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로고 예술인 로고 모바일 예술인 로고 모바일

vol.55

2022. 4

menu menu_close menu_close_b
구독 신청
닫기
구독신청
인터뷰
“여기 예술인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줄 전문가가 있습니다”
손애리 손애리심리연구소장

대전에 위치한 손애리심리연구소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예술인 심리상담을 진행해오고 있다. 손애리 소장은 “내가 왜 이러는지, 저 사람은 왜 저러는지 마음이 답답할 때,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 있는 전문가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병원에서 12년, 심리연구소에서 10년, 대학 강의만 15년.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듣고 기꺼이 동행하는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손애리 소장을 만났다.

Q. 소장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전에서 심리연구소를 운영하며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내담자들을 만나고 있는 손애리입니다. 임상심리학을 전공했고,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실에서 수련을 받은 후 수련감독자로 일했습니다. 병원에서 퇴직한 후 손애리심리연구소를 열고 이곳에서 내담자를 만난 지 10년이 되었네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비롯해서 교육청, 가정법원, 경찰청, 사회복지, 자활센터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활동도 하고 있고요. 또한 여러 대학에 출강하여 임상심리학, 이상심리학, 심리검사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심리학 이론과 현장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심리학 지식과 평가 방법, 치료적 개입 등을 대학원생과 공유하는 것은 이 분야의 새로운 전문가를 기르고 나아가 많은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Q. 심리연구소를 개소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병원에서는 주로 심각한 질환을 가진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 분들 중에는 적절한 치료나 전문가의 개입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미 만성적인 문제로 발전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사소한 문제부터 심각한 문제까지 살펴보고 적절한 치료 방식을 안내할 수 있는 심리서비스 센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심리검사 방식을 활용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볼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또 이런 센터가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여기에서는 우울이나 불안 등 부적응 문제를 경험하는 내담자를 만나 정서적인 고통을 완화시키고 성격 특성이나 대인관계 갈등으로 생긴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예술인 상담을 시작하셨나요?

2016년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7년째가 됐는데요. 꼭 예술인만이 아니라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문제는 비슷합니다. 다만 예술인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이 사람의 심리를 살피고 이해해야 하는 저와 비슷한 측면이 있죠. 예술인 상담을 진행하면서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저도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게 되었고요. 예술인 내담자의 내면에 초대되어 함께 마음 여행을 하면서 괴로움과 슬픔, 두려움을 위로하기도 하고 과감히 버려야 하는 것들을 찾아내기도 하고 같이 화를 내기도 하면서요.

Q. 예술인 대상으로 하는 심리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선생님만의 특별한 상담기법이 있는지요?

예술인이라고 해서 심리상담 기법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인간중심치료, 게슈탈트치료, 인지행동치료, 수용전념치료 등 심리학에서 검증된 이론들을 바탕으로 내담자가 가진 문제를 찾고 적용시켜 나가면서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갑니다. 저는 내담자가 가진 문제들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객관적 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경우에 진단 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내담자와 공유합니다. 이렇게 주관적인 고통을 유발하는 문제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볼 기회를 가지고 상담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상담을 진행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전문가인 나와 친구가 되어 당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상담을 받겠다고 마음먹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또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내면의 자기를 만나는 과정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요. 내담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그분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안전하게 자기 탐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제가 하는 거죠.

Q. 혹시 인상 깊었던 내담자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예술활동이 갑자기 중단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심해진 예술가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작업에 대한 열정과 영감이 가득한데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좌절되고 무기력감과 자기 회의감으로 괴로워하는 분들을 보면서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실제로 외국에서 공부하고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코로나19로 한국에 돌아오게 되면서 좌절감을 겪는 예술인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한국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기반도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원하지 않지만 생계를 위해서 다른 일을 하면서 불안했고 자존감도 많이 낮아진 상태였고요. 우리가 가진 환경을 바꿀 수는 없어도, 문제나 상황적인 압력에 압도되지 않고, 내 안의 부정적인 갈등을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과도한 스트레스를 걷어낼 수 있어요. 그 분들과 작업할 때는 처해진 현실과 미래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는 실체가 무엇인지, 시도할 만한 것은 없는지,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긍정적인 자원을 탐색하였습니다. 상담이 마무리 될 때쯤에는 활력을 찾고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Q.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나요?

1년에 12회기만 상담이 가능한데 12회 상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어요. 우리가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부터 해결하자고 말하죠. 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심리상담이 격년제로 신청이 가능하니까, 격년으로 지속해서 신청하는 방법이 있어요. 작년까지 총 세 번째 상담을 신청해서 6년째 상담을 받고 가신 분이 있는데요. 처음에는 36회를 한 번에 이어서 상담을 했더라면 더 깊이 있고 효과적일 거라고도 생각했는데 이렇게 몇 년에 걸쳐 만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 분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매번 조금씩 다른 문제들을 갖고 오시지만, 그동안의 상담을 돌이켜보면 가족관계, 예술작업, 사회적 성취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루었고 결국 근본적으로는 이 모든 작업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화해하려는 작업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분은 저와 상담을 거쳐 정리된 내용으로 혼자 적용해보고 다시 상담에 와서 그동안 혼자 해본 것과 새로 생긴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다시 정리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예술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이러한 심리상담을 통해 예술인 내담자들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자신이 가진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됩니다. 상담으로 내담자의 인생 문제나 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어도 내면의 불안과 좌절, 갈등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자연히 행동 변화가 일어날 수 있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고민되는 문제를 싹 없애버리지 못해도 자신이 바라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곤경은 좀 어렵고 힘이 드는 과제일 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 자기의 키를 잡고 항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셔서 저 같은 전문가를 찾아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줄 전문가 친구들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 예술인 심리상담이 궁금하다면?

손애리심리연구소

주소: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로 133, 현대아이텔 418호

전자우편 : aeri3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