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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1 2017. 2 로고

예술인복지뉴스

기획 예술인과 집, 주거복지를 말하다

해외 사례

2017. 2

2009년부터 지속된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국제심포지엄〉은 작년 제8회 심포지엄에서 ‘최소한의 창작조건, 예술가의 작업실: 작업실은 부동산이 아니다’를 주제로 예술가의 작업실이 갖는 사회·경제적 의미와 가치를 논의하였다. 이중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요약, 편집하여 소개한다.

영국: 런던 Acme Studio 발제자: 데이빗 팬톤(런던 Acme 공동설립자, 부동산 개발 디렉터) 영국: 런던 Acme Studio(애크미 스튜디오)

ⓒ Photo Alice Evans(2012) 현재 예술가 작업공간으로 변신한 소방서 건물



Acme Studio

Acme(애크미)는 예술가 작업공간 문제 해결을 위해 1972년에 설립된 영국의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16개 건물에 573개 이상의 작업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700명의 예술가가 런던의 임대료 수준의 1/3의 저렴한 가격으로 작업실을 이용하고 있다. 1972년 설립 이후 2015년까지 44년동안 Acme를 통해 작업실을 지원받은 예술가는 약 7,000여 명에 달한다.

사다리에 한 발을 내딛다 1972-1995

영국에서 저렴한 작업실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예술가 주도의 단체와 기관에서 저렴한 작업실용 부동산을 찾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건물이 임시적으로 제공되었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예술가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Acme도 초기에는 이런 모델로 운영하였으나 임대료를 저렴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상당량의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예술가에게 장기적인 안정을 보장해 줄 수 없었다.

전환기 1996~2004 : 예술위원회 보조금을 통한 개입

이런 상황에서 변화가 생긴 것은 1996년으로 잉글랜드 예술위원회(ACE)를 통해 복권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은 이후이다. Acme는 보조금으로 건물 두 채를 구매하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장기적인 개발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다.

안정적 미래를 위한 2005년의 움직임, 그리고 현재와 미래

2005년 2월, Acme는 예술가를 위한 작업실 지원을 위해 새로운 복권기금 운용계획을 제출해 잉글랜드 예술위원회에서 200만 파운드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Acme는 부동산 개발, 관리 기관으로서 현장에서 쌓은 경험으로 다양한 개발안과 파트너십을 진행했고, 예술위원회의 유연한 접근방식은 Acme의 성공에 중요하게 작용했다.

정책과 연계하고 파트너십을 계획, 획득

Acme의 혁신적인 부분은 지방정부 및 부동산 개발업자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저렴한 신축 작업실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대규모 주택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계획단계에서 상업적 공간을 포함시키는 것이 의무이며, 일부는 예술가에게 저렴한 작업실 제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획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는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해 Acme를 필요로 하고, 이런 요건을 활용하여 결과적으로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혜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즉, 개발업자는 경제적 이익을, 지방정부는 도시재생과 현지 고용이라는 효과를, 예술가는 저렴한 작업실 공간을 얻게 된다.

창의적인 협업관계 구축

자본 개발과 관련된 파트너십은 건물이 완공되고 점유되면 일반적으로 종료된다. Acme는 파트너십 모델을 발전시키고, 협업 관계가 다른 단계로 진전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Acme가 지원하는 대상, 즉 예술가들에 대한 이해 증진이었다.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예술가의 작업실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하고 연구를 진행하여, 이를 다시 작업실을 설계하고 사양에 반영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예술대학 학생과 졸업생을 위한 작업실, 기숙사, 생활비 지원금 제도도 운용한다.

연대를 생각하다: 문화적 토지신탁(Cultural Land Trust)

Acme는 현재 런던에서 이루어지는 개발 과정의 모든 영향력 있는 요소들을 수집하고 사용하여 영속적인 유산을 남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문화적 토지신탁(Cultural Land Trust)이란 이름으로 제안되고 있는 이 계획의 결정적 측면은 자선 기관과 정부 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금이 ‘눈에 보이는’, 즉 공적 행사, 기념물, 작품 주문, 예술 작품과 모든 현재의 ‘문화적’ 자금의 수혜자에게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가를 지원하는 인프라에 쓰인다는 점이다. 이런 대규모의 재원은 상업적 개발 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발생하지만, 그에 대한 통제 및 관리는 작업실 운영 기관이 한다.

미국: 지속가능한 작업실을 위한 시카고의 전략 바바라 코에넨(前 시카고 문화부 도시문화기획과 프로그램 매니저)
  • 브릿지포트 예술센터 홈페이지 (예술가를 위한 작업공간뿐 아니라 이벤트를 위한 공간 임대로 수익을 얻는다) Switching station artist lofts(출처 : artspace.org)
  • 미국: 지속가능한 작업실을 위한 시카고의 전략 브릿지포트 예술센터 홈페이지
    (예술가를 위한 작업공간뿐 아니라 이벤트를 위한 공간 임대로 수익을 얻는다)
시카고의 예술가와 작업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는 270만 명이 거주하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문화허브이기도 하다. 8만 명 이상의 예술가가 거주하고 있고, 매년 적어도 5천 명의 학생들이 시카고에서 예술 및 디자인 학위를 받는다. 시카고시는 예술가 집단이 도시의 문화적 복지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2012년 시카고 문화계획(2012 Chicago Cultural Plan)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예술가의 유인 및 유지”였으며, 예술가 작업실도 이런 맥락에서 정책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저렴한 생활 및 작업 공간 ACME 예술가 콘도 공동체(ACME Artists Condominium Community)

시카고의 ACME 프로젝트는 예술가 주도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1980년대 중반, 한 예술가 집단이 로프트 스타일의 생활·작업 공간을 공동으로 소유, 운영하는 건물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참여 예술가들은 ACME 예술가 협동조합(ACME Artist Cooperative)을 만들어 제한적 자기 자본 조달 구조와 협동적 소유를 제안했다. 2003년, 예술가들은 공동체 공간과 상업적 공간이 있는 25가구 규모의 경공업용 건물을 조성했지만 이는 곧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야기하였고 시에서는 가구당 소요 비용의 최대 15%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자격이 되는 개인 회원에게 제공하였다. 비록 14년이 걸렸지만, ACME의 회원들은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회원이 될 수 있는 금액과 요건을 직접 설정한다.

