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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

202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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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코로나19’로
‘예술계 119’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예술계 119’가 필요하다

2020년 시작과 함께 ‘코로나19’로 국내외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 어려움에 맞닥뜨린 우리의 문화예술계. 대안조차 마련할 수 없고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구호가 필요한 ‘예술계 119’가 돼버린 현시점에서, 힘겨운 상황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계 3인(대구문화재단 예술인지원센터 강두용 센터장, 유정민 극작가이자 배우, 윤민식 뮤직드라마 제작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어렵게 담아보았다.

강두용 대구문화재단 예술인지원센터 센터장
"‘코로나19’로 직격탄 맞은 대구지역 예술인들에게 특별 지원책 필요"

대구문화재단 예술인지원센터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예술가들의 피해 확인을 위해 긴급히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예술인에 대한 긴급 생계자금 지원과 공연업계 유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대구시와도 긴밀히 협의 중이다. 또한 창작준비지원금 및 의료비 지원, 생활안정자금(융자) 등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시행 중인 사업을 우리 지역 예술인에게 알리고 신청을 대행해주는 업무도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예전 사스와 메르스, 여타 천재지변 같은 사회적 위기 때와 확연히 다른, 현실적 위기감을 예술인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대구는 특히 대명동 공연거리의 공연장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극단이 심각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 어느 지역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터라, 대구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특별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 첫째, 대구지역 예술인들의 연습 공간 임대료를 지원하는 정책이 실시되어야 하고 둘째,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공연 또는 전시의 경우 상황이 안정되면 대관료의 경감과 함께 우선적으로 재대관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셋째, 절대다수가 프리랜서인 예술인들이 예술활동으로 수입이 발생하면 원천징수를 하는데, 가능하면 한시적으로 올 한 해 원천징수가 면제되었으면 하는 방안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구지역과 대구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대해 덧붙이고 싶다. 이번 사태로 대구 경제가 많이 위축되어 시민들이 생계유지에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특정 종교집단으로 인해 사태가 악화된 배경을 두고 대구 시민들을 경계하는 시선이 가슴 아프다. 비난과 차별, 혐오의 말을 내뱉기 전에 나 또는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회복을 기원하는 따뜻한 응원의 말 한마디가 우선되기를 기대해본다.

유정민 극작가·배우
"감염병으로 고용불안과 생계를 위협받는 예술인들에게 긴급 구제방안을"

지난 1월 31일 대학로에서 ‘스페셜 딜리버리’라는 공연을 시작했었다. 6년 전부터 만들고 고치고 다시 만들면서 올해 본공연을 올리게 된 작품이라 관객과 만나는 이때를 무척 설레며 시작했는데, 사상 초유의 전염력을 가진 코로나19 때문에 현재 ‘잠시 멈춤’상태다. 직접 쓰고 출연하는 작품이 좀 더 많은 관객을 만나 교감하고 평가받고 발전시키고 싶었는데, 관객을 모으기도 힘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안타까울 따름이다.

동료 예술인들 상황도 마찬가지다. 간혹 만나는 스태프들도 공연이 밀려서(무기한 연기) 실업자가 되었다 하고, 그나마 연초에 일했던 것도 수고료를 받지 못하거나 삭감된 경우도 있었다. 연습 중이던 작품들도 일정이 연기되어 현재는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계약을 앞둔 분들은 계약 일정도 밀려서 취소될까봐 걱정하고, 메르스 때 받은 대출금을 이제야 갚았는데 코로나19를 만나 또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는 분들도 있었다. 배우들 SNS를 통해 일용직도 구하기 힘들다며 일자리 부탁뿐만 아니라 480원이 찍힌 잔고 통장을 찍어 올린 단역배우도 있었다.

사스 때는 큰 영향 없이 지나갔고 메르스 때는 국립극단 공연에 출연 중이었는데, 일정 취소 없이 공연을 했었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선언된 상황이라 막막할 뿐이다.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예술인들은 재난이나 사회적 위기를 만났을 때, 특히 사람이든 동물이든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풍전등화처럼 생계의 위태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은 기대도 못 하는 예술인들을 위해 이런 상황에 대비한 예술인 보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코로나19’처럼 예측이 어려운 신종 유행병이 생겼을 때 기본 소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예술을 포기하는 예술가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긴급한 구제방안들이 나오기를 희망해본다.

윤민식 뮤직드라마 〈당신만이〉 제작자
"‘코로나19’와 관련해 향후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현실적 중론"

2012년부터 올해로 8년째 오픈런(Open run)으로 진행되던 뮤직드라마 <당신만이>가 ‘코로나19’로 지난 2월 초부터 공연이 중단되었다. 아직 언제 재개할지 계획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픈런 공연이라면 하루도 안 쉬고 지금껏 공연을 지속해왔다는 것. 어려운 우리네 공연 현실 속에서 자부심을 갖고 이끌어왔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라는 것으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제작자로서 공연 중단 후 가장 큰 걱정은 아무래도 금전 문제다. 오픈런 공연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 중단은 결국 매출이 없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연간 계약되어 있는 공연장의 대관료가 가장 부담스러운 현실이며 그 외에 사무실 직원들의 급여 또한 마찬가지다.

메르스 때도 같은 공연을 오픈런으로 진행했었는데 그때는 관객이 줄긴 했지만 한 회도 쉬지 않고 공연을 했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공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그 피해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내 주변 제작자나 동료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거 같다. 현재 공연계 전체가 ‘멈춘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이 중단된 상황보다 더 공포감으로 다가오는 건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며칠 전 초·중·고 개학연기 발표와 정부에서 내세우는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모든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상황이어서 공연계는 코로나19 관련해 앞으로 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오는 6월 예정이었던 지방공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해외공연에 대한 논의도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위험에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별다른 대안조차 없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염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