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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뉴스

집중 기획 예술인과 가족

우리는 예술인 가족

2019. 2

창조적 유전자가 과연 존재하는가는 예술인이나 예술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오랜 관심사였다. 미국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는 창조적 습관을 다룬 저서에서 우리 모두에게 창조적 코드의 가닥들이 있고, 그것이 우리의 상상력 안에 회로처럼 얽혀 있어 우리의 창조적 충동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예술인 한 명 한 명이 가진 창조적 유전자는 그들이 “어떤 형태의 작업을 할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며, 또 어떻게 들려줄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며 이를 창조적 인격 혹은 창조적 회로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런 유전자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예술인 가족이 그 유전자의 영향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큰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역사 속 예술인 가족들이 주는 몇 가지 메시지로 짐작해볼 수 있는 건, 창조성이 고양되는 환경 안에서 예술인이 될 확률은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보다 높다는 정도일 것이다. 지금 소개할 가족들처럼.

든든한 동행, 류민자 화가 가족

지난해 ‘대한민국 미술인상 시상식’에서 본상을 수상한 류민자(77) 한국화가는 현재 양평군립미술관 관장이기도 하다. 한국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과거 전통적 장르 구분의 구속 없이 장르를 해체한 것으로 평가받는 그의 작품은 재료부터 기법과 내용의 성실한 변화를 겪어왔다. 특히 세상의 모순을 화폭에서 합일하려는 시도는 인상적이다.

1989년 작고한 남편 하인두 작가는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불린다. 두 사람의 만남은 개인적 인연을 넘어서 한국 현대회화사의 작은 사건이었다. 딸 하태임, 아들 하태범 씨도 작가가 되었고, 둘은 각각 사진작가 남편과 조각가 아내를 만났다. 하인두 작가가 작고한 지 20년이 되던 해인 2009년에 류민자 화가 가족은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오색동행전〉을 열기도 했다.

같은 방향을 보면서 가장 긴 시간을 함께 사는 가족들은 싫든 좋든 서로 스며드는 부분이 생긴다. 예술인에게 가족은 그래서 위안인 동시에 짐이고, 특히 같은 예술인이라면 서로의 세계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기 마련일 텐데 류민자 화가 가족들은 다른 노선을 걷는 듯 보인다. 그들은 각자의 세계를 존중하며 서로에게 동료로, 예술이라는 긴 길의 동행으로 걸어가고 있다.

용곡예가(龍谷藝家), 조기동 서예가 가족

남도의 유명한 예술 가문인 조기동 서예가 가족. 지난 1월 8일 91세의 일기로 별세한, 행서와 초서의 대가인 조기동 서예가는 40여 년 동안 용곡서예원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서예가를 배출했고, ‘20세기를 빛낸 학원인 대상’, ‘전라남도 문화상’ 등을 수상하며 남도 서예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그의 가족이 ‘용곡예가’로 불리는 건 자기 장르에서 인정받고 있는 예술인 자녀들 때문이다. 장녀 조정아 씨는 한국화가로, 장남 조재호 씨는 도예가로, 차녀 조영랑 씨는 서예가로, 차남 조진호 씨는 사진작가로, 4녀 조성옥 씨는 동양화와 도자기 전공자로 용곡예가를 이루고 있다. 모두 창작활동뿐 아니라 각자의 전공 분야와 심리치료를 연계해 연구소를 운영하거나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조기동 서예가는 모든 자녀에게 한문과 서예 학습을 시킨 것으로 유명한데, 그 정신적 가르침을 허투루 하지 않은 자녀들은 예술 작업에서도 교육이나 상담 현장에서도 그 가치를 중요하게 재현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

하인두 만다라, 류민자 정토, 용곡 조기동 도처청풍(到處淸風) 하인두 〈만다라〉 / 류민자 〈정토3〉 / 용곡 조기동〈도처청풍(到處淸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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