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돌봄센터 덕분에 예술활동이 가능해졌어요!
2016. 82014년 4월 개관한 반디돌봄센터는 예술인의 특수한 활동시간을 고려한 보육지원시설로서 안전한 돌봄과 세심한 교육을 제공하며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공연예술인에게 언제든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올해 전 분야 예술인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면서 예술인 시간제 보육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반디돌봄센터. 김희정 센터장과 학부모 천윤경 씨를 만나 센터 운영 현황과 보육지원이 예술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었다. 글 김지승 / 사진 이현석
센터에서 일하는 모두가 예술활동을 지원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합니다
김희정 센터장
2015년 한 해만도 등록회원 242명, 이용 연인원이 2,400여 명을 넘었습니다. 현재는 등록인원만 230여 명이고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주말 이용이 많아요. 올해부터 전 분야 예술인으로 이용대상이 확대되면서 여러 분야 예술인들의 문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센터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건 무엇인가요?처음 공연예술인의 특수한 활동시간을 고려한 시설이 필요했던 거니까요. 그 부분을 늘 생각합니다. 다른 보육기관과 달리 아이들이 매일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용 횟수와 상관없이 언제든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게 여전히 중요합니다. 한 달에 한 번을 맡겨도 안심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지속해서 학부모들과 소통하면서, 돌발 상황이나 사정에도 유연하게 편의를 봐 드리고자 합니다. 또, 교육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어요. 돌봄센터와 교육기관이 통합된 센터 성격상 처음에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은 교사들의 특성을 살려서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하다 보니 ‘돌봄’과 ‘교육’이 비교적 잘 융합되고 지금은 꽤 안정되었습니다.
처음 부임했을 때 딜레마가 있었습니다. 예술인 복지와 더불어 돌봄교사 복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돌봄교사들 역시 여성이니까요. 현재 주 40시간, 주 5일 근무가 원칙입니다. 공휴일은 돌아가면서 쉬고요. 앞으로 근무조건을 더 배려하고 신경 쓸 생각입니다. 교사 복지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술인 부모 복지가 아이들에게도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요.
센터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습니다.센터가 없었으면 새로운 일, 공연, 작업 등에 참여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센터에 머무는 동안 편안하고, 즐거운 게 가장 중요하죠. 부모는 불안하지 않게, 아이들은 즐겁게. 그게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를 비롯해 센터에서 일하는 모두가 예술활동을 지원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한다는 것도 다른 보육기관과 다른 점일 겁니다.
아이들에게 매일 다른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요?전문 유·아동 돌봄교사와 예술강사가 함께하는 독후활동, 영어활동, 창의력 활동, 안전교육 등과 놀이체육 같은 예술놀이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든 길든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 유익하길 바라서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정규적인 프로그램 외에 아이들에게 부모가 하는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도 우리의 작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에게 부모가 작업하는 예술 분야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합니다.
예술인 육아지원사업과 관련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1년 정도 운영하면서 예술인의 현실적인 문제나 부모로서의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이해하게 되니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리려 노력하게 됩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많다는 걸 직접 보게 되거든요. 더 많은 분들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이런 시설이 여러 지역에 생겼으면 합니다. 현재 두 번째 시간제 보육센터를 준비 중이고, 앞으로 더 좋아지리라 예상합니다. 예술인 육아지원사업과는 거리가 있는 얘기지만, 처음 공연예술인 대상으로 시작한 센터가 전 분야 예술인으로 대상을 확대했듯이 간호사나 경찰관 등 여러 특수한 직업을 가진 여성을 위한 육아돌봄센터 역시 좀 더 확충되고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지원 시설 하나가
많은 예술인, 특히 여성예술인의 삶을 바꿉니다
학부모 천윤경(연극배우)
2년 전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했던 대학로 어린이집을 이용했어요. 당시 연극인 우선순위 위탁기관이었는데, 그곳에서 반디돌봄센터 개관 소식을 알게 되었죠. 현재 큰 아이가 6살, 작은 아이가 5살인데 큰 아이의 경우 센터가 생기고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다니고 있어요.
전에는 일과 육아를 어떻게 병행하셨나요?시댁이 왕복 2시간 거리라서 매일 아이들을 부탁드리는 것도 힘든 일이었어요. 늘 봐주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죄송한 마음도 들었고요. 공연은 생각도 못 했죠. 그나마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들만 찾아 하면서도 늘 마음에 여유가 없었어요. 제 또래 배우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아이 키우면서 공연은 꿈도 못 꿔요. 제 경우 반디돌봄센터 덕분에 공연이 가능하게 된 거죠.
반디돌봄센터를 이용하며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요?무엇보다 언제든 필요한 때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커요. 부모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건 그거죠. 연습이 늦게 끝나는 평일에 아이들을 어쩌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공연이 많은 주말에도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이 있으니 안심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고요. 물론 아이들이 싫어하면 맡길 수 없을 텐데, 아이들도 센터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해요. 집에 오면 센터에서 한 놀이, 프로그램, 선생님 얘기를 많이 해요. 또, 적은 비용으로 무공해 식자재를 쓴 간식과 식사를 제공해주니까 그 부분도 안심이 돼요.
아이를 키우는 동료들에게 센터를 추천하신 적이 있나요?그럼요. 제가 경험해보고 믿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에게 센터 얘기를 하면 무척 부러워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니까요. 이곳이 아니었으면 저 역시 더 힘들었을 거예요. 특히 일정 변동이 많고, 규칙적이지 않은 일을 할 경우에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어쩔 줄 모르는 일이 빈번하거든요. 그런 부모들에게 센터는 정말 고맙고 소중한 곳이죠.
센터를 이용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부모마다 보육지원시설에 바라는 게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전 정말 만족해요. 센터장님이나 선생님들 모두 우선적으로 아이들과 부모들을 생각하고 배려해주시고요. 아무리 좋은 곳에 맡겨도 부모들은 완전히 불안감을 지울 수 없고, 아이들도 부모를 기다리는 마음을 잊을 순 없지만 최대한 그 마음들을 헤아리고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져요. 예술인 부모들은 공통적으로 느낄 거예요. 아이 걱정 없이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몇 시간이 얼마나 간절한지 말이에요. 단 몇 시간이라도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이런 보육 지원 시설 하나가 많은 예술인, 특히 여성예술인의 삶을 바꾼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보다 많은 예술인들이 혜택을 받게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