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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4 2018. 4 로고

예술인복지뉴스

인터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희섭 신임 대표

예술인의 꿈과 열망을 ‘응원’ 합니다.
“예술인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겠습니다”

2018. 4

업무보고 차 모인 직원들이 직책과 이름을 밝히는 것으로 조금 어색하게 자기소개를 한다. 직원들의 이름과 얼굴을 연결하고 기억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직원들과 눈을 맞추는 정 대표. 정식 출근한 지 보름이 채 되지 않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정희섭 신임 대표와 새 대표를 맞은 직원들 사이에 풋풋한 긴장이 느껴진다. 재단 설립과 초기 정책 부분에 관여한 바 있는 그에게 재단 자체는 그리 낯선 곳이 아니지만 대표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글 편집부 사진 이현석

인터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 예술인 복지 사업으로 예술인의 꿈과 열망을 응원할 것이다.”

극단 현장 대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실장, 국립극장 공연과장 등을 지내고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한 정 대표는 취임사에서 평소 고민해온 예술인 복지에 대한 관점을 밝히고 재단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태도를 분명히 했다. 예술인과 예술인 복지, 재단 모두를 의미 있게 포용한 취임사에는 그동안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일해온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존중과 격려도 담겨 있었다.

먼저,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재단 첫인상은 어땠나요?

대표 임명을 받고 첫 느낌은 ‘아, 정말 이 일을 하게 되는구나’였습니다. 이 기관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기보다 평소 재단에서 하는 예술인 복지 관련 일이 반드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그 일을 제가 직접 하게 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예술인복지재단이 처음 설립될 무렵에 정책적으로 조금 관여를 했기에 재단의 업무 자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지요. 가끔 이런저런 일로 드나들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특별한 첫인상이랄 것까지는 없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직원들에 대해서는 낯설 수밖에 없었지요. 직원들과 첫대면을 어떻게 할까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요. 그런데 그 첫 대면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요. 2월23일에 취임식을 한다는 연락을 받은 게 3일 전이었습니다. 저는 15년 동안 야인 생활을 했기에 마땅히 입을 옷이 없었지요. 그래서 급히 옷을 사서 수선을 맡겼는데 취임식 당일 아침에야 찾을 수 있었어요. 입어보지도 못하고 헐레벌떡 옷을 챙겨 들고 재단 1층 사무실에 들어서니 한 직원이 “어떻게 오셨어요?” 하는 거예요.(웃음) 제 차림새가 그럴 만했어요. 본부장 자리를 물어 찾아가 잠시 같이 있다가 취임식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맨 처음 눈이 마주친 사람이 하필 저한테 어떻게 오셨냐 물었던 바로 그 직원이었어요. 그 직원은 당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로서는 첫 만남에서 있을 수 있는 직원들과의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린 셈이지요. 그 별일 아닌 에피소드 덕분에 직원들을 대하기가 무척 편해졌습니다.

대표 취임 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재단의 부족한 점, 아쉬운 점을 전해 들었다고 하셨는데, 기존 정책에서 어떤 면을 가장 아쉬워하던가요?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요. 먼저 우리 재단을 가난한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곳으로 많이 알고 있더라고요. 물론 예술인복지재단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만, 저는 ‘가난한’이 아니라 ‘예술인’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난해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예술가라서 지원하는 겁니다. 재단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다만 우선순위는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분이 되겠지만요. 그래서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단이 하는 일은 후원이 아니라 응원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고 최고은 씨 사건과 재단 설립이 연결되어 있어서 재단 성격을 가난과 연결 짓는 분들이 많고 관점 역시 그쪽으로 쏠려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사실은 그 전에 고 구본주 씨 일이 있었어요. 구본주 조각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산정을 놓고 갈등이 있었지요. 이미 미술계에서 충분히 인정받은 조각가를 도시 일용 노동자로 간주했어요. 또 예술가의 정년 문제도 대두되었지요. ‘예술인이라는 신분과 직업이 사회적 쟁점이 되었지요. 직업인으로서의 예술인에 대한 객관적 인정과 그에 따른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그 동안은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서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다고 봅니다. 예술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예우하는 일, 직업인으로서의 예술인을 객관적으로 공인하는 일을 예술활동증명이라는 절차를 거쳐서 재단이 하게 된 것이죠.

얼마 전 마포에 있는 예술인 자녀 돌봄센터 1주년 행사에 다녀왔어요. 거기서 기존 다른 시설은 예술인들이 이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다른 시설은 맞벌이 부부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재직증명서가 있어야 아이를 맡길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예술인들은 그걸 발급받을 수가 없잖아요? 이 문제는 사실 해결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재단에 예술인으로 예술활동증명이 되어있다면 그것으로 재직증명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말하자면 그런 겁니다. 그동안 예산이나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재단이 해야할 일들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리고 예산이나 인력 문제는 사실 풀기가 쉽지 않고요. 하지만 이런 제도적인 문제는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그러니까 이런 문제들, 제도나 절차의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푸는데 좀 더 치중하고 싶어요.

