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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하도서관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중앙도서관이다. 하지만 공간을 넘어 책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조금 특별한 도서관이다. 정보와 문화가 있는 도서관에서 ‘사람’과 함께 성장하고, 공감하고, 동행하기를 기대하는 이곳에 예술이 더해졌다. 올해의 교하도서관 협업팀은 예술로(路) 사업의 파트너로서 교하도서관의 가치를 실현했다. 그들의 인연은 3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하니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협업활동기간 | 2020년 5월~10월(6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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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예술인 | 오세나(미술) |
참여예술인 | 김윤경(미술), 김주환(연극), 김형석(사진), 조계향(문학), 조슬기(미술) |
A1_ 2018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역량강화 사업〉에서 만났다. 사업은 온·오프라인 강의와 현장실습으로 구성됐고, 참여한 6명의 예술인은 실습 기관으로 교하도서관에 매칭되어 지금까지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예술인 역량강화 사업 때 받은 교육은 사회 안에서 예술의 방향성과 역할에 대해 사고 전환을 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번 예술로(路) 사업에 우리만의 철학을 담을 수 있었다. 교하도서관 또한 오래전부터 예술인과 협업해온 기관이라 사업 이해도가 높았다. 그래서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I AM GROUND(아이 엠 그라운드)〉로 완성된 교하도서관의 모습
A2_ 예술로(路) 사업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은 타 장르의 예술인들과 협업에 있지 않을까 싶다. 2년여 동안 타 장르와 소통한 경험은 다름의 미학, 융합적 사고, 예술적 유대감을 주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예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물론 처음엔 낯설기도,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데 시간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올해 예술로(路) 사업으로 더 끈끈해진 것 같다. 독수리 6형제 팀이 꾸려진 기분이랄까? 우리 팀은 이제 어떤 기획이라도 진행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더 의미 있고 신나는 기획으로.
A3_ 작년 교하도서관과 예술로(路) 사업을 할 때, 도서관이 마을로 들어가 예술적 개입을 통해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책으로 제작했다. 물리적 제약으로 아쉬웠던 부분을 올해 공간으로 확장시켜 더 많은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나’를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나와 우리를 연결하고 소통,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나와 마을이자 공동체인 우리의 이야기를 교하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풀고 공유하고 싶었다. 이러한 철학을 문구로 표현한 것이 I AM GROUND*다. 물론 영감은 자기소개하는 게임에서 얻었다. “I am ground~ 자기소개하기~”
제작 후 발송 전인 ‘너 요즘 어때’ 키트(좌)와 지역 주민이 완성하여 보내준 키트를 언박싱하는 예술인들(우)
A4_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두의 일상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로 가득했다. 특히 마을 사람들과 직접 만나기 어려워 크게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예술로(路) 사업을 시작하고 3개월 정도는 회의를 거듭해가며 코로나 일상에 맞는 새로운 기획으로 다듬고 만들었다. 그렇게 나온 프로젝트가 비대면 아트워크 ‘너 요즘 어때’라는 키트 제작이다. 여러 다양한 이슈를 아트워크 활동 키트로 제작해 우편 발송하고 지역 주민 스스로가 작업 후 완성, 회수된 작업물을 교하도서관 지하 통로에 설치했다.
아트워크를 제작하면서 과연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완성된 작업의 회수율이 저조하진 않을지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너무나 놀랍게도 대부분의 키트가 회수됐고 그들의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드러날 때마다 감동과 전율을 느꼈다. 완성된 작품에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갈증을 보았다. 마치 우리에게 SOS를 보내는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덕분에 더 많은 ‘나의 이야기’를 수집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A5_ 어느 강연에서 “우린 지금 물리의 세계에서 가상의 세계로 진입했고, 그 세계는 이미 예상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5년 정도 단축된 것뿐이다”라고 했다. 가상의 세계는 편리함이라는 장점을 주기도 하지만 점점 인간의 감성을 앗아간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 능력이다. 비록 삭막한 세계에 들어왔지만 우린 사람의 향기를 잃어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I AM GROUND라는 공간에 업데이트될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느끼고 나와 다름을 이해해보며 예술적 체험을 통해 유기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 과정이 결국 우리 삶의 철학이고 이 사회의 과거이자 현재, 미래가 될 것이다.
