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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1

202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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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뮤지션 복태와 한군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창작준비금이 지켜준 우리의 예술

〈창작준비금지원사업- 창작디딤돌〉(이하 창작디딤돌)은 예술인들이 예술 외적인 요인으로 예술 활동을 중단하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하여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재단의 지원사업이다. 여기, 2020년 창작디딤돌에 선정된 예술가들과 만나 보았다. 생계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작업의 지속성을 고민할 때 창작준비금이 예술을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해주었다고 말하는 뮤지션 부부 복태와한군, 그리고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을 소개한다.

“생존을 걱정할 때 창작준비금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 뮤지션 복태와 한군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복태: 저희는 ‘복태와 한군’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하는 인디 뮤지션입니다. 함께 활동하는 듀오이면서 동시에 부부예요. 예술학교에서 연극 비평을 전공했는데, 학교 친구들과 기타를 가지고 놀면서 음악에 빠지게 되었고 ‘복태’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 되었어요. 2016년, 가족여행으로 간 치앙마이에서 바느질을 만나게 되면서 손으로 옷을 짓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한군: 기타 치는 한군입니다. 복태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음악에 반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을 한다, 안 한다의 개념이 저에겐 없어요. 음악이 삶이고 삶이 음악인 삶을 살고 있는 거죠. 복태와 함께 바느질을 하게 되었고, 음악 외에 바늘과 실이라는 저를 표현하는 매체가 하나 더 늘어났네요.

복태와 한군은 어떤 음악을 하나요?

복태: 음악을 배우지 않은 사람으로 음악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음악은 테크닉적인 걸 보여주는 것이기보다는 위로를 건네는 방식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통해 위로받았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요. 그래서 주로 사랑, 남녀의 사랑이 아닌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것 같아요. 자연에 대해, 이 세상에 대해, 우리에게 주어진 길에 대해 또 나에 대해, 나의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대해 노래하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자극적이지 않은 따뜻한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공연을 많이 하는 밴드로도 유명합니다.

한군: 저희가 활동한 지가 벌써 11년차인데 아직 정규앨범이 없어요. 앨범을 내려고 하면 일이 생겼거든요. 2012년에 앨범을 내야지 했는데 첫째 아이가 생기고, 2013년에 내야지 했는데 둘째가 생기고, 다시 앨범을 만들려고 하니까 또 셋째가 생기고 이렇게 되어버려서 찾아가야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밴드가 되어버렸네요. 


복태: 처음 활동을 할 때부터 공연을 많이 했어요. 개런티가 없는 공연이 대부분이었는데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죠. 공연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으니까요. 그런데 2011년도에 첫째를 임신하고 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직장도 없고, 뮤지션이라고 하는데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예술로 어떻게 우리의 삶을 꾸려갈 수 있을까 막막했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 한 달 뒤부터 돈 받는 공연이 들어오게 된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계속 돈을 받으면서 공연을 했어요. 누군가는 너희가 하는 게 공연이냐, 행사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멋있는 공연에만 가는 뮤지션들도 있을 테고요. 그런데 저희는 지켜야 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어요. 10만 원짜리 공연이 들어오면 분유 몇 통을 살 수 있는지, 20만 원짜리 공연이 들어오면 기저귀는 몇 개를 살 수 있는지부터 계산이 됐거든요. 물론 좌절감이 올 때도 있죠. ‘나는 생계형 뮤지션이야, 아니 그보다도 못해, 뮤지션도 아니야, 그냥 생계형이야’ 하면서 속상해했던 날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 자리에 온 분들을 제가 농락하고 있는 거더라고요. 저희들을 초대해주신 감사한 분들이고, 시간과 돈을 들여 저희의 공연을 보러 와준 감사한 분들이고, 또 공연을 통해 저희는 마음을 교류했는데 말이죠. 아이들을 위함도 있지만 한 사람의 관객이라도 있다면 무조건 가서 진심을 다해 노래한다는 마음으로 어떤 무대든 가리지 않고 가요. 그래서 공연을 많이 하는 팀이 된 것 같아요.

