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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

202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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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이영주 작가

행복한 예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이다

이영주 작가

400회  이상 전시회 참여, 인문학 강사이자 작가, 복합문화공간 설립. 예술의 확장성을 몸소 실천해온 이영주 작가가 걸어온 길이다. 그 길을 살펴보면 본격적인 활동이 10년 조금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작가의 180도 바뀐 삶의 시작은 만학도로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다. 그래서일까. “꿈이 있는 인생은 길다”, “결과보다 시작하려는 용기와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말이 어렵지 않게 와닿는다.

가슴을 뛰게 하는 행복의 예술

“당당하고, 즐겁게 뻔뻔하고 펀(Fun)한 삶을 만들어가는 이영주입니다.” 유쾌한 기운으로 인사를 전하는 이영주 작가.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10년 전만 해도 지금 같은 당당함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어린 시절 상처로 자존감 낮았던 아이는 결혼이라는 새로운 인생을 선택했고, ‘미술 선생님’이라는 꿈 대신 육아와 가사에 전념해야 했다.

그런 작가의 인생은 마흔 무렵에 달라졌다. 미대에 입학해 딸 또래 친구들과 공부하게 되면서부터다. 이후 그림을 그릴 때마다 소재로 피하고 싶었던 계단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계단에서 잘 넘어졌어요. 징크스였던 거죠. 그림으로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높은 곳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 계단에서 만학도로서의 모습도 찾았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공부하고, 노력하며 성장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도 그 무렵에 완성됐다. “우리 사회상이 담긴 〈나를 찾아서〉는 웅장하고 매우 복잡한 계단 속에서 여러 형태의 제 모습이 담겨있어요. 그림을 완성하면서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작가는 몰랐던 내면의 우울감과 마주해야 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림 시작 초반에 대부분의 지도교수님은 밝은 색채를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근데 어릴 적부터 생긴 마음의 벽은 쉽게 허물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그 조언으로 작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문제를 들여다보고 치유하게 되었다고. “졸업 후 참여한 ‘행복나무’전에서 많은 분들에게 ‘그림이 행복해 보인다’는 축하와 격려를 받았어요. 꿈을 향해 열심히 살다 보니 많은 것을 이루고, 알 수 없는 우울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행복 바이러스는 이영주 작가에게 또 다른 열정을 갖게 했다. 꿈꾸는 인생에 관한 도서 〈나도 뻔Fun한 예술가로 살고 싶다〉를 출간한 것과 올해 복합문화공간 ‘아트팩토리’ 오픈을 준비중이라는 것. “인생은 예측할 수 없어요. 늦었다고 생각한 마흔 살에 꿈을 찾는 작가가 된 걸 보면요. 저에게 그림이 매개체였듯이 누구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예술은 특별한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일상을 행복한 감성으로 바꾸는 것이라 생각해요.”  

(왼쪽부터)이영주 작가와 최지승, 최지영 작가

서로를 본받는 가족의 힘

“제 꿈은 22살에 멈춰있었어요. 그러다 그림을 배우고 첫 개인전이라는 꿈을 이뤘습니다. 이후 딸이 미대에 진학하며 모녀전시회를 꿈꾸게 됐습니다. 딸이랑 같은 길을 걸으며 준비한 전시라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줄 때가 있다. 이영주 작가에게 큰 딸, 최지영 작가는 그런 존재다. “모녀전은 졸업 후 저의 첫 외부전시였어요. 작가의 길을 먼저 걸어온 엄마와 전시를 하다니. 제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는 최지영 작가는 자연스레 그림으로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현재 그는 진입예술인으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반영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아들 최지승도 미술학도로서 예술에 남다른 열정을 가졌다.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이영주 작가는 엄마이기 전에 예술가로서 조언을 건넸다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원하던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죠. 군대를 제대하고 이상과 현실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예술은 한 가지 방향이 아닌 다양한 경험과 시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셨어요.” 그렇게 대학에서 조소를 공부하고 있는 최지승 학생은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같은 대상이어도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 트렌디한 조소의 매력에 푹 빠졌다.

현재 두 자녀 모두 활발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지영 작가에게 이영주 작가는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다. “꾸준히 작품활동과 전시를 하고, 책을 출간하는 등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열정을 배우고 싶습니다.” 최지승 학생은 이영주 작가에게서 두려움을 마주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자신의 나약한 점을 마주하고 작품으로 멋지게 표현하십니다. 아직은 학생이라 작업을 시작할 때 두려움이 크지만, 도전적인 모습을 본받아 용기 있게 시도하려고 합니다.” 서로가 좋은 자극제라고 말하는 그들은 가족이자 예술을 함께하는 선배이고 동료다.       

(상단)내 머리 속 욕망(2013)

(하단) 꿈꾸다(2015), 나를 찾아서(2013)

소박한 일상이 연결하는 꿈의 다리

“하나의 큰 꿈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처음부터 거대한 꿈은 삶을 지치게 만들어요. 소박한 꿈을 이루다 보면 다른 꿈도 꾸게 됩니다.” 처음 그림을 배울 당시를 회상하던 이영주 작가는 올 6월에 완공될 복합문화공간 아트팩토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이름처럼 예술이 탄생하는 공장으로서 다양한 콘텐츠가 운영될 예정이다. “저는 혼자 작업한 시간이 많았어요. 외로울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아트팩토리는 다 같이 모여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으며 수강생들의 작품도 전시하는 친목공간이 될 거예요.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복합문화공간인 거죠.”

이영주 작가는 지금도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과 일상의 소중함을 찾는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쓰다 보면 내면에 잠재된 원초적 본능이 자극받더라고요. 그때 강한 행복과 설렘을 느끼고 있습니다.”

색다른 행복을 위해 이영주 작가는 또 다른 꿈을 그리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구상하는 중인 것이다. “허황된 꿈이 아닌 현실적인 희망을 갖고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화를 쓰고 싶어요. 글자가 주는 강한 힘과 그림으로 풀어가는 감성을 담은 동화책을요.”

마지막으로 그와 같은 신진예술인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는지 물었다. “누구나 예술적인 감성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또한 누구나 삶이 행복하길 바라고요. 물질과 편견이 아닌 진정한 행복이야말로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