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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재단은 2011년 「예술인복지법」 제정 이후 예술인복지 제도와 사업을 통해 직업인으로서 예술인이 배제된 법·제도적 장치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그리고 예술인의 권리와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예술인의 ‘창작안전망 구축’을 위해 달려왔다.
예술인복지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성과와 예술현장에서의 긍정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난 10년 동안 예술인복지라는 제도 속에서 예술인의 삶과 생존에 대해 공공기관은 어떻게 연대하고 지지할 것인가, 예술인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등 다양한 질문을 예술현장에 계속 던지고 있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인의 정의와 관련된 의제 역시 지난 10년간 쉼 없이 고민해온 지점이다. 예술인복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복지에서 말하는 ‘예술인’에 대한 정의와 예술인복지에서 ‘복지’가 의미하는 바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예술인복지 제도를 설계하면서 가장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누가 예술인인가”라는 물음이었다. 물론 예술인복지의 근거가 되는 「예술인복지법」상 정의도 있고 학술적 정의도 있고 예술현장에서 주장하는 정의도 있다. 모든 이론과 주장에는 각각의 논리와 근거가 있지만 “예술인은 예술창작의 과정 혹은 결과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자기 자신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정의에 동의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인정은 예술인의 실존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회로부터의 인정은 사회적 지위와 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완성되도록 연대하는 것이 ‘예술인복지’다.
그러나 국가가 또는 법령이 ‘예술인’을 정의하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예술인복지에서는 ‘예술인에 대한 정의’보다는 ‘정책 대상자로서 예술인의 범위’를 설정하는 〈예술활동증명〉 제도를 설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공공재원 투입 대상을 명확히 함으로써 정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 복지정책의 대상인 ‘예술인’의 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한 제도로, 「예술인복지법」 제2조 제1호 및 동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에 따라 예술활동을 업(業)으로 하는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을 예술인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 인증, 등록 또는 승인제도가 아니라, 「예술인복지법」에 규정한 대로 예술을 ‘업(業)’으로 하여 활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예술활동증명〉의 예술 장르별 기준은 「예술인복지법」 제정 과정에서 각 장르의 예술활동 형태와 작품 발표 빈도 등을 고려하여 설계되었고, 예술 장르별 기준에 따른 공개발표한 작품(공연, 전시, 출간 등) 실적 또는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 증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불공정 피해로부터의 긴급지원, 예술인 산재보험과 사회보험료지원이 필요한 경우 보다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위축되었고 공연, 전시 등 발표 기회가 줄었다. 또한 예술계에 이제 막 진입한 신진·청년 예술인은 〈예술활동증명〉 기준을 충족하는 실적이 아직 없을 수 있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재난’ 등의 이유로 취소된 공연·전시 등을 예술활동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신진예술인 예술활동증명〉 제도를 신설해서 최근 2년 동안 1개의 실적만 있어도 〈예술활동증명〉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예술활동증명〉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시행하는 예술인복지 제도·사업뿐 아니라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행복주택 입주 시, 유치원·어린이집 입소 맞벌이 부부 확인 필요 시 인정 자료로 사용 가능하고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예술인 대상 코로나19 피해지원 신청 요건에도 예술활동증명 완료 자격을 적용하고 있어 〈예술활동증명〉의 필요성 및 실효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현장의 수요 급증에 따라 최근 3년간 〈예술활동증명〉 누적완료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 누적완료자 10만 명을 달성하였고, 2022년 현재 약 13만 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예술활동증명〉 신청 수요가 높아진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예술현장의 피해가 그만큼 광범위하고 지원을 필요로 하는 예술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19는 예술창작 환경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 시도와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급속한 이동 등 기존의 창작방식과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의 ‘현재의 활동’을 확인하는 제도로서 예술현장의 높아진 수요, 변화된 환경이 빠르게 제도에 반영되고 현재의 특수성이 온전히 적용될 때 존재의 의미가 완성된다. 따라서 예술현장과의 긴밀한 소통, 변화된 환경에 대한 합리적 대응 등을 통해 현장성이 제도에 적용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시작된 지 10년이 되었다. 〈예술활동증명〉이 우리 사회의 ‘누구나 혹은 아무나’를 위한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예술작품을 통해 존재하는 누구나’가 〈예술활동증명〉 제도를 통해 자기 자신과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