극단 현장 대표이기도 하셨죠. 직접 경험하신 예술계 복지는 어땠나요?

연극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으로 확장해 말씀드리면, 직업인으로서 자신을 세우는 문제와 저소득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직업인으로 인정이 되면 그 다음은 고용 문제가 있고요. 대통령 공약으로 예술인 고용 보험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당연히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업입니다.

한국 예술시장이 작은 것도 예술인 저소득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절대적인 저소득도 문제지만 ‘필요한때 필요한 만큼의 지원’이 없다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예술인 역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고, 다치면 병원에도 가야 해요.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용과 그 비용이 드는 시기가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예산 문제가 있어서 그럴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필요한 시기’에 대해서는 정책적 관심이 두어져야 할 것같아요. 머지않아 예술인 복지금고가 운영되게 되는데, 그 금고가 바로 꼭 필요한 시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 대표로서 조직 운영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요?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뜻을 모으고 그들이 단순한 직장인으로서가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발견해서 서로 조화롭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겠죠. 제가 밖에서 듣고 보기에, 그리고 들어와서 가까이에서 구체적으로 보기에도 우리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계의 어떤 분이 제게 말하기를 예술인 복지 못지 않게 예술인복지재단 직원들의 복지도 중요하다고 하시더군요. 직원들 정말 수고가 많아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예술인들과 접촉하면서 ‘감정노동’도 하더라구요. 직원들의 복지를 진작하고, 보람을 느끼면서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신경 쓰려고 합니다.

지난 호 칼럼에서도 언급하셨지만 “롱패딩을 원한다는 청소년의 말에 후원을 끊었다”는 한 후원자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대표직 수행을 결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생각하시는 예술의 의미와 예술인 복지 방향에 대해 좀 더 말씀해주세요.

예술의 가치나 의미, 중요성 등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예술은 예술인이 자기가 좋아서 하는 자기만족적 일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예술은 어차피 돈 안되는 일인데 예술가 스스로 그 길을 가겠다고 선택했으니 그에 따르는 가난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그런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예술의 가치, 사회공헌을 많이 이야기해왔습니다. 물론 필요한 일이지요. 하지만 예술은 무엇보다 자발적인 행위이거든요. 예술인으로 하여금 가시적으로 사회공헌적 예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보다는 예술인이 자기 세계에 몰두해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토대 위에서 나오는 예술이라야 사회적으로도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생계 문제로 인해 창작 열망이나 의욕이 꺾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재단에서 하는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은 문자 그대로 창작 준비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창작 준비라는 단어를 글자 그대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신청하는 분들 중 어떤 분은 그 지원금으로 우선 생계에 지출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원래 지원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일까요? 예컨대 지금 어떤 예술가의 가장 큰 고민이 아이의 학자금이라면, 그 문제가 그 분의 창작 열망에 발목을 잡는 게 아니겠어요? 그럴 때 그 예술가가 학자금 걱정을 덜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그것이 그 분의 창작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창작준비금은 예술가의 창작의지와 열망이 그런 걱정으로 소모되지 않게 돕는 역할을 하는 거죠. ‘창작준비’의 의미를 폭넓게 봐야 합니다. 예술인 역시 생활인입니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창작준비금으로 아이 학자금을 해결했다고 사회적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습니다. 후원을 끊은 후원자 일화처럼 말입니다. 예술인의 창작 의욕이나 열망을 가로막거나 소모시키는 생계 및 생활 문제를 우리가 조금이나마 보조함으로써 예술인의 창작 의욕과 열망을 북돋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시사 잡지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 관련 기사를 봤는데, 서울시 청년수당 홍보 포스터 문구가 ‘청년에게 시간을 드립니다’였어요. 청년들이 그 돈으로 당구장을 갔다, 생맥주를 마셨다 등 비판이 있었거든요. 청년들이 그 수당을 받는 기간만큼은 걱정을 덜고 자기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 단련을 하는 겁니다. 취업 준비 수당이니까 전부 학원 다녀야 하고 반드시 실질적으로 취업 관련 지출만 해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청년으로 자기 삶을 누리며 덜 불안한 상태에서 자기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겁니다. 사업의 취지를 적확하게 표현한 홍보 문구였던 셈이죠.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면 우리가 예술인의 생계를 지원하는 것 같지만 그걸 통해서 예술인의 창작 열망을 응원하는 겁니다. 이 점은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술 현장과 행정 경험을 다 하셨죠. 경험과 연결하여, 예술인 복지 정책이 지금보다 더 실효를 거두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게 있을까요?