(상단 좌, 우) 설치작업 중인 예술인들과 오세나 리더예술인
(하단 좌, 우) 교하도서관 지하1층이 아트워크 공간으로 변화하기 전과 후의 모습
A6_ 물리적 세계에서 가상의 세계로 들어온 지금, 예술의 방법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물리적인 방법으로 펼친 예술 활동을 어떻게 사회의 이슈와 맞물려 펼쳐나갈 것인가. 혼란스럽긴 하다. 하지만 두렵진 않다. 방법은 조금 달라지겠지만 예술은 항상 새로움을 바탕으로 또 다른 세상의 길을 열어준 영역이니까. 혼란의 시기일수록 예술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고 나와 사회를 연결시키며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활동은 새로운 방식의 예술 경험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본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도 여러 해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쌓아 온 많은 경험과 이슈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바탕으로 계속 발전하는 ‘예술로(路) 사업’에 더 많은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도 예술인들과 즐겁게 소통해 가길 바란다.
* I AM GROUND: 나를 뜻하는 ‘I’와 연결이자 허브의 역할로서 교하도서관인 ‘AM’, 우리와 마을, 공동체의 ‘GROUND’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예술로(路) 사업은 팀원 모두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아트워크 공간을 셋업하면서부터 인테리어 위주의 힘쓰는 작업을 주로 맡았다. 원래 조명과 무대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이렇게 큰 공간을 바꾼 것은 처음이었다. 갤러리라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공간변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도서관 폐관 때까지 작업하고 몇몇 예술인과 마신 막걸리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동네 예술을 접했을 때부터 지역,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도 도움이 됐는데, 예술로 소통할 수 있어 즐거웠다. 당연히 다음 프로젝트도 사람들을 극장, 갤러리로 불러내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작은 책방, 카페를 다니며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게 돕고, 공유하고 싶다.
기획, 구체화, 실행 등의 과정 전반에 참여했다. 김윤경 참여예술인이 ‘아이 엠 그라운드’라는 프로젝트 이름을 제안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 명칭을 듣자마자 2020년에는 무슨 프로젝트를 해야 할지 참여예술인 모두 암묵적인 동의의 미소를 지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사진 분야 이외에 기획, 실행 등의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뜻깊었다. 이번 예술로(路) 사업은 끝이 났지만, 앞으로는 코로나19나 기후변화라는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하는 상황으로 대면 작업을 비대면 활동으로 전환해 다시 기획하고 구체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회의했다. 방법을 찾느라 그 시간이 길어지며 비대면 예술 활동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찾아보고 들춰보고 공부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감사하게도 2018년부터 호흡을 맞춘 멤버들과 작업해서 각자의 역량들이 균형을 잘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획 회의에 서로가 나누는 사소한 말 한마디 혹은 아이디어들이 관계성이 없는 듯해도 각자의 전공예술영역의 사유들을 통해 업그레이드 되거나 차원이 다른 제3의 아이디어로 확장되어 구체화되는 것도 참 멋진 경험이었다. 또 그 결과물들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적용해 변화시켜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과정이 재밌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나누고 그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될 수 있게 다양한 일을 해 행동대장이라 불렸다. 회의할 때 열정이 넘치는 편이라 수습이 힘들기도 했지만, 함께한 예술인들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 우리 팀은 각자의 예술 분야에서 실력 발휘를 지향하고자 했다. 그 결과 각자가 가진 예술적 소양을 집합시켜 두드리고 자르고 오려서 시민의 예술적 참여와 활동, 생각을 펼치는 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작년부터 우리 팀은 단순한 기술에서 벗어나 생각의 전환을 위해 애썼고 예술과 사회의 접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더 신이 났다. 작년과 올해 모두 시민과의 소통을 중시했는데 작년은 직접적이고 가까운, 깊은 소통이었다면 올해는 개인의 생각과 더불어 같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 공동체와의 소통이 이루어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으로도 예술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고, 지역 주민들이 보내온 작품들에서 큰 울림을 받았다. 이번 예술로(路) 협업팀의 프로젝트가 교하도서관에 준 긍정적인 효과가 너무나 크다. 통로로만 생각했던 공간이 훌륭한 아트 라운지로 변화했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이 치유와 소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소통의 플랫폼으로서 교하도서관은 예술적 경험을 통해 타인과 연대를 경험하는 곳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 아트워크 중 가장 좋아하는 ‘때문에+덕분에’라는 코너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인팀 덕분에’라고 생각한다. 예술로(路) 협업팀 덕분에 올해 코로나19가 부정적으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지역 주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미술)
2020년은 상상도 못했던 코로나19라는 상황을 겪어야 했고, 서로 만나 소통하던 공간에서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코로나 일상에 맞춰 비대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처음 기획을 경험했고, 올해는 열띤 아이디어 회의와 고민, 자료 수집 등의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기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어서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팀원들의 노력과 참여해주신 분들의 열의, 교하도서관의 뒷받침이 있어 감동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기획에서 완성까지의 모든 과정과 결과물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지만, 그 결과가 커뮤니티 아트로 마무리되어 너무도 뿌듯하다. 같이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같이 할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