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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뉴스

커버스토리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숲 치유 캠프〉에서 오감을 깨우다

2016. 7
위안을 주는 글과 음악, 에너지가 전해지는 회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공연 등 예술은 대개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창작 결과물을 내기까지 예술인이 창작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정서적 스트레스는 예술인 개인의 문제로 인식되며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 그래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나섰다. 예술인 심리치유와 정서 안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예술인 숲 치유 캠프〉도 그중 하나다. 글 김지승 / 사진 이현석
[4호]〈예술인 숲 치유 캠프〉에서 오감을 깨우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 심리상담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예술인 숲 치유 캠프〉가 6월 20일(월), 21일(화) 이틀 동안 양평 산음자연휴양림에서 열렸다. 창작 과정에 필요한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하고, 심신 안정 도모 및 자기 탐색과 성찰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기획한 〈예술인 숲 치유 캠프〉는 2014년 처음 시범 운영 후 참여 예술인의 만족도와 참여도가 유독 높은 힐링 프로그램이다.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예술인을 대상으로 선착순 모집하였으며, 이번 캠프에는 30명의 예술인이 참여했다.

몸과 마음 열기 [4호]〈예술인 숲 치유 캠프〉에서 오감을 깨우다

방에서, 작업실에서, 연습실에서 창작활동을 하던 여러 장르의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이와 성별, 활동 지역도 다양하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예술인 숲 치유 캠프〉. 30여 명의 예술인들은 주위를 에워싼 산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1박 2일 동안 진행될 힐링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있었다.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고단한 창작 과정을 이해하는 동료로서 마음을 연 참가자들이 금세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실내에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과 간단한 게임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숲 테라피를 위해 두 팀으로 나누어 숲으로 향했다.

오감에 집중하기
  • [4호]〈예술인 숲 치유 캠프〉에서 오감을 깨우다
  • [4호]〈예술인 숲 치유 캠프〉에서 오감을 깨우다

“감각이 달라지면 감성도 달라집니다.”
오감을 자극하고 자기 회복력을 증진시키는 ‘숲 오감 테라피’가 감성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강사의 설명에 참가자들이 이해할 수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술인들이 자기 치유력이 강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감각을 자극하면 감성이 깨어나며, 깨어난 감성은 다시 감각을 예민하게 벼린다. 참가자들은 강사를 따라 걸으면서 나무와 초록잎과 꽃들을 만나 시각을 깨우고, 냇물 소리와 새 소리에 집중하며 청각을 깨우고, 맨발로 땅을 밟으며 촉각을 깨웠다. 또, 생강나무차를 마시면서 미각을 깨우고 신선한 누리장 나무의 향을 맡으며 후각을 깨웠다. 숲 한가운데에 누워 열린 오감으로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나를 긍정하기

저녁 식사 후에는 숲의 독특한 밤 분위기를 활용한 자기 탐색과 성찰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자연의 치열함과 어울림을 나에게 적용하며, 어둠 속에서 앞과 뒤의 타인에게 온전히 의지했다. 안타깝게도 구름이 낀 밤하늘이라 별이 보이지 않았지만, 반짝이는 별을 떠올리며 빛났던 날들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 안에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은 많은 예술가에게 중요한 창작 동력이다. 그래서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특별한 ‘빛남’을 느끼는 야간 명상은 차분하고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첫날 일정을 마친 후 한 참가자는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았던 탓에 몸은 피곤하지만 숲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들으며 깨운 오감이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서 잠이 쉽게 올 것 같지 않다”며 웃었다.

숲에서 배우기
  • [4호]〈예술인 숲 치유 캠프〉에서 오감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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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첫 일정은 지혜의 숲 걷기. 5억7천만 년 생명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숲은 거대한 학교나 다름없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숲으로 향했다. 이끼의 역사에 대해 듣고, 나무와 풀을 관찰하고, 망설임 없이 꽃 향기를 맡았다. 작은 잎 하나도 상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동시에 오감을 활용해 자연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모습이었다. 다음으로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숲의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 볼 수 있는 자연 모두에게 각자 나름대로 생존전략이 있듯이, 이 자리에 있는 우리도 개개인이 특별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행복에 대한 통찰로 이어졌다.

지혜 나누기
  • [4호]〈예술인 숲 치유 캠프〉에서 오감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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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돌아온 참가자들은 1박 2일 동안 숲과 동료들에게서 얻은 지혜를 나누었다. 자신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사유하고, 일정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를 손수 만든 책갈피에 적어 서로 의견을 나누며 격려하는 시간이었다. 꽃과 나무처럼 살겠다는 다짐과 창작과정에서 느끼는, 숲에 혼자 있는 듯한 고독감 등. 한 참가자는 자연에 빗대어 강조하며 말했다. “예술인들 또한 아무 곳에서 살지만 아무렇게나 살지는 않는다.”
숲에서 얻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간직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글을 쓰고 책갈피를 꾸미면서 참가자들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눈빛으로 감사했다.

서로 자연스럽게 포옹하며 나누는 인사를 끝으로 〈예술인 숲 치유 캠프〉는 마무리 되었다. 짧은 일정에 대한 아쉬움, 내년에도 참가하고 싶다는 바람, 꼭 연락하라는 인사가 여운처럼 오갔다. 한 참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들이 공통의 문제를 함께 나누고 상호 지지의 경험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라며 참가 소회를 전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2016년 예술인 힐링 프로그램으로 〈예술인 숲 치유 캠프〉와 함께 〈술! 예술이 되다〉, 〈지피지기〉를 운영한다. 이 밖에도 심리상담 전문기관 및 전문가 인력풀을 활용하여 맞춤형 〈예술인 심리상담〉을 상시로 제공하고 있다.

참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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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미(한국무용가)

일단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좋았는데, 무조건 일상 탈출을 외치는 게 아니라 주최 측이 예술인의 정서와 심리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충분히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는 프로그램이어서 기뻤어요. 그동안 예술인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려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했잖아요.

캠프에서 경험한 프로그램, 얻은 감성, 자극과 작은 변화가 이후 제 일상에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직접 체험해서 좋은 것들, 새롭게 경험해서 받아들인 것들은 실제로 제 작업에 접목이 되고 또 그게 의미가 있어요. 8월에 중학생 대상으로 특강이 하나 잡혀 있어요. 이 캠프에서 한 경험, 짧지만 타인과 소통하고 제 안에 쌓인 걸 그때 활용할 계획이에요.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캠프의 큰 장점이에요. 문학, 음악, 연극, 미술, 영화 등 장르는 다르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통점이 충분히 있고 또, 다르기 때문에 배우고 타 장르에 접목하고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아요. 통합예술 시대에 중요한 경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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