살예방상담전화 109 등 전문기관과 연결하는 상담전화를 안내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112나 119로 바로 연결이 필요할 수도 있다. 주지영 부센터장은 “힘들겠지만 질문을 던지고 5초를 기다려주는 것. 그때가 바로 골든타임일 수 있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예술활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예술인들은 마음이 약해지기 쉽다. 동료 예술인들이 서로에게 든든한 지킴이가 되어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2차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은 6월 27일 진행되니 관심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하자. 교육일 하루 전에 문자와 이메일로 수업 참여용 링크를 보내준다. 수료증 발급을 원하면 수업 후 설문조사에서 신청하면 된다.


* 신청링크 〈〈 클릭!


문의: 교육 내용 및 수료증 관련_02-3668-0269 / counseling@kawf.kr

         교육 신청 및 줌 링크 관련_02-398-7634 / jobinno@kp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