장르별 특성과 예술가의 생애주기가 반영된 복지정책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예술계 일반으로 전 장르 공통으로 적용되고, 청년부터 원로 예술인까지 생애주기와는 무관하게 사업을 수행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각종 사업과 정책이 장르별 특성과 예술가의 생애주기를 반영하여 더 촘촘하고 세심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재단에서 운영 중인 여러 사업 중 개선했으면 하는 사업이 있다면요?

70세 이상을 원로 예술인으로 봅니다. 현재 재단에 등록한 분들 중 90세 이상도 있어요. 이 분들 중 혹시 돌아가신 분들 파악이 가능한지 직원들에게 문의한 적이 있습니다. 사망자를 파악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보통 사망 정보가 금융이나 보험회사 쪽에는 전달이 되지 않습니까? 국가 행정시스템에 사망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을 거고 우리가 그 시스템에 접근만 가능하면 사망자 파악이 수월해지겠죠. 제가 그런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 관련된 기관들과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분명히 방법이 있더라구요.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 터에 직원들에게 뭔가 더 요구하는 게 미안한 일이긴 합니다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봤으면 합니다.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오진 못해도 예술인에게는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사실 큰 변화일 수 있고요.

최근 미투 운동과 관련해 재단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예술계 권력관계 속에서 나온 문제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단에서 접수를 받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겠지만 사실 이 문제는 불공정행위의 원인이랄 수 있는 권력관계와 젠더 문제가 얽힌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중요한 문제이고 그만큼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일입니다. 피해자의 안전도 보장되어야 하고요.

전문기관에서 1차 신고를 접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예술인들이 법적 공방을 하게 되거나 사후적으로 심리치료를 한다거나 할 때 재단이 도움을 주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피해자의 혼란을 막고, 신고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니까요.

지금까지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예술계 내에 있었습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예술인이 아닌데 가해자는 예술인이거나, 반대로 피해자가 예술인인데 가해자가 예술인이 아니거나 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가해자가 예술인인 경우 피해자가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예술계의 문제로 취급합니다. 반면 피해자가 예술인이고 가해자가 예술인이 아닌 경우는 어떻게들 볼까요? 우리 재단이 주력해야 할 건 후자 사례라 생각합니다. 피해자 예술인을 지원해야 합니다. 예술계 성폭력 문제를 피해자를 중심에 두고 바라보고 풀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해자를 비난 하면서 선정적으로 소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일이 최우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대표로서 꼭 실현했으면 하는 사업 혹은 사업 방향이 있다면요?

제가 예술인 복지재단 대표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런 겁니다. 무명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부모나 본인 상(喪)을 당하면, 대부분 상가 풍경이 참 쓸쓸합니다. 상대적으로 더 초라해 보여서 제가 운 적도 많아요. 비록 잘 알려지지 않았고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예술인이더라도 마지막 가는 길에 초라하지 않게 조화라도 준비해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을 응원한다는 건 이런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말하자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그래도 우리 복지재단이 마지막으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드릴 수 있는 일을 꼭 하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행정적 제약이 있더라도 예술인들에게 우리는 그런 일을 하는 기관이었으면 합니다.

예술인 복지 향상을 위해 예술인과 정책 운영자(재단), 정부가 해야 할 각각의 역할이 조금씩 다를 텐데요, 끝으로 각각에 기대하는 바를 말씀해주세요.

아직 적응 중이고, 큰 틀에서는 재단 업무를 파악하고 있지만 대개 그렇듯이 조금씩 알아갈수록 궁금한 게 많아지고 있어요. 섣불리 어떤 기대나 요구를 하기가 아직은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정부에게는 예술인 복지 정책을 잘 펼칠 수 있게 예산이나 제도적 배려를 좀 더 바라게 되죠. 그건 공공기관이면 다 바라는 걸 겁니다. 예술인복지재단만의 특성을 살려 말한다면, 예산문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하는 사업이 고용노동부나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의 문체부 이외의 부처들과 다양하게 연계되어 있으니 그런 특성을 반영한, 관련 부처들을 가로지르는 제도와 행정적 절차 등을 설계해줄 것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예술계에는 예술인들끼리 서로 돕는 노력을 기대하고 싶습니다. 공공의 도움에 의존하는 예술인 복지를 넘어서서 예술계 내부의 힘을 모으고 예술인들끼리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나 연대체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재단이 하는 주요한 일은 예술인을 응원하는 겁니다. 현장의 예술인들은 한 분 한 분 모두 소중한 분들이고, 섬세한 응원이 필요한 분들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해 온 우리 직원들이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원래 응원은 선수들이 잘하고 있을 때보다 그렇지 못할 때, 지치고 힘들어 하는 선수에게 더 필요한 법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예술인복지재단은 말하자면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지는 상황, 예술인복지, 아니 국민 전체의 복지가 갖춰져서 궁극적으로는 재단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을 지향하는 게 아닐까요? 역설적으로 말하면 우리 재단의 사명은 재단이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드는 거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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