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쓸 때 자신감이 생겼어요”
- 하우스갤러리2303 X 예술인 이지우

계약서를 작성할 때마다 법률용어 앞에 늘 위축되었다는 이지우 작가. 그러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찾아가는 예술인 권리보호 교육으로 계약 및 저작권 강의를 수강한 후 자신감을 찾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Q. 작년 10월, 하우스갤러리2303에서 ‘계약 및 저작권’ 강의를 들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해당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나.

하우스갤러리2303(이하 하우스갤러리)은 일상에서 예술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강언덕 대표님이 실제 거주하는 아파트에 작품을 전시한다. 서울 아산병원에서 개인전을 할 때 하우스갤러리 강언덕 대표님과 처음 만났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전시한다는 아이디어가 내 작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제안을 받아 2023년에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에 출판사, 브랜드 등과 협업 작업을 활발히 할 때였는데 작품 판매 계약서는 그나마 익숙했지만, 작품 이미지 사용에 관한 출판권 관련 저작권 계약은 너무 어렵게만 여겨졌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대표님이 ‘찾아가는 예술인 권리보호 교육’을 알려주셔서 참여하게 되었다.

Q. 교육 분위기는 어땠는가.

강사님이 많은 자료와 사례를 들어가며 전문적인 법률용어와 계약서의 문장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교육을 듣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또 저작권 피해사례에 대한 질문도 하는 등 수업 열기가 그야말로 뜨거웠다.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한 예술가의 권리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 하우스갤러리2303에서 열린 계약 및 저작권 강의 현장

Q. 강의를 통해 새로 알게 된 점이 있다면?

수업을 들을 때 〈검정 고무신〉 작가님 사례가 한창 문제가 되던 때였다. 그와 비슷한 사례를 들으며 계약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저작권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계약서 조항의 부사와 조사의 차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내 경우 도서, 출판, 제품에 작품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계약을 맺는 일이 많았는데, 이미지 상품화 이용 허락 계약서의 내용이 특히 유익했다. 수업을 듣고 계약의 주체와 형태에 맞는 적절한 계약서 양식을 갖출 수 있게 되었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누리집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Q. 해당 강의가 작가님의 권리 보호에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가.

과거에 불리한 계약을 한 적이 있었고, 작품 이미지의 복제권, 출판권, 성명 표기권 등등에서 작은 피해를 본 적도 꽤 있었다. 그래서 늘 계약서에 서명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계약서의 이 조항이 맞는 걸까 궁금한데, 법률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서명할 때마다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계약 및 저작권 교육은 그동안 마음 구석에 쌓여 있던 묶은 때를 벗기는 기회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게 되었다. 실제로 수강하고 보름 후에 출판사와 계약하게 되었는데 의문이 드는 항목을 조목조목 질문하여 확인했고, 별도의 특약 또한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Q. 찾아가는 권리보호 교육(계약 및 저작권 강의)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개인사업자 예술인, 대학원생, 그리고 곧 졸업을 앞둔 예비 신진작가들은 필히 들었으면 한다. 특히 평면 회화 작가 중에서 기업, 출판사, 대형 기획사와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하는 예술인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많은 예술인이 예술인 권리보호 교육을 듣고, 창작이라는 노동환경 속에서 자신감 있게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가길 바란다.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은 예술 증진으로 이어지는 장치”
- 루이즈더우먼 X 예술인 김아해

여성 시각 예술인의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결성된 모임 ‘루이즈더우먼’. 김아해 회화 작가는 2020년부터 ‘찾아가는 예술인 권리보호 교육’을 정기적으로 수강하고 있다. 그는 나와 내 동료가 예술인으로서의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성희롱·성폭력의 예방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Q. 루이즈더우먼에서 찾아가는 예술인 권리보호 교육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강의를 신청한 계기가 궁금하다.

회화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루이즈더우먼을 알게 되었다. 루이즈더우먼은 미술계 내에 안전하고 생산적인 교류의 장을 구축하고자 2020년에 만들어진 모임으로 설립 이후 매년 구성원의 성평등 의식 향상과 미술계 내 세이프존을 만들기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찾아가는 예술인 권리보호 교육을 신청해 성희롱·성폭력 교육을 진행한다. 나는 루이즈더우먼 1기로 모임에 들어가자마자 ‘예술인 권리보호 교육’을 들으면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다양한 교육사업을 알게 되었고 성희롱·성폭력 예방, 계약서나 저작권 관련 교육 등 관련 교육을 꾸준히 챙겨서 듣고 있다.

Q. 매해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듣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올해는 루이즈더우먼 5기가 시작되는데,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신청해서 40여 명의 멤버들과 함께 비대면으로 교육을 들었다. 처음 교육을 들었을 때는 내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동료를 돕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면 지금은 마치 ‘안전훈련’처럼 몸에 배도록 상기하기 위해 듣고 있다.

▲ 온라인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Q. 올해 강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무엇이었나.

보통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이라고 하면 피해 대응 매뉴얼을 떠올리기 쉽다. 이러한 대응의 궁극적인 목적은 피해자가 사건 후에도 건강한 삶을 이어나가고,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회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Q. 수강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실 그동안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을 보며 ‘고작 나 한 사람이 연대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와 같은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 그런데 이번 강의를 듣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공동체의 문제의식을 제고하고, 피해자에게 지지를 보냄으로써 그의 회복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예방하는 일이 단순히 개인의 피해를 방지하는 걸 넘어서, 창작이 노동인 예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일이라는 관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가해자를 제재할 방법이 많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을 고려하면, 계약서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관련 조항을 명시하는 것은 피해를 예방하는 1차 방어선이자 피해 발생 시 가장 실질적인 제재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Q. 예술인들에게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예술계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는 것은 예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루이즈더우먼이 성희롱·성폭력 예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된 모든 참여자와 계약할 때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조항을 명시하는 이유도 안전한 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회사와는 다른 점조직적인 미술계의 특성상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문제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은 예술인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교육을 통해 부당한 행위를 구성원이 올바르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피해 발생 시 필요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만들어진 안전한 창작 환경 확보는 예술의 증진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Q. 해당 강의는 어떤 예술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가.

미술계의 모든 구성원이 문제의식을 공유할 때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기에 해당 교육을 미술계 내 모든 구성원에게 권하고 싶다. 예전에 어떤 예술인이 이런 교육을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야말로 이 교육이 꼭 필요한, 적절한 수강 대상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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