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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6

202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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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예술인들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돕고 싶습니다”
김석웅 심리건강연구소 소장

전라남도 광주광역시에 있는 심리건강연구소는 2016년 예술인 심리상담 지정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예술인이 포기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술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심리건강연구소 김석웅 소장을 만났다.

심리건강연구소는 어떤 곳인지요?

심리건강연구소는 1983년 전남대학교 임상 및 상담심리학 전공 대학원생들을 위한 임상교실로 출발하여 2004년부터 ‘심리건강연구소’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을 설명하려면 먼저 광주정신재활센터를 얘기해야 합니다. 광주정신재활센터는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오수성 교수님(현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심리건강연구소 고문) 개인의 사재로 설립된 정신장애인을 위한 사회복귀 시설로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사재로 이러한 시설이 마련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오교수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최초로 밝히고 그에 따른 심리 건강 연구를 30년 넘게 해오셨는데요. 심리건강연구소는 광주정신생활센터와 함께 지역사회 정신건강 증진뿐 아니라 다양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국가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방안을 모색하고자 운영되고 있는 곳입니다. 심리건강연구소에서는 지금도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자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데요. 그 까닭은 PTSD가 당사자인 1세대뿐만 아니라 2세대, 3세대까지 전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광주광역시 교육지원청과 협약을 맺어 지역 아동을 위한 심리상담, 시각장애인, 사회복지사, 발달장애인 등 다양한 내담자들을 대상으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장님은 어떻게 심리건강연구소에 함께 하게 되셨나요?

저의 은사이기도 하신 오수성 교수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시절, 교수님이 진행하시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생활실태와 후유증 조사 연구’에 3년 동안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연구를 계기로 국가폭력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사건, 여순사건 등 국가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외상을 분석한 논문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마쳤습니다. 2004년부터 광주정신재활센터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회원님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은퇴와 함께 심리건강연구소가 문을 닫게 될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곳이 사라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2014년 입사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심리건강연구소에는 어떤 예술인들이 찾아오나요?

가족 문제, 대인 관계, 경제적인 문제 등 예술인들이 갖는 어려움은 다양합니다. 일반인과 예술인이 가진 심리적 문제가 다르진 않습니다만, 예술인 내담자들이 가진 특징적인 공통점이라면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점입니다. 감수성이 풍부하기에 감정 기복이 크거나 정서적인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작품활동에 지장이 생겨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예술인 내담자에게는 어떤 심리상담을 진행하나요?

내담자를 힘들게 하는 감정은 역설적으로 예술인들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래서 내담자의 감정이나 감수성을 낮추거나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자신의 예술활동에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합니다. 상담이라고는 하지만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는 형식에 가깝습니다.


내담자와의 대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분들과 오랫동안 인터뷰를 해오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겁니다. ‘힘들었겠구나, 슬펐겠구나, 아팠겠구나’라고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것. 더 나아가 그 이야기를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합니다.

예술인 내담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을 이해하고, 기억하려 노력합니다. 대화 중 메모해둔 내용을 잊지 않도록 보고 또 보죠. 그 노력과 진정성이 통하면 내담자는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그 과정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던 통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입니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내담자분이 ‘이런 이야기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일주일 중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씀해주세요.


심리상담 후 내담자에게 나타나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나요?

일상적인 생활과 자신의 작업을 계속 이어간다는 점이 가장 좋은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에서 더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겠다며 작별 인사를 건네셨던 연극배우분이 있었는데요. 그분처럼 상담을 통해 자신의 활동을 즐기면서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긴 분들이 많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담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권보호 활동을 겸한 예술작업을 하던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사건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부채의식이 컸던 내담자였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예술활동을 통해 역사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예술가였어요. 그분을 보면서 예술가의 작업이란 단지 자신의 욕망이나 감정만을 표출하는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익적인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술인 상담은 단순히 한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 언젠가 대중에게 좋은 영향과 위로를 줄 예술가의 예술 작품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더욱더 책임을 다해 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심리건강연구소를 찾아올 예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예술인 상담이 많은 예술인에게 지금 자신의 마음 상태를 돌이켜보고 감정을 다스릴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그 기회가 예술인들이 꾸준하게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데 원동력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주세요. 우리가 몸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듯이 마음의 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병을 예방하기 위해 심리건강연구소를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심리건강연구소

주소: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동구 남문로 734 103-206

홈페이지: www.psychomotional.com

전자우편 : psyr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