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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0

202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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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코로나19와 예술인의 삶

코로나19 사태로 고통 겪는
공연계를 살펴보다

김용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힘들지만 문화예술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공연은 취소되어 무대의 조명은 꺼지고 관객의 발길도 끊겼다.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져 현실은 감염병으로 초토화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얘기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김용제 회장이 전하는 메시지가 엄혹한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 백신이 될 수 있기를….

쉼 없는 외세의 침략과 그로 인해 생존의 위협에 시달렸던 우리의 선조들이, 서로에게 아침마다 묻던 인사가 “밤새 안녕하셨습니까”였다. 지금을 사는 우리들이 이 말을 들어본 적은 있어도 흔하게 나누지는 않는 인사말이다. 하지만 요 며칠 자고 일어나면 지인들에게 이렇게 안부를 묻는 일이 생겼다. 지난 밤사이 별고 없으셨는지, 안녕은 하셨는지….

일상이 사라졌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절박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가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더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내가 몸 담고 있는 공연계는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나 있는 분야다. 아무리 감동적으로 만든 공연 한 편의 감상도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절박한 마스크 한 장보다 가치 있게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공연 한 편이 만들어져 무대에 올려지는 건 수없이 많은 분야의 인적·물적 자원이 동원되는 과정이다. 공연을 만드는 제작사나 공연을 올리는 공연장이나 보건당국의 지침대로 소독과 체온검사, 마스크 착용 등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급한 지금 시점에 얼마나 유효한 조치가 될지는 알 수가 없다. 예배나 집회 같은 공식적인 모임들도 자제해야 하는 시점에 밀폐된 공간(공연장)으로 관객들을 모신다는 건 국가방침에도 맞지 않는 행위다. 이러다 보니 거의 모든 제작사나 기획사, 공연장들이 개점 휴업상태다.

한 편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최소 6개월에서 1년여를 준비해온 공연들을 중단하면서도 약속된 제작비는 지출해야 하고,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다음을 준비할 수는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부분이 영세한 제작사나 기획사는 도산을 코앞에 두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대형 제작사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제작사들도 매번 작품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준비한 하나의 작품이 크게 흔들리면 기획사의 존립을 걱정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관객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배우들의 사정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막막한 상황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희망의 실마리나 해결책을 찾는 작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지금 처한 이 공포는 영원하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흐르면 시장은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 강원도 인제군을 시작으로 고성군과 속초, 강릉, 동해 지역에 아주 큰 산불이 있었다. 1년이 채 안 되었는데도 강원도는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나고 있다.

원래부터 공연계는 아주 기초적인 지원부터 필요한 분야였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훌륭한 인적, 물적 자원이 대한민국에는 아주 풍부하다. 오히려 지금, 이 자원을 기초적인 부분부터 보듬고 키워주는 대책을 정부에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고사 위기에 처한 공연계의 모든 재원들이 숨을 쉬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부터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지금의 이 사태가 진정될 것이고 사람들은 다시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공연을 찾아줄 것이고, 공연계는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