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참여예술인 오리엔테이션
2018. 6“예술인이 다양한 사회분야에서 새로운 예술작업을 경험하고 예술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을 사회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하고 응원해야겠다는 인식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이다.”
지난 5월 10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있었던 참여예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희섭 대표는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공모사업 참여예술인 656명을 대상으로 오전과 오후 총 2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오리엔테이션 인사말에서 정 대표는 예술의 가치가 충분히 확산·공유되지 않은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인들에게 필수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오리엔테이션은 재단 비전과 주요 사업 소개를 시작으로 약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지역에서 참여하는 예술인들을 위해 행사를 오전과 오후 2회로 나누어 진행했으며 전체 참여자 중 3분의 1이 신규 참여자임을 감안해 사업소개와 꼭 필요한 실무교육이 이어졌다.
예술가치확산팀 담당자는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을 소개하면서 “11개 장르의 예술인 천여 명이 모여서 진행하는 사업에서 성공과 실패의 구분보다 중요한 건 과정”이라고 참가한 예술인들을 독려했다. 사업의 진정한 취지와 재단에서 무게를 싣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5년 차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제 재단 사업 담당자들도 사업의 방향과 철학에 대해 확실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중간 휴식 시간에 예술인들은 로비에 마련된 저작권, 산재보험 상담 부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2부에 마련된 계약 및 저작권 강의는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상담팀의 백경태 변호사가 맡았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법 강의를 재치 있게 진행하면서 백 변호사는 “친구 사이라도 서면 계약은 반드시 작성”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성폭력·성희롱 예방 강의를 예술인이 직접 기획하고 강의하여 참석자들의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예술계 특성에 밝은 배우이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에서 활동해 온 상담가이기도 한 이산(양현경) 강사는 피해자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는 일조차 쉽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피해자를 만들고 또한 피해자의 말에 귀 기울이기도 어렵게 한다”면서, “이러한 통념이 강할수록 가해자에게 감정이입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권 문제는 한 발 나가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성 평등 문제도 마찬가지라면서, 미투 운동을 통해 분명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질 거라고 전망했다(자세한 내용은 '예술인을 만나다' 참조).
2018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의 슬로건, ‘예술 새로 봄, 다시 봄’은 참여기업·기관 입장에서는 참여예술인들의 작업을 통해 예술을 새로 보고 다시 보는 기회가 되고, 예술인들은 예술로 기업과 기관의 니즈를 새로 보고 다시 보게 된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예술인들이 이 사업을 통해 자기 예술 세계를 새로 보고 다시 보게 되는, 예술인의 성장을 돕는 적극적인 사업이 되면 좋겠다고 정 대표는 덧붙였다.
한편, 재단은 참여예술인들이 평소와 다른 작업환경에서 일하다가 불행히 당할 수 있는 사고를 고려해 모든 참여예술인의 산재보험 일괄 가입을 고려했으나 행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설명하고, 산재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기도 했다.
이렇게 올해도 예술 가치 확산을 위한 예술인들의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예술인의 발걸음, 손길, 눈빛으로 세상은 또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김영빈(화가, 서양화)
2016년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안산시 선부동 선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작업했는데 연극인 네 명, 미술가 한 명과 함께 여러 가지 기획안을 놓고 몇 달 동안 회의를 진행했다. 대부분 기관과 협의가 되지 않아서 결렬되었다. 최종적으로 ‘선녀골 이야기’(선부동의 옛 이름이 선녀골)라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여성의 일과를 약 5분 길이의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복지관 홍보에 기여했다.
2018년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서 진행할 작업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인 ‘꿈고래놀이터’에서 희곡작가, 연출가, 배우 세 분과 함께 연 1회 발달장애학생들이 펼치는 ‘꿈고래예술제(가칭)’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곳에서 심리치료, 미술치료, 언어치료 등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합동작업 전시, 개인 전시, 간단한 상황극 등을 기획하고 있다. 장애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예술제와 같은 예술향유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자신감과 행복감이 증진하는 걸 목표로 한다. 기획과 실행을 위한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참여예술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소감저작권 관련 강의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실제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의 실례를 몇 개 들어 비교적 성공한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를 소개했다면 앞으로 사업 기획에 유용한 정보가 되지 않았을까. 조금 아쉽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 하고 싶은 제언취지와 과정이 좋은 사업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다만, 몸이 불편한 장애예술인들이 참여하기 힘든 사업임을 얘기하고 싶다. 기업과 기관의 니즈가 신체 활동을 전제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예술 지도 등 장애예술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이 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아 제외하기 때문에 참여할 수 있는 폭이 좁다. 기업과 기관의 주차 공간, 엘리베이터, 회의와 작업 공간 등 접근성 문제도 장애예술인들에게는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