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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7

202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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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재단과의 만남
“제주 예술인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 천민권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지원팀장

2001년 출범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제주 예술인들의 권리 및 복지 신장을 위한 정책 개발과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에 힘쓰고 있다. 제주에서의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을 돕고, 제주형 예술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 예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예술지원팀 천민권 팀장을 만났다.



▲ 왼쪽부터 양유라 주임, 박지선 대리, 천민권 팀장, 홍수희 주임


팀장님과 함께 하는 예술지원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7년부터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지원팀에서 예술창작 지원 등 기초예술 분야 사업을 맡고 있는 천민권입니다. 예술지원팀은 예술인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을 위해 제주예술인복지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예술활동증명 신청을 돕고 예술인 복지사업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예술인 권익 보호를 위한 상담(저작권, 계약, 세무, 법률상담)도 지원합니다. 제주 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지속적인 창작활동과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공모사업도 추진합니다. 제주 예술인들의 지위 보호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 예술인 창작준비금, 역량강화, 창작 융자 이자지원 등 다양한 예술인 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중 올해 가장 집중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제주 예술인 창작 융자 이자지원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창작활동과 창작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에게 시설자금, 운영자금에 필요한 융자금을 융통해주고, 이자 전액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17년 전국 최초로 시작된 사업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신용보증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 농협 제주영업본부 등 4개 기관이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사업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이 사업의 핵심은 금리와 관계없이 예술인이 부담하는 이자가 ‘0원’이라는 점인데요. 사업자등록증을 갖추고, 예술활동증명이 가능한 제주도 거주자 예술인을 대상으로 융자 한도 1억 원 이내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예술인의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올해 하반기부터는 예산을 증액할 예정입니다.


또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 예술인 복지 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제주도는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21년 ‘제주 예술인 복지기금’을 설치했습니다. 계기는 코로나19였습니다. 전염병, 재난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용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 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고,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매년 20억 원씩 총 100억 원을 목표로 제주 예술인 복지기금을 지자체 주도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현재 56억 원이 마련되었고요.

이러한 배경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예술인복지 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전문 연구진과 함께 제주 예술인 복지 관련 실태 조사, 복지 관련 기초 자료 분석 등을 진행하여 ‘제주형 예술인 복지지원 시스템’의 초석을 마련하였고, 지난 8월 2일에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예술인들과 공유하고 함께 논의하는 결과보고회도 열었습니다.





지난해 실태 조사를 통해 드러난 제주 예술인들의 가장 긴급한 복지 관련 욕구는 무엇이었나요? 또한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개선된 예술인 복지사업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창작 공간 확대를 원하는 제주 예술인들이 52.6%로 가장 많았습니다. 창작활동을 위한 교통비가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35.2%로 높았고요. 이것은 섬이라는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과 관련된 부분인데, 도외 지역에서 전시나 공연 등 예술활동을 하려면 비행기 이용이 불가피하여 교통비가 많이 들거든요. 그리하여 예술활동 교통비 확대 등을 예술인 복지정책에 포함시켰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도 고민해 나가려 합니다.


근무하면서 예술인 복지사업의 의미를 느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몇 년 전 겨울, 평소 알고 지내던 예술인 한 분이 창작지원 사업 관련 정산 서류를 제출하러 방문하셨습니다. 그분께 안부 인사를 건네며 향후 계획을 물으니 “재단 지원사업 덕분에 예술 활동을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는 말과 함께 “당분간은 소비를 줄이고 보릿고개를 잘 넘겨서 다음 작품활동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한동안 제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1960년대의 봄철 기근을 뜻하는 ‘보릿고개’라는 말을 40대 중반의 예술인에게 들으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2012년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고 이를 근거로 예술활동증명과 같은 다양한 법적·제도적 안전망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수많은 예술인이 매년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 해결하려면 예술인의 창작활동이 연중 공백 없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하고,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을 위한 자립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또한 한정된 예산에서 필요한 사업 순위와 규모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술인 복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주 예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저희 예술지원팀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예술인 복지의 정답은 계속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제주를 포함한 지역 예술인들이 국내외 다른 예술인들과 협업하거나 네트워킹할 수 있는 지원사업을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네트워킹 행사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이 더 넓은 시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또한 창조적 노동으로 예술인들이 스스로 경력을 발전시키고 경제적 자립을 이루도록 창업 지원, 예술시장 진출, 마케팅 교육 등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이 늘어나길 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주 예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한 문화가 여러분의 작품 속에서 더욱 빛나길 바랍니다. 예술의 힘을 믿고,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주세요. 그 이야기가 제주를, 그리고 세상과 우리 모두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비록 미약하지만, 항상 곁에서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