부부가 뮤지션으로서, 그것도 인디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서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군: 다행히 공연으로 생계를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고요. 공연 외에도 기타나 우쿨렐레 수업도 꾸준히 하고 있고, 하자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작업도 했어요. 북콘서트를 꽤 오래 진행하기도 했고요. 2018년, 2019년에는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예술로〉에 선정되어 활동하면서, 그게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면서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작업들을 할 수 있었고요.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활동들은 다 해왔던 거죠. 


복태: 그래도 어려웠던 순간들은 계속 있었어요. 물질적인 것도 문제지만 저희에게 중요한 건 창작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거든요. 아이 셋을 키우면서 창작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국가가 제공하는 보육을 이용해야 하는데 일정한 직장이 없는 저희는 그조차도 힘들더라고요. 저희는 집에서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지만 외부 기준으로 볼 때 저희는 일 안 하고 집에서 노는 사람이니까요. 왜 놀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냐는 거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우리의 활동을 증명해야 하나 싶을 때가 종종 있었어요. 그런데 ‘예술활동증명’ 덕분에 모든 일이 수월해졌어요. 예술활동증명이 재직증명서를 대체할 수 있거든요. 덕분에 셋째는 별 어려움 없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어요.

예술활동증명 덕분에 또 어떤 도움들을 받았나요?

복태: 예술인 자녀 돌봄센터가 망원동과 혜화동에 있어요. 예술활동증명이 있는 예술인들의 자녀만이 갈 수 있는데 주말에도 운영하고 밤 10시까지 해요. 그런데 보육료가 시간당 500원밖에 하지 않고 식사는 심지어 공짜예요. 보육의 질도 높고요. 보통 공연이 주말이나 평일 늦은 저녁에 있잖아요. 아직 몇 번 이용하지 못했지만 이곳이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한군: 내가 예술인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요. 집에서 설거지나 하고 있는데 정말 예술인일까… 그런 좌절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의외로 예술활동증명이 힘이 됩니다. 내가 한국에 있는, 예술인복지재단이란 곳에 등록되어 있는 예술인이라는 사실이, 내가 예술가라는 걸 국가에서 증명해준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답니다.

몇 년 전부터는 바느질 작업을 하는 복태와 한군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복태: 2016년에 치앙마이로 가족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치앙마이 바느질을 접하게 되었어요. 핸드메이드 옷을 샀는데, 심플한데 입혔을 때 너무 예쁘고 좋더라고요. 그 옷을 만든 분을 만나서 바느질을 배웠어요. 바느질이란 게 기술이면서도 삶의 한 방식이더라고요.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걸, 내 속도대로 하면 된다는 걸 바느질을 통해서 배웠어요. 바느질은 부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바느질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이고 저희의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채널이란 생각이 들어요. 2018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죽음의 바느질 클럽’을 운영하면서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아요. 

복태: 바느질 워크숍을 좀 더 대대적으로 하고 싶어서 지난해 초에 치앙마이에 가서 필요한 재료들을 대량 구매했어요. 그런데 워크숍도 열 수 없게 되었고, 들어왔던 공연도 모두 다 취소되면서 생계가 위험한 수준이 되었어요. “부부가 같이 예술을 할 수 없구나, 둘 중 하나만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지난해는 정말 그랬어요.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았고, 새벽배송 아르바이트에 신청해둔 상황에서 정말 운이 좋게 창작디딤돌에 선정되었어요. 진짜 정규 1집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창작준비금이 아니었다면, 더 이상 음악 하는 복태와 한군은 없었을 거예요. 돈이 없어서 예술을 포기하는 엄마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미친 듯이 붙잡고 있었는데 거의 놓아버릴 뻔한 끈을 다시 잡게 해준 게 창작준비금이었던 거죠.

앞으로 나올 복태와 한군의 1집, 기대됩니다.

