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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7

202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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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아는 것이 힘!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는 알아야 합니다
박경신 교수


문화예술 관련 저작권 및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박경신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권익보호 교육’을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인기 강사이다. 지난 6월에도 재단의 〈예술인을 위한 표준계약서〉 특강에서 시각예술과 디자인·공예 분야를 맡아 강의를 진행했던 박경신 교수를 만났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권익보호 교육’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평소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미술 전시 관람이 무척 자연스러운 일상이었고 갤러리에서 인턴을 하며, 전시와 미술품 매매 관련 계약들을 접하게 되면서 제 관심 분야와 전공을 연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술품 감정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고 저작권을 비롯한 문화예술 관련법을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서 뉴욕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뉴욕의 로스쿨과 다양한 문화예술기관에서 문화예술과 연관된 다양한 법적 쟁점을 접하면서 창작자와 소비자, 매개자 모두가 다양한 법률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실감하게 되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문화예술 관련 법제도 연구에 참여하고 대학과 문화예술 관련 기관에서 강의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재단 담당자로부터 들어보니, 교수님 강의가 특히 반응이 좋다고 하는데요.  

아직 정량적 평가를 해보지 않아서 제 강의가 예술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릅니다만, 강의 내용이 실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뿌듯해요. 또한 저로서는 강의를 통해 현장 예술인들을 직접 만나고 실제 사례나 애로사항들을 접하고 이런 경우에는 관련 법률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추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등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연구하게 되기 때문에, 전문성을 기를 수 있어 도움이 되지요. 그런 점에서 현장의 예술인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시나요?

예술인 관련해서는 문화예술 분야의 모법(母法)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진흥법」을 비롯해 「예술인복지법」 등 유관 법률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주로 시각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런 문화예술 관련 법률뿐 아니라 저작권 관련 강의도 많이 합니다. 요즘 예술인들이 창작물의 ‘권리화’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등도 함께 다루고요. 또 연구에 직접 참여했던 예술인 고용보험 관련해서는 「고용보험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은 기본적으로 민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민법 관련 기본 내용도 함께 다루죠. 

사실, 관련 법률의 주요 내용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술인들에게는 이런 법률들이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실제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기 때문에 제 강의에서는 가급적 실제 사례에서 법원이 내린 판결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계약서인데요, 내가 어떤 권리를 습득하느냐는 내가 어떤 계약을 체결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계약서 작성 시 유의할 점, 특히 미술, 공예, 디자인 등 시각예술 분야의 계약서 작성 시 장르 특성을 감안하여 특히 더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을 안내합니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특히 유념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시각예술 장르의 특수성이 계약서에 반영되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미술작품은 운송이나 설치 혹은 전시 중에도 파손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파손이나 보험에 대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 미술 분야의 경우 전시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아티스트에 대한 규정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외에도 야외에 설치되는 미술작품의 경우 설치 장소의 이전이나 철거 절차가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어야 추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예술인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특성상 최종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반드시 계약서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저작권법」상 업무상 저작물 규정에 따라 아티스트가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저작권은 회사에 있습니다. 그러나 프리랜서 예술인들이 일반적으로 체결하는 도급계약을 통한 저작물의 경우 업무상 저작물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해석인데요. 따라서 발주처에 저작재산권을 양도하지 않는다면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예술인에게 있고 이를 계약서에 명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 분야의 경우 최종 결과물을 만들기 전에 주고받았던 시안이나 모형 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텐데, 이러한 중간 결과물이 발주처에 의해 무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면 이러한 중간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시각예술 분야라 하더라도 각 매체의 특수성이 계약에 영향을 미칩니다. 가령 시각예술 분야에 포함되어 있는 미술과 공예 분야도 조금씩 다르거든요. 일반적으로 미술작품은 부가가치세가 적용이 되지 않는 반면, 공예의 경우 계약 실무상 전반적으로 부가가치세가 적용됩니다. 이런 차이가 계약서에 반영되어야 하는 거죠. 최근에는 예술인고용보험이 적용되면서 계약서의 형태가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예술인고용보험에서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은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인 인건비 항목입니다. 그런데 이전까지 계약 형태를 보면, 인건비, 재료비 등을 구분하지 않고 총액으로 지급되었는데요. 이런 경우 예술인 고용보험료 산정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는 거죠. 이제는 인건비, 재료비, 저작권 사용료 등을 나눠서 계약서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이처럼 올바른 계약서 작성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 특히 최근에 개정되거나 새로 도입된 제도들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예술인 권익보호 교육’은 왜 들어야 할까요?

관련 법률관계에 대해 모를수록 계약을 체결 절차는 단순합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아지고, 그게 곧 예술인들을 지키는 힘이 됩니다. 아는 게 힘이라고 하잖아요. 예를 들어 저작물 이용 허락 계약을 체결할 때 이용 범위와 조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라고 안내하는데요. 교육을 듣고 나면 단순히 오프라인 상에서만 이용할 수 있게 할 건지, 온라인상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할 건지, 나아가 온라인상에서도 어떤 매체를 이용할 건지, 이미지 같은 경우에 다운받을 수 있게 할 건지, 아니면 스트리밍으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건지 등을 고려하게 되는 거죠. ‘예술인 권익보호 교육’을 들으면 이런 부분까지 고민할 수 있게 되고, 그 고민을 계약서에 반영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되는 거지요. 

다만,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종종 강의 후에 이미 체결된 계약서에 강의 중 언급한 조항이 없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한번 계약이 체결된 후에는 이를 변경하거나 무효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아요. 따라서 ‘예술인 권익보호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이해도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계약 체결 전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법률 컨설팅 같은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표준계약서를 사용한다면, 앞서 말씀해주신 이런 어려움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표준계약서의 경우 협상력에 우위를 가지지 못하는 예술인들의 애로사항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실제로 예술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준계약서가 ‘만능’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표준계약서는 가이드일 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최근 들어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불과 2~3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흐름이 있고요. 이에 맞춰서 표준계약서 역시 개정되고 있지만 실제 예술 현장을 100% 반영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만약 지금 어떤 프로젝트로 계약을 하려할 때 표준계약서에 없는 내용이 있다면 당연히 계약서에 추가로 넣어야 하는 거죠.


예술인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NFT 시장이 커지면서 자주 언급되는 표현 중 하나가 “Do Your Own Research”인데요. 스스로 조사하고 검토하라는 의미인데, 비단 NFT뿐만 아니라 예술인이 계약이나 법률관계를 검토할 때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별 사안별로 전문가의 조언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전에 예술인으로서 관련 법률에 의하여 어떤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예술인의 권리와 관련한 법원의 판결들도 틈틈이 찾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가 체결하고자 하는 계약을 통해 어떤 권리를 갖게 되는지와 어떤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전문가의 조언이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에 서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당하게 권리가 침해당한 경우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인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알고 있는 법률 지식과 활용하고 있는 계약서 양식이 정확한지 그리고 최신 버전인지 반드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법률 지식과 계약서 양식을 쉽게 입수할 수 있지만, 그만큼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많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 계약서 양식들도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유관 법률이나 표준계약서 개정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예술인권리보장법」이라는 중요한 법이 제정되어 9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기회가 있는 대로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법률 정보를 습득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NFT 마켓 플레이스, 메타버스 플랫폼 등의 약관도 계약이기 때문에 약관의 내용도 꼼꼼하게 살펴보시라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특히 수수료나 해당 플랫폼이 예술인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계약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추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한 후에 이를 계약서에 반영하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특정 전시나 지원사업을 통해 만든 결과물을 추후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면, 저작권 특히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반드시 확보해 놓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