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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차 김계환 변호사는 2014년부터 예술인 법률상담‧컨설팅 사업의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출연료·원고료 미지급 건이나 무대 위의 크고 작은 사고 산재 처리, 전시 중 작품 손상에 따른 보상 등 예술인이 겪는 다양한 법률 사건을 해결해왔다.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예술인과 관련한 제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는 김계환 변호사를 만났다.
어떤 계기로 예술인 법률상담‧컨설팅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2012~2013년 경 연극배우분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일이 있었습니다. 보험사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자문이 필요하다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저와 연수원 동기인 이영욱 변호사님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법률상담‧컨설팅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절 소개해주신 거죠. 이를 계기로 재단과 인연을 맺게 되며 법률상담‧컨설팅 사업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형사법을 전공했지만 사법연수원에서 저작권법을 전문분야로 선택해 공부했고, 저작권 관련 사건도 종종 다뤘기 때문에 제 경험이 예술인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주로 어떤 분야를 담당하시나요?
저희처럼 작은 로펌의 경우는 다양한 분야의 일을 다 해야 하지만, 저는 의료와 보험 분야의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술인과의 관련성이 적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가 맡은 사건 중에서 무대장치 일부가 머리로 떨어져 크게 다친 사고가 있었는데요. 항소심을 제가 맡아 진행했는데, 피해 예술인의 근로자성을 인정받게 해 산재 보상을 받도록 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재 보상과 관련해서는 자문은 물론 소송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쪽으로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인이 주로 겪는 법률문제의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소송지원까지 가는 사례들은 대부분 이런 경우인데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예술인들에게 돈을 지급해야 할 채무자인 업체들이 영세한 경우입니다. 소송을 이겨도 실제로 대가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상대방이 주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회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돈을 주고 싶어도 줄 돈이 없는 상황인 거죠. 그래도 강제집행 판결은 받으시라고 조언합니다. 왜냐하면 판결문만 있으면 10년 안에는 강제집행이 가능하거든요. 채무자인 회사, 기획자, 제작자 등이 다시 활동하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소송으로 해결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되고, 승소 판결을 받아도 실제 집행되는 경우가 적습니다.
일반 근로자라면 간이대지급금(구 소액체당금) 제도가 있어서 사업주가 폐업해도 체불임금을 전부 혹은 일부 받을 수 있는데, 예술인들은 그런 제도가 없어요. 다행히 최근에 배우, 스태프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간이대지급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예술 분야까지 근로자성 인정 범위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울러 예술인 법률상담‧컨설팅의 지원을 받으시면 비용의 부담 없이 법률상담을 진행하실 수 있으니 반드시 이용하셨으면 합니다.
2014년부터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는데 어떤 변화들이 느껴집니까?
컨설팅 요청 건수가 늘어나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접수를 보면 계약서 검토 건이 가장 많아졌는데, 특히 웹툰 작가와 플랫폼 업체 사이의 계약서, 소설 등 문학 분야의 작가와 출판사 또는 플랫폼 업체 사이의 계약서, 작곡가나 뮤지션과 제작사 사이의 계약서 등 분야도 다양해졌습니다. 표준계약서가 보편화되면서 출연료나 원고료 미지급 사례는 많이 줄었는데 대신 비슷비슷한 계약서 사이에서 독소조항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꼼꼼히 여러 번 검토해야 문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계약서 조항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는 예술인들은 그나마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분들일 거예요. 반면 신진예술인, 경력이 짧은 예술인들은 플랫폼 업체나 상대회사에 계약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이런 점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상담을 진행하면서 예술인들의 법 관련 이해도나 지식이 꽤 높아졌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지적재산권의 경우는 많은 예술인이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고 있는데요. 아마도 예술인들 스스로 강의도 많이 듣고 동료 예술인들과 활발히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서가 아닌가 합니다. 이런 법적 지식을 쌓는 것은 예술인만이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쟁 등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과거에는 계약서를 안 쓰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로 발생하는 문제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서면계약 위반 신고 등과 같은 제도가 생기면서 이런 경우가 많이 줄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드리지만 계약서 작성을 생활화하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서도 계약서는 반드시 쓰도록 하세요. 또한 계약서 작성 시 그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자주 접하게 되는 계약서, 출판계약서나 출연계약서 등 표준계약서를 찾아서 미리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의심이 되는 조항이 있다면 예술인 법률상담‧컨설팅을 통해 확인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분쟁이 생기기 전에, 늦어도 분쟁이 생긴 직후에 증거를 미리미리 수집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방과 중요한 사항을 협의할 때는 대화를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등 증거가 남는 대화수단으로 하고 이를 저장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출연료, 수익배분 등 미지급 사건의 경우 출연료 등의 미지급 상황이 반복될 경우 미리 채무확인서와 같은 문서를 받아두는 것이 향후 법적인 조치를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법률상담‧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보람되었던 일이 있다면.
걸그룹 연습생들과 소속사 사이의 전속계약해지와 관련하여 원만하게 해지합의를 할 수 있도록 중재해준 사건이 생각납니다. 소속사가 정규음반 제작과 데뷔를 시켜주기로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었고, 연습생들은 전속계약 상태에서는 다른 소속사와의 계약이 어려워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원만히 합의가 잘되어 기억에 남습니다.
반대로 안타까운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에 관람객에 의해 훼손되었는데 그에 따른 배상금액이 너무 적게 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결국 소송까지 가게 되었는데 법원은 작품 제작에 들어간 실비 정도만 배상하라고 판결을 하였고, 작품의 객관적 가치를 산정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작가가 적절한 배상을 받지 못한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전시를 하면서 이처럼 작품이 파손되는 경우가 많은데, 파손을 보장해주는 보험을 미리 들어두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법률상담‧컨설팅에 참여하면서 예술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법률상담‧컨설팅은 법률분쟁을 예방하고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덜 입도록 하는 백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약서만 잘 써놔도 분쟁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도 변호사는 분쟁 당사자가 문제 해결을 하는 데 필요한 조치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분쟁 상대방에서 보낼 내용증명 작성 등 문서 작성을 도와주거나 분쟁 당사자들 사이에 적절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합의서 작성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쟁이 발생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럴 때 변호사는 증거 수집이라든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미리 안내드릴 수 있습니다. 병에 걸리더라도 초기에 치료를 받느냐 나중에 병이 진행된 후에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건강 상태가 다르지 않습니까. 변호사를 찾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분쟁을 막고 분쟁을 겪고 있는 당사자가 부적절한 행동과 선택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보다 나아진 데에는 예술인들의 열정과 헌신, 노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인들 덕분에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죠. 이제는 사회가 예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찾아내고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보완해, 그들이 창작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