복태: 긴 활동을 증명하는 앨범이기 때문에 저희도 너무 잘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무겁게 느껴지고요. 지금의 복태와 한군을 있게 한 음악들이 있어요. 초심의 마음으로 만든 순수한 음악들이죠. 그런 음악들을 모아서 1집을 낼 예정이에요. 요즘은 너무 잘 만든 노래들이 많아요. 거기에 끼워맞추려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다 빼고 빼서 복태와 한군만을 담은 앨범을 만들 생각입니다. 올 12월 안에 무조건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동료 예술인들에게 한말씀해주신다면.

복태: 창작의 고통에 짓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변의 예술 하는 친구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계속 생겨나고 있어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 창작이 뭐길래 이렇게 괴롭게 사람을 만들죠? 이럴 바에는 예술은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닐까요? 저는 살아 있는 것보다 창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을 하건 뭘 하건 나라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니까 생존하자고, 잘 살아 있으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복태와 한군 듀오이자 부부. 2008년 ‘복태’란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복태가 2010년 한군을 만나 ‘복태와 한군’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나의 할머니’, ‘흙의 왈츠’, ‘길 위에서’ 등의 노래를 발표했으며 따뜻한 감수성이 묻어나는 노래를 부른다. 정규 1집 발매를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죽음의 바느질 클럽’을 운영하며 바느질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꾸준히 해온 작업을 격려 받은 기분이었어요!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좋아은경 작가는 버려진 철사로 작품을 만든다. 어떤 물건을 굳이 써야 한다면 가장 사용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하게 낭비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만든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손을 쓰는 즐거움’을 사람들과 나누는 워크숍과 강의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8년을 작업해온 그는 지난해 받은 창작준비금이 “앞으로도 계속하라”는 큰 격려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쓸모가 다해 버려진 철사로 작업을 하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글귀를 필사해 텍스트를 만드는 좋아은경입니다. 폐기된 달력 철사로 새를 만든 〈침묵의 봄〉이 저의 첫 작품이었어요.

왜 철사를 작업 소재로 택하게 되었나요?

제가 고등학생 때였던 2003년, TV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윤호섭 선생님을 보고 당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물 전〉에 전시된 선생님 작품을 보러 갔어요. 그러다가 매주 일요일 인사동에서 환경 퍼포먼스를 하시기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선생님 일을 돕기 시작했고요. 그때 저는 사회에 나가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공부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던 때라 자유시간이 많았거든요(웃음). 대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일을 계속 도왔는데, 그때 제가 하던 일 중 하나가 폐기된 달력의 철사를 분리 배출하는 거였어요. 분리된 달력 철사를 보니 몽글몽글한 게 예쁘더라고요. 달력 위에 동그랗게 감긴 부분을 새의 발 모양으로 만들고 나머지 부분을 풀어서 새를 만들었죠. 그걸 보신 선생님이 “굉장한 작품”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걸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선생님 말씀에 힘입어 어쩌다 보니 계속 작업을 하게 되었죠. 〈침묵의 봄〉은 2013년에 연 첫 개인전 ‘레이첼 카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선보였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철사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되신 거네요.

저는 예술이나 디자인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대학교 전공도 사회과학이었고요. 우연히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거죠. 저는 이 작업을 통해 제 나름대로 사회과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끼는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공부해서 알게 된 이야기와 해결방법을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제 작업을 통해 사회불평등, 기후위기, 자연의 소중함, 재료의 선택, 최소화의 중요성 등을 알리고 싶어요.

첫 전시 이후 ‘균형’, ‘손’ 시리즈 등 다양한 작업을 하셨잖아요. 이런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의 첫 작업물에 붙인 〈침묵의 봄〉은 레이첼 카슨이 1962년에 펴낸 환경과학책 제목이기도 해요. 무분별하게 사용된 유독성 화학물질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경고를 담고 있죠. 2013년 첫 전시를 열며, ‘레이첼 카슨에게 보낸 편지’라고 전시 제목을 붙인 것도, 마침 그 해가 책이 출간된 지 50주년이기도 해서 그 의미를 기리고 싶었어요.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그 메시지는 낡게 느껴지지 않아요. 단순히 ‘화학제품을 쓰지 말자’가 아니라 무엇을 시도할 때 충분히 고려해보고, 이 방법이 최선인지 생각하고 자연의 균형을 파괴하지 않으려는 방법을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미세먼지, 코로나19, 기후위기 등 지금 상황에 대입해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기 때문에 이 메시지를 후대에도 계속 전달하는 일을 중단할 수가 없는 거죠.

