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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다사다난한 해였다. 지금이 꿈만 같다는 말은 일상이 됐고, 이제는 사람을 만나 예술을 향유하던 지난 세월이 꿈처럼 느껴진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예술인도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4명의 예술인을 만나 올해는 어떠했는지, 코로나19라는 숙제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새해의 소망과 함께 들어보았다.
원로예술인 창작준비금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영화 제작을 준비 중입니다. 본격적인 제작은 내년에 시작되겠지만 기획안을 다지고, 함께할 영화사를 알아보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원로예술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작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헤쳐나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 선뜻 행동하기 어렵죠. 다만 여러 문제를 영상으로 옮기고자 합니다. 이 영상이 우리 국민들이 코로나19를 헤쳐나가는데 힘이 됐으면 해요. 사실 재단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남의 일이다’ 생각하고 지금처럼 깊이 고민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창작준비금지원사업으로 젊음이 되살아난 것 같아요. 원로예술인으로서 공백 기간이 길었는데 삶에서 가장 보람찬, 새로운 동기가 됐습니다. 누구나 해온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죠. 지금도 꿈꾸고요.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창작에 대한 꿈은 영원히 타오를 것입니다. 우리끼리는 창작준비금을 생명수라고도 표현해요.
2021년은 꽃을 피우게 되지 않을까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많은 분이 애써주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적극적인 지원, 격려, 성원을 기대합니다.
다 잘될 것입니다. 잘되어야 하고요.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격려뿐이네요. 무형의 창작에 늘 고민이 많을 텐데, 디지털화된 창의성이 돋보이는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촬영에는 기술적인 부분을 가미시켜 세계에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고요. 여러 가지로 정말 감사하고,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고, 희망차게 하는 일 다 잘되시길 바랍니다
안상일 촬영감독 1961년 영화 『마이동풍』으로 데뷔했다. 이후 30여 개의 영화를 촬영했으며 1988 제12회 〈황금촬영상영화제〉 특별상, 2019 제39회 〈황금촬영상영화제〉 촬영부문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에이엠컬처는 가족뮤지컬 제작과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예림당아트홀(468석)은 텅 빈 채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중극장 규모로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임대료도 만만치 않은데, 개인이 충당하고 버티기에 많은 한계를 느꼈습니다. 초기 제작비용이 투자된 여름과 겨울 시즌공연 신작도 무산되어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뮤지컬협회나 국제아동청소년 연극협회 등의 지원을 받아 비대면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는 문화계를 덮친 대규모 쓰나미라고 생각됩니다. 이 쓰나미가 지나간 후 문화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누군가 그린 새로운 그림을 따라 하나씩 새로운 방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모든 문화 소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병행될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작품 제작도 변화해야겠지요. 이 모든 것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큰 그림 안에 있길 바랍니다.
지병(持病)이 되어버린 2020년입니다. 연초부터 시작된 혼란스러운 상황은 “나아지겠지”, “대안이 생기겠지”라는 희망을 끊임없이 불러들였고, 그때마다 조금씩 버텼는데 이렇게 올해가 끝났네요.
그럼에도 2021년은 계획이 가능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공연장이 열리고, 무대 위 새로운 공연이 끊임없이 올려지는 것과 같은 계획이요. 내년은 작품의 완성도와 공연 본연의 자리에 더욱 집중하겠습니다. 관객들이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느끼는 1차 감정은 웃음과 울음이죠. 이처럼 관객들에게 행복과 감동, 그 후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겠습니다.
“살아남으라, 살아남으라, 살아남으라. 그리운 이 있거든 끝끝내 살아남으라. 살아남은 자들은 마침내 다시 만날 수 있으리니!” 강제윤 시인의 『섬을 걷다』 중 한 구절을 다른 예술인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박명우 이사 1973년. 한국문화재재단 경기도문화의전당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등에서 일했다. 2007년 프라임아트홀운영을 시작으로 현재 예림당아트홀을 운영하며 〈생각나라 과자집〉, 〈꿈꾸는 쌩상〉, 〈수박수영장〉 등 가족뮤지컬을 제작하고 있다.