스위칭 스테이션 아티스트 로프트(Switching Station Artist Lofts)

시는 미국의 주요 비영리 예술 부문 개발업체인 아트스페이스 프로젝트(Artspace Projects, Inc)를 초빙하여 시 소유 건물을 1달러에 구매하도록 하고, 그 건물을 예술가들이 생활하고 작업할 수 있는 저렴한 공간이자 시카고의 모범적 프로그램 공간으로 재개발하도록 했다. 2003년 완공된 스위칭 스테이션 아티스트 로프트(Switching Station Artist Lofts)는 25가구 규모의 임대아파트이다. 입주 대상은 연간 소득이 해당 지역 소득 평균의 80% 미만인 예술가로 전업 예술가가 아니라도 전시 또는 공연, 수상, 작품 의뢰 등 예술활동을 증명했고, 예술위원회와 공동체 구성원이 입주 신청자를 검토하고 인터뷰했다.

예술가에게 낚시하는 법 가르치기

시는 예술가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예술가를 위한 정보 제공에 힘을 쏟고 있다. 2003년에는 예술가가 발전할 수 있도록 정보와 자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카고 예술가 자원(Chicago Artists Resource, CAR)이라는 웹사이트(www.chicagoartistsresource.org)를 구축했다. 시 전역의 전문 예술가들과 예술단체, 현지 학교의 인턴들이 사이트 구축 계획을 수립하고,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콘텐츠를 결정했다. 모범 사례와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침을 게재하였고, 스페이스파인더(Spacefinder)를 통해 누구나 임대 또는 작업실 공동 사용자를 찾고, 공간 혹은 각종 연락처 정보, 직업, 공연과 전시 및 기타 행사에 대해 올리게 되었다.

이와 함께 예술가의 공간에 대한 니즈를 종합한 지침서인 〈스퀘어 피트 시카고(Square Feet Chicago)〉를 발간했다. 총 27장으로 구성된 공간 구매 및 임대에 관한 이 종합 지침서는 신용 거래에 대한 이해와 공간 비용에 대한 내용, 시카고의 구역 획정 조례와 건축 규약 개괄, 다양한 임대 유형과 부동산세, 지역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부동산 구매와 대출 방식, 부동산 업자와 일하는 방식, 소유 모델, 자금 조달, 세입자의 권리와 시설 계획 등의 내용도 다루고 있다.

프로그램: 시카고 하우징 엑스포(Chicago Housing Expo)

2004년부터는 도시문화기획과와 주거 담당부(Dept of Housing, DOH)와의 협업을 통해 시카고 아티스트 스페이스+하우징 엑스포(Chicago Artists Space+Housing Expo)를 개최했다. 주거 담당부는 이미 시 전역의 여러 장소에서 저렴한 주거 박람회(Affordable Housing Fairs)를 개최하고 있었다. 제1회 행사에서는 현지의 주거 전문가, 은행가, 부동산업자, 개발업자, 비영리 기관과 기타 대표들이 주택 소유, 작업실 안전, 건강 보험, 시 프로그램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었다. 정부의 주거 관련 기관, 공동체 주거 관련 기관, 주거 관련 상담 기관, 주요 은행과 대출 기관, 시카고 부동산업자 협회, 개인 중개인, 개발 및 건설 회사, 주거 관련 재화 및 서비스 전문 회사, 공간과 주택 소유와 관련 있는 예술단체와 예술가 혹은 예술 단체를 찾는 지역의 대표들이 참여했다.

매회 개최된 엑스포는 2008년 크리에이티브 시카고 엑스포(Creative Chicago Expo)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2015년에는 레이크 FX 서밋+엑스포(Lake FX Summit+Expo)로 바꿔 예술가의 발전과 창조산업에 더 중점을 두었다. 주제를 저렴한 공간 외의 사업 개발, 네트워킹, 마케팅 및 예술가들이 계속해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타 주제로 확장하고 워크숍과 전시 참가자 공개 모집도 실시했다.

D.I.Y.(Do It Yourself, 스스로 하기)

공공 지원 공간과 함께 시장에는 민간 소유의 작업실이 2,000곳 이상 존재했다. 개인들은 산업용 건물, 창고, 산업 지대에 있는 구식 건물 중 상당수를 구매하여 예술가들에게 작업 공간으로 빌려주었다. 종종 이런 건물의 소유주가 예술가인 경우도 있었다.

이런 공간은 시카고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역동적이며, 창의적인 예술 공간으로, 예술가 사이에서는 널리 퍼져있는 D.I.Y.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간을 소유한 사람 중 일부는 부유하거나 부동산 관련 경험이 있어 예술가를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으며, 다른 예술가를 위해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매우 성공한 예술가도 존재한다. 건물 구매 외에도 예술가가 넓은 공간을 임대해 일부 작은 공간을 다시 다른 예술가에게 임대하는 형태가 더욱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브릿지포트 예술 센터(Bridgeport Art Center), 마나 컨템포러리(Mana Contemporary) 외 여러 장소가 이렇게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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