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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9

202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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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유순철 배우
정경화 한국전통채색화 작가
김동식 작가
황윤지 청년무용가

새해에도 우(牛)리는
예술을 소망합니다

2021년 신축년이 밝았습니다. 특히 하얀 털을 가진 흰 소띠의 해를 맞이한 올해라 그런지 좋은 기운을 느끼는 이들도 많은데요. 12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소띠해를 소띠 예술인은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는지, 어떤 2021년을 희망하는지 물었습니다. 청년예술인부터 원로예술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소띠해 예술인, 4人 4色 4答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주목해주세요.

"묵묵히 걷다 보면 올해는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유순철 배우

ⓒ 제5회 〈늘 푸른 연극제〉, 하단 가운데 유순철 배우

통상적으로 소띠는 정직하고 우직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1937년에 태어나 50여 년 이상 연기만을 바라보던 유순철 배우도 같은 말을 들을까. “제 경우는 조금 달라요. 생각해보니 황소처럼 불의를 못 참고, 쓴소리는 꼭 해야 하는 성격이긴 하네요.”

유순철 배우는 지난해 11월, 제5회 〈늘 푸른 연극제〉에 참여해 〈심판〉을 공연하며 바쁜 하반기를 보냈다. 재단의 창작준비금지원사업으로 공연을 마친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제일 먼저 전한다. “국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뿌듯했죠. 후배들하고 만족스러운 공연도 마쳤고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평소 그는 연극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졸업이나 실습작품에 참여하곤 하는데 어느덧 그 학생들이 감독이 되어 종종 연락을 한단다. 구수한 말투로 “보람이여~”라고 말하는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항상 공부하고 배우는 자세로 삶을 살아간다는 정윤철 배우는 특별한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박윤철 배우의 인생사는 계획 대신 묵묵히 하던 일을 하는 것뿐이었다. “인생에 오직 연극밖에 없었어요.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고요. 서울로 상경해 인척도 없이 굶어가며 연기하다가 1975년에는 故김효경 연출가 추천으로 〈햄릿〉에 출연하며 직업 배우가 됐습니다.” 이후 계속되는 주변인들의 추천으로 여러 영화나 TV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의 그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다. “스스로를 단련하고 훈련하며 많은 예술을 접해야 합니다. 화법을 익힌 후에 소리 내어 책도 읽어보고, 귀도 열어놓은 채로 연습해야 하고요. 작은 역할이라도 숙명적인 배역이니 혼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오직 ‘연기’밖에 몰랐던 유순철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이자 응원이 아닐까.       

유순철 연극배우협회 원로회원이다. 연극, 영화, 뮤지컬,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하고 있다. 대표작품으로는 연극 〈햄릿〉, 〈검정고무신〉, 〈라오지앙후 최막심〉, 〈세자매〉와 영화 〈이어도〉, 〈은행나무 침대〉, 〈약속〉, 〈엽기적인 그녀〉 등이 있다.

"작은 복이 소福소福 쌓여가길 바랍니다" 정경화 작가

“일복이 많다고들 해요.” 먹을 복도 많았다고 장난스레 덧붙이는 정경화 작가는 1973년 10월생이다. 대학 시절에는 도예를 공부했지만, 지금은 한국전통채색화를 토대로 민화와 같은 회화 작업을 그리고 가르친다. 그의 2021년은 ‘잠시 멈췄던 그림 작업을 꾸준하게 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생계유지를 위한 일과 작업의 균형감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균형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것처럼 무리하지 않고 일과 작업을 병행하고 싶습니다.”

정경화 작가는 작년을 ‘정말 빠르게 지나간 해’로 표현했다. “많은 분이 그러셨겠지만 작업에 몰입하기 어려웠고 전시 한 번 계획하지 못한 체 ‘훅’ 지나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만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그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를 연 것이다. “아트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를 자그마하게 개설했어요. 인생에 있어 새로운 챕터를 하나 추가해본 한 해였습니다.”

40대의 마지막이기도 한 2021년을 시원섭섭하게 맞이했다는 그는 작은 복이 하루하루 매일매일 쌓이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예술인에게도 응원의 한마디를 더했다. “힘들더라도 하고 계신 작업 놓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멀리 보는 긴 호흡으로 균형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희망하고요.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자 동료, 친구, 선후배 예술인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말입니다.”