퓨전국악그룹 〈비단〉의 메인보컬이자 선생님입니다. 중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온라인 수업이 확산되며 다양한 플랫폼을 경험해볼 수 있었지만, 그룹활동은 적잖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공연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불확실한 상황에서 온라인, 영상제작으로 공연 양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관객이 주는 에너지를 느낄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쉽네요. 많은 공연자가 그렇듯 관객의 호응과 참여로 힘을 얻기 때문에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올해 비단은 10편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비단은 한국의 문화유산으로 곡을 만들기 때문에 첨성대, 촉성루 등에서 촬영했습니다. 여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영상으로 위안을 얻으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온라인 수업의 경험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공연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영상제작 의뢰도 많고, 심지어 국악대회도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습니다. 투자라는 건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고 믿음을 갖는 것이니까요. 그 믿음은 가능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불안하고 또 결과가 보장되지 않더라도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기에 가능했던, 그리 대단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욱 커질 저의 성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세요. 전 12월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시설에 격리됐었습니다. 지금은 완치됐지만 당연했던 감각들이 무뎌졌을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타인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요. 어려울 때 내밀어 주는 손 하나에 큰 위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소원이 있다면 모든 분들의 건강입니다. 무대에 서고, 관객을 만나 공연하고, 학생들과 수업하고 싶다는 이 욕구의 전제는 모두가 건강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동료와 선후배에게 감히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세계에서 주목하는 한국 그룹-방탄소년단, 이날치 밴드 등-의 유명세는 갑자기 얻어진 게 아닌 것처럼 당장 미래가 보이지 않아도 묵묵히 쌓아온 결과물이 어느 지점과 맞닿을 때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작업하고 도전하는 것에 주저 없이, 나라는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용기 내면 좋겠습니다.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올 한해 각자의 씨를 뿌린 분들께 감사하며 언젠가 함께 꽃피울 날을 기다리고 기대하겠습니다.
김수민 소리꾼 케이엔아츠 퓨전국악그룹 〈비단〉의 메인보컬. 2020 〈세종대왕전통예술경연대회〉 일반부 금상을 수상했다. 영상 작업으로는 2020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아차산의 별’과 ‘동방의 연꽃’, 중랑구 협업 ‘망우리 공원’ 뮤직비디오 등이 있다.
코리아쿱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올해 공연이 갑작스럽게 취소되거나 무기한으로 연기됐습니다. 당황스러운 한해였죠. 결국 비대면 온라인 방송과 한정된 관객만 참석하는 공연 등으로 방향이 수정된 곳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대편성인 오케스트라 활동보다 소규모 실내악 위주로 연주 활동을 해왔는데, 그것마저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깊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레슨보다 연주자로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을 앞으로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해서요. 특히 예술 분야는 현장 공연을 통해 대중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기화되는 코로나19로 공연취소 및 공연의 규모가 축소되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죠. 어떠한 매체나 경로가 기존 방식을 대체할 수 있을지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은 불안한 안식년이었습니다. 매번 바쁘게 새로운 공연 준비를 해왔습니다. 올해 계속되는 변화가 불안했지만 다르게 생각했을 때, 조금은 쉬어갈 수 있는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2021년은 왕성한 공연활동을 기대합니다. 모든 연주자의 바람 아닐까요? 찾아와서 들어주고, 봐주는 관객들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생각만해도 행복하네요.
지치지 않고 이 위기를 잘 넘겼으면 합니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저와 동료들은 오랜 시간 오직 한 가지 분야에만 시간과 열정과 쏟아부어 왔습니다. 안정적인 경제적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작은 위안과 자부심을 가졌었죠. 그 마음 변치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연주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박소영 바이올리니스트 현재 〈코리아쿱오케스트〉, 〈WOS 비루투오소 챔버〉 단원이자 앙상블 〈아르코〉의 멤버다.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동아리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