좋아은경 작가의 작품 〈침묵의 봄〉(왼쪽)과 〈균형〉(오른쪽)

작업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빵 봉지의 꼬인 철사, 열무나 시금치 단을 묶은 철사 등 다양한 재료를 써요. 포장 종이를 벗기고 녹슨 부분을 닦아내는 등 손질하는 시간이 작업시간보다 더 오래 걸려요. 작업 자체는 정말 재밌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자 특기, 취미거든요. 그래서 작업시간도 대중없어요. 작업이 잘 풀린다 싶을 때는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작업하기도 해요. 도구는 플라이어(펜치)와 제 손이 전부예요. 일상의 재료로, 밥 먹고 얻은 힘으로 만들고 있습니다(웃음).

전시로 소통하고, 철사로 새 만들기 워크숍도 자주 열었던 만큼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들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이 상황이 장기전이 될 것 같은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다고 생각해서 2020년 5월 21일 목요일에 ‘나무 읽는 목요일’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나무 읽는 목요일’은 철사를 구부려서 글씨처럼 만들고 그걸 사진을 찍어 매주 목요일마다 SNS에 올리는 작업이에요. 숲과 강과 나무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고 나무와 나는 끊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걸 텍스트로 전달하는 작업이죠. 2018년 폭염을 겪으며 나무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던 저의 전시와 맥락이 이어지는 작업이기도 하고요. 관련 글귀와 자료를 찾는 일이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일주일이 정말 빨리 가요. 최근 1주년이 되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어요. 100주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매주 목요일 SNS에 올리는 ‘나무 읽는 목요일’ 프로젝트.

2020년 상반기 〈창작준비금지원사업-창작디딤돌〉에 신청하여 선정되었는데요.

창작디딤돌에 지원한 건 작년이 처음이었어요. 제 주변에도 창작준비금을 받은 친구들이 꽤 있었거든요. 창작준비금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한 번 신청해야겠다’ 생각하다가 ‘나무 읽는 목요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서 실행에 옮기게 된 거예요. 그 작업을 하는데 캔버스, 천 등 재료들이 꽤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사업 공고를 보고 신청했고, 받은 창작준비금은 모두 재료를 구입하는 데 활용했어요. 작년부터 제출 서류가 간편해졌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준비과정이 어렵지 않았어요.

작가님에게 창작준비금이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해요.

격려 받는 느낌이었어요. ‘수고하고 있다’, ‘앞으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 작업해라’라고 격려해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른 예술인분들한테도 창작준비금이 비슷한 의미일 것 같아요. 더 많은 예술인 분들이 창작준비금을 통해 격려 받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가장 바라는 건 버려진 철사가 없어서 ‘재료를 사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이 오는 거예요. “빵, 배추, 시금치를 묶는 ‘철사’라는 것이 있었단다”라고 다음 세대에게 이야기해주는 날이 오는 것이 꿈이에요. 또 하나는 사람들이 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옛날에는 두 손으로 직접 집도 짓고 옷도 만들고 생활을 했었는데 지금은 돈을 써서 위탁을 주거나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쓰고 버리는 게 일상이 됐잖아요. 우리가 가진 두 손에 좀 더 의존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워크숍을 하는 것도 이런 손을 쓰는 즐거움을 알리고 싶어서거든요. 손을 움직이면 누구나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그 소소한 경험을 통해 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철사 아티스트 좋아은경 일상 속에서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철사를 수집해 작업한다. 2013년 달력의 스프링 용수철로 만든 첫 작품 〈침묵의 봄〉을 시작으로 ‘균형과 공존의 의미’ 그리고 환경 과학자 레이첼 카슨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균형〉, 〈손〉 시리즈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2013년부터 〈철사로 작은 새 만들기〉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