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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8일,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 성과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2강의실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이하 권리보장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시행 2주년을 맞이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시행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보완점과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김기복 권리보장위원회 위원장은 “오늘의 논의가 공정한 예술환경을 조성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김현정 문체부 예술인지원팀장의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와 권리보장제도’의 경과보고로 시작된 토론회에는 문체부의 예술인보호관인 신은향 예술정책관이 참석하여 예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정책이나 제도 개선 방향에 귀 기울이겠다는 약속과 함께 현재 추진 상황에 대해서도 공유하였다.
▲ 김시범 권리보장위원회 위원
첫 번째 발제는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의 운영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김시범 권리보장위원회 위원(한국문화산업전문대학원 교수)이 발표했다.
김시범 위원은 “그간 180여 건의 예술인 권리침해행위 및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심의 의결을 해온 권리보장위원회는 존재만으로도 예술인들에게는 심리적인 안도감을 제공하고, 지원기관과 예술사업자들에게는 관행을 스스로 돌아보고 규제하는 예방 효과에 기여해왔다. 또한 각종 권리침해 사건이 법원으로 갈 때 드는 사회적 시간과 비용을 줄여왔다”라고 성과를 정리한 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권리보장위원회의 효율적 운영 ▲권리보장위원회의 활동 영역 재정립 ▲예술인권리보장제도 개선 및 도입 ▲조사 및 홍보 강화를 꼽았다.
권리보장위원회의 정책 수립 및 시행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사무국과 상임위원장 체제를 마련해야 하며, 신속한 조사 추진을 위한 인원 충원과 위임·위탁에 대한 고민이 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시정조치 사실 공표나 실질적 재정지원 중단 및 배제 등 사후조치를 강화해야 예방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위원은 또한 「예술인권리보장법」 상 예술인의 범위를 사람만이 아닌 집단을 포함하는 것으로의 재정립이 필요하며 특히 ‘계약체결을 한 자’만을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하려고 하는 자’까지 포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아가 ‘예술인 미지급금 대책’과 ‘매매보호 제도’를 고려해봐야 할 제도로 꼽았다. 권리보장위원회에 접수된 신고 중 63%를 차지하는 내용이 수익배분 거부나 지연인 상황에서 미지급금에 대한 대책은 꼭 필요하며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 ‘임금채권보장기금’(고용노동부)을 통해 임금 지급을 보장하고 기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의 ‘미지급금 대지급 제도’의 도입을 그 대책으로 제안했다. 재원은 저작권 미분배 보상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제도를 잘 모르는 예술인들을 위해 권리보장 및 피해구제 백서 발간과 정기적인 예술인 권리보장 실태조사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양현경 권리보장위원회 위원
이어 양현경 권리보장위원회 위원(성평등작업실 이로 대표)이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발제를 진행했다. 현재 문체부에서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6조에 2차 피해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중이다. 개정안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3조 제3호 가·나·다 목에서 가·나 목을 차용하여 2차 피해를 정의하고 있는데, 다목의 ‘불이익조치 금지’가 빠진 데 대하여 양현경 위원은 “기존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제38조에서 예술인권리침해 행위 및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신고하거나 예술인보호관의 조사에 협조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금하는 내용과 겹쳐 해당 내용이 삭제되었으나, 성희롱·성폭력의 신고는 최후의 선택임을 감안할 때, 개정안 내용대로라면 2차 피해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존 제38조는 ‘신고’ 이후부터를 불이익 금지의 시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불어 2차 피해 심의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지점으로 첫째 ‘예술활동 관련성’ 판단 부분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예술현장이 지연, 학연 등의 이해관계와 고용 가능성이 얽혀 있는 상황이고, 둘째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소속 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했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조치나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해결방법이 없다고 느낀 피해자가 스스로 철회해버려 2차 피해 판단 과정에서 문제점이 되는 경우 등을 언급했다.
▲ 박주희 권리보장위원회 위원
세 번째 발제를 맡은 박주희 권리보장위원회 위원(법률사무소제이 대표 변호사)은 「예술인권리보장법」과 제도상의 한계와 실효성 제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재판상 화해’로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현재 예술인의 권리침해 분쟁에서 성립된 조정은 ‘민법상 화해’의 효력이 있다. 분쟁 사안을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고, 행정명령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이 ‘민법상 화해’는 의미가 있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피신고인이 조정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이행’을 이유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법률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강제력 측면에서 피신고인이 조정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압류나 추심 등의 집행력이 확보되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갖게 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예술사업자의 제재 방안으로는 ‘결격 사유’의 명문화를 말했다. 재정지원 중단 등의 현 조항은 기존 법인사업자를 폐업한 후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거나 법인 대표자였던 피신고인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방법으로 새롭게 예술사업자 지위를 취득하여 또다시 예술인 권리침해 행위를 저지르는 사례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술진흥법」이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등 문화예술 관련법의 예술사업자의 ‘결격 사유’에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시정명령을 미이행한 사실을 추가하는 안을 논의해보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예술인들에게 생계와 직결되는 1,000만원 미만 소액이 다수인 미지급금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문체부 장관이 긴급조치 차원에서 대지급금 제도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 김시원 작가
2부에서 진행된 분야별 전문가 토론의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은 최근에 최저 출연료 마련과 지적재산권 IP 보호 및 강화를 위해 ‘방송연기자 표준보수지침 마련 및 제도화 방안 연구’ 용역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히며 “연기자들의 출연료 미지급, 임금체불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형사처벌의 법제화 등 강력한 조치와 대지급금 제도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또한 방송출연표준계약서의 사용률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이 필요하며, 계약서의 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간과되어온 캐스팅 디렉터나 캐스팅 업체 역시 규율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시원 미술작가는 갤러리 생태계의 권리침해 행위와 관련하여, 예술인 신문고 신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본인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예술인 신문고와 예술인권리보장제도가 더 널리 알려져야 예술환경이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예술지원기관이나 지역문화재단 등에서는 예방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이의신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박선영 변호사, 황승흠 국민대학교 교수
이의신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신고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플랫폼과 종합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문화예술기관의 협력과 연구 등 지역 단위의 협력을 주문했다.
박선영 변호사는 「예술인권리보장법」 개정안의 2차 피해 조항과 관련하여 이미 판례에서도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을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범위로 폭넓게 설정한 것을 상기시키며, 1차 피해에 수반하는 개념으로서 2차 피해라는 특성을 볼 때 성희롱·성폭력뿐 아니라 괴롭힘, 스토킹 등도 예술인 권리침해 행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2차 피해 개념을 선도적으로 확장하고 명문화하는 것을 고려해보자고 제안했다. 또 ‘예술활동 관련성’에 대해서는 2차 피해에 대한 정례적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피해 사례를 유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인권리보장법」과 관련하여 입법 논의 초기부터 참여해온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또한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분쟁 조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판상 화해’로 효력을 높이는 것보다는 법률가 중심의 분쟁조정위원회와 권리보장위원회를 구분하여 대응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며, 미지급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지급금 제도의 도입에 동의하며 해당 제도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황교수는 시정명령 미준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포함한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실을 언급하며 「예술인권리보장법」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련법들이 통과되어 상호 디딤돌을 놓는다면, 앞으로 법과 제도의 빈틈을 막아 예술인의 권리침해를 막아주는 동력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토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