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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0

202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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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이목하 미술 작가
송경혁 소설가

예술로 지속가능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버팀목

작년에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한 신진 예술인을 만났다. 2019 아시아프(ASYAAF)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이목하 미술작가와 2020년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송경혁 작가가 그 주인공. 그들이 직접 말하는 예술활동증명에 대한 이야기들.

예술인이라는 직업을 보장받는 일

작가님 소개 부탁드려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20대의 여성들을 그리고 있어요.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을 무언가가 생략된 인상을 그려냄으로써, 그들의 내면에 대한 궁금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대학교를 졸업했잖아요. 작가의 길을 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졸업 전까지 여러 시도를 하면서 제 작업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저만의 작업방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가졌어요. 사회에 나가서도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과연 작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했죠.

2019년 아시아프 수상하신 것이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학부 시절 제 작업의 윤곽을 만들어가던 중, 3번째 도전 끝에 2019년 아시아프에 참가하게 됐어요. 아시아프는 제 작업의 방향에 대해 확신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졸업을 앞두고 나아가야 할 길이 모호하던 당시에 아시아프는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을 준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또래 여성을 주로 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작업은 저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단지 개인서사만이 작업의 중심이 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진 과정이 같은 시대를 살아온 누군가에게 연장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누구나가 될 수 있는 여성의 얼굴’을 그리게 되었어요. 저라는 사람의 자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겪은 억압, 불안감, 어려움 등을 발견했는데 이러한 감정들이 지나온 시대의 단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려내는 대상에 저를 투영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예술활동증명은 직업인으로서 작가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요?

2년의 시도를 거쳐 작년 하반기에 예술활동증명에 성공했는데요. 아직 활용해본 제도는 없는데 전세자금대출을 먼저 신청해보려고요. 직장 초년생들은 중소기업청년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신진 예술가들은 은행대출 자체가 어렵거든요. 이런 제도로 삶의 기반을 보장해준다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어요. 얼마 전에는 창작준비금도 신청했어요. 만약 된다면,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예술계에 종사하면 직업적으로 인정받거나 보호받기에 어려움이 따르는데 예술활동증명이 있으니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여러 가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작업 활동을 이어 나가는 데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작업량을 늘리고 작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올해 목표예요. 올해 8월에 작가들과 함께 하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여성의 서사를 더 공부하여 생각을 발전시켜 여성을 그리는 작가로서 흠 없을 더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이목하 화가 수용성 재료를 함께 사용하는 오일페인팅을 기반으로 평면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곱게 자란 아이〉, 〈환각케이크〉 등의 시리즈를 연작하고 있으며, 2019 아시아프(ASYAAF)에서 최고상인 DDP 어워드를 수상하고 작년에는 개인전 〈방 안의 큰 불〉등을 선보였다.

제도 자체가 창작자에겐 고마운 시도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브릿G에 ‘달총’이란 필명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 송경혁이라고 합니다.

2020년에 경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셨어요.

등단보다는 당선이라고 써주시면 좋겠어요.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상에 당선된 경우를 통칭해 등단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만 등단이란 제도가 있다고 하잖아요. 또 중앙지냐 지방지냐에 따라 신춘문예 당선자라도 현실적으로 차등이 있고요. 전 원래 문학도도 아니었고 직장 다니며 글을 썼기에 당선되고 나서야 이런 걸 알았어요. 그래서 등단보다는 당선이란 말이 더 적절한 거 같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소설을 쓰셨다고 했는데 그 계기가 있을까요?

한겨레신문 문화센터에서 소설쓰기 수업을 들었는데 재밌더라고요. 문화센터가 끝나고 같이 수업을 들은 분들과 모임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소설을 쓰고 합평을 하기로 했죠. 거의 10년을 만났어요. 나중엔 서로 집에 수저가 몇 벌인지 알 정도가 됐죠. 그 모임이 기다려지니까 전 꾸준히 소설을 썼고요. 그게 직장 다니면서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었죠. 적어도 1년에 서너 편은 단편이 완성되니까, 신춘문예에도 내보고요.

이번이 신춘문예 첫 응모는 아니지요?

한 번에 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경쟁률이 수백 대 1인데, 당선자들 대부분이 여러 번 응모하고 결심까지 올라갔다 떨어지길 반복하셨을 거예요. 저도 결심에 세 번 정도 올라갔었거든요. 그나마 결심에 올라가면 심사평에 이름과 작품이 거론되니까 ‘조금 더 해보자’ 기운이라도 낼 수 있는 거고요.(웃음)

직장을 다니다가 얼마 전에 그만두셨죠? 이른바 전업 소설가가 된 셈인데요.

전업하겠다고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에요. 문구회사를 10년 넘게 다녔고 그렇다 보니 제가 글 쓴다는 걸 가까운 동료들은 알고 있었죠. 당선되고 나니 자기 일처럼 좋아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2년 전 무렵부터 회사 일이 너무 힘이 들더라고요. 갑자기 훅 육체적 고통이 올 정도였어요. 이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사표를 냈죠. 그리고 한 열 달은 거의 아무 일도 못했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고, 잠도 못자고, 무기력해지고… 회사 다닐 때부터 번아웃, 혹은 우울증이 왔던 모양인데, 그땐 몰랐던 거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밥을 챙겨먹고 책을 읽으면서 일상을 되찾으려고 애썼죠. 저를 위해 온전히 시간을 쓰니 나아졌습니다. 다시 글도 쓰고요.

소설가로 살아갈 때 가장 힘든 부분은 뭘까요?

제가 태어나서 공부를 포함해 일등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소설은 ‘재밌다’, ‘좋다’는 평을 받게 해준 드문 기회거든요. 그게 글을 쓰는 보람이고 기쁨 같아요. 그래서 제가 쓴 글을 더 많은 분들에게 읽히고 반응도 보고 싶은데, 신진 작가에게는 출판의 기회 자체가 굉장히 좁죠. 과연 책 내서 먹고 살 수 있겠는가 고민입니다. 최근에 저 같은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글을 모아 낸 책이 나왔는데, 생각해보세요. 33명이니 인세는 거의 기대할 수가 없겠죠? 또 공모전이 나온 게 있어서 얼마 전 응모도 완료했는데, 안되면 자비 출판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 처음으로 예술활동증명을 완료하셨다고 들었어요.

신청자가 많다고 하더니 정말 오래 걸렸어요. 다행히 완료가 되었고, 이제 창작준비금 등을 신청하면 생활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지원받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아내가 돈을 벌어서 소득인정액 지급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 하더라도 예술인들을 위해서는, 특히 생계와 창작을 고민해야 하는 청년예술인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장편에 좀 더 집중할 생각이고요. 또 웹소설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웹소설은 독자들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정말 재밌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거든요. 그런 환경에 저를 한 번 던져보려고요.

송경혁 작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문구회사에서 10여 년을 근무하다 퇴사했다. 브릿G에 ‘달총’이란 필명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2020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까치〉로 당선됐다. 책 〈스마트소설 창간호〉,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2021 신예작가〉 등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