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사는 예술인
2018. 82009년 UN이 100세 시대(Homo Hundred)의 도래를 공표한 이후로도 인류 기대수명은 매일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라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는 의미이다. 자연히 정년 연장, 노후 준비, 노인 부양, 노인 빈곤 등 관련 논의와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년 이후 ‘제2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년 후 이어지는 30, 40년이란 시간이 지금으로서는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100년 이상을 사는 일이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간을 상상하는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진 생애주기도, 일생을 상상하는 틀도 모두 평균 수명 75세 시대에 맞춰져 있다. 100세를 넘어 기대수명이 매일 5시간씩 늘어나고 있는 지금, 60세를 정년이라 하는 것이나 70세와 90세를 똑같이 노인으로 부르는 것 모두 현실적이지 않다. 수평적 시간관의 추가 조금 더 미래 쪽으로 움직이는 정도의 인식으로는 이 엄청난 고령화 속도와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학자들은 일찌감치 예술에서 해답을 찾았다.
‘창의적 노화’, ‘예술적 나이듦’, ‘자기몰두형 삶’ 등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예술인들이 시공간을 자유롭게 상상하는 바로 그 방식이 계속 늘어나는 수명을 그려보고 살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틀을 제안하는 데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이곳을 살아가는 예술인에게 이 고령화 속도와 수명 연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회 정년제도 밖에 있는 예술인이 생각하는 예술인의 정년은 언제까지일까. 그 시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변수는 무엇일까.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들에게도 예술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개인적·현실적 정년 이후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번 호 〈예술인〉 기획은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자료조사와 함께 진행한 설문에서 예술인들은 기대 이상의 답변을 돌려주었다.
이번 호 집중기획은 먼저, 정년의 일반적인 의미를 시작으로 사회적 정년과 예술인의 관계, 예술인의 특별한 정년을 차례로 정리하고 예술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결정적 요인들을 살펴볼 것이다. 이어서 예술인의 정년 이후를 지원하는 단체와 정년 이후를 사는 예술인의 모습, 100세 시대에 맞춰 변모한 예술 작업도 소개한다. 끝으로 설문에 참여한 다양한 예술인의 예리하고 충실한 의견들을 소개할 것이다. 예술인들의 귀한 의견이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