정경화 도예를 전공하고 한국전통채색화를 기본으로 회화를 작업한다. 국민대, 강남대, 수원대에서 미술 전공이론을 강의했고, 현재 용인문화원에서 민화를 가르치고 있다. 2015 〈자연 시인, Nature Poet in Dallas〉, 2019 〈민화, 변치 않는 소망을 입다〉 포함 10여 회의 개인전과 12번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소띠 값을 하기 위해 뭐든 해볼 생각입니다" 김동식 작가

“소처럼 열심히 일해라.”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동식 작가가 소띠라는 사실을 밝히면 자주 들었던 말이란다. 이는 그에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말 중 하나였다. 이게 덕담이 맞나? 일 많이 하라는 게 덕담인 시절은 지나지 않았나? 30대답게 조금은 시니컬한 반응이 당연할 법도 하지만 작년 코로나19로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소처럼 일하라’는 말이 덕담이 되어버렸네요. 저도 이번 신축년은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한 해를 소망합니다. 소설 외의 글도 도전해보면서 말입니다.”

4년 전, 주물 공장을 퇴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쓰기 시작한 김동식 작가. 특유의 기발함과 겸손함, 성실함은 어느새 8권의 『김동식 소설집』과 수많은 단편소설집을 완성했다. 그의 2020년은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전업 작가로 집필과 강연을 다니는 그에게 조심스러운 해였다고 한다. “학교 강연을 많이 다니는 제가 자가격리대상자가 됐을 때 학교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주게 되니까요. 상상만으로도 식은땀이 났어요. 그래서 공식 일정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집에만 있었습니다. 물론 비타민D는 잘 챙겨 먹으면서요(웃음).”

“이참에 쉬면서 작품 활동 왕성해지겠네.” 코로나19로 똑같이 일을 쉬어도, 유독 예술계통만 듣는 말이다. 김동식 작가는 심지어 기회란 얘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약간의 죄책감도 느꼈다는 그. “2020년 작품 활동이 그렇게 왕성하진 않아서겠죠. 아마도 스스로 원한 쉼과 원하지 않았던 쉼의 차이가 아닐까, 변명해보려 합니다. 작년까지는요. 올해는 그 변명을 넘어서서, 원하지 않았던 쉼조차 ‘진짜’ 기회로 만드는 한 해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이어 그는 동료 예술인에게도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여러분도 그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김동식 2017년부터 『회색인간』을 포함한 총 8편의 『김동식 소설집』을 출판했다. 최근에는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오싹한 경고장』 등의 단편소설집에 참여했다.

"하루하루 후회하지 않는 오늘을 보내려고요" 황윤지 청년무용가

“소띠라서 말이 없고 조용한 것 같아.” 1997년에 태어난 황윤지 청년무용가를 처음 보는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말수가 적은 것뿐인데. “소띠 애들이 꼭 저렇다”는 말을 덧붙이는 선생님에게 “낯가림이 심해서 그렇죠”라며 수줍게 대답하는 그는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초년생이자, 무대 위 최고의 공연을 만들고 싶은 청년예술인이다.

그에게 2020년은 정말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무대 공연과 함께 무용예술분야의 행정을 경험함으로써 가치관도 변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한국무용협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무용계에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와 같은 더 큰 범위의 무용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습니다.” 그가 말하는 2020년은 코로나19에 일상을 빼앗겼지만 그만큼 일상적인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2021년은 저 자신에게 후회하지 않는 오늘을 보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2021년을 뒤돌아봤을 때 ‘매일이 좋은 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하고요.” 그러기 위해선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관객의 박수와 환호성이 없는 공연에 공허함도 느꼈다는 그는 하루빨리 동료들을 만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날을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동료 예술인에게 전하고픈 말을 물었다. “재미있게 춤추자고 말하고 싶어요. 코로나19로 많은 무용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의욕을 잃었거든요. 이럴 때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음악 크게 틀고 춤 한바탕 추면서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다들 너무 힘들어하지도 말고 불행해하지도 말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춤춥시다!”

황윤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있다. 제50회 〈동아무용콩쿠르〉 동상, 제20회 〈서라벌전국학생 민속무용경연대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무용협회 인력지원팀에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