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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2

201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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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창작

2019. 4

2016년 2월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전시회와 경매에 인공지능 ‘딥드림’이 그린 그림 29점을 전시하고 경매에 부쳤다. 그림들은 총 9만 7,605달러(약 1억 2,046만 원)에 낙찰됐다. 인공지능이 창작 영역까지 침투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저작권 문제나 전통적 의미의 예술에 대한 회의 등에 대한 연구도 변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2018년 프랑스 연구자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화가 ‘오비어스’의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가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 2,000달러(약 5억 원)에 낙찰되었다. 그 자체로도 화제가 될 만한 일이었지만 이날 함께 경매에 출품된 앤디 워홀의 작품이 7만 5,000달러에 낙찰되면서, 팝아트 거장의 작품의 6배 가격으로 평가된 인공지능 작품의 가치에 대한 논의는 더없이 진지해졌다.

미술·음악·문학 하는 인공지능
  •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시인 샤오이스(Xiaoice)의 시집 마이크로소프트 인공지능 시인
    ‘샤오이스(Xiaoice)’의 시를 모은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Sunshine
    Misses Windows)』. 샤오이스가
    시집 제목을 직접 지었다.

예술 부분은 인공지능으로 대체 예상되는 여러 직업 분야에서 오랫동안 제외되었다. 창의성의 생성과 발달, 적용은 인간의 기억과 관계한다고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메커니즘은 다른 많은 뇌과학 연구 영역과 마찬가지로 연구 중이다. 그 사이 인공지능의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이제 창의성과 연결되는 영역, 즉 예술 분야도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는 하나가 되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미술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화가와 로봇 기술을 이용해 물리적인 브러시와 페인트로만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로봇 화가 외에도 음악 부문에서 기술 접목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령, 2017년 소니는 ‘플로머신즈(flow-machines)’라 부르는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 2곡을 공개했다. 물론 이 곡들은 멜로디 등 기본적인 작곡을 인공지능이 하면 편곡과 마무리 작업을 사람이 한 것으로 인공지능만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결과물은 아니었다.

이미 상용화된 영역도 있다. 글을 쓰는 작문과 관련한 부분이다. 인공지능은 테스트 단계를 거쳐 로봇 기자로 활약 중이다. 빠른 정보 전달이 중요한 스포츠 경기 결과나 증시 관련 뉴스 등 간단한 정보 전달을 위한 뉴스 작성은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는 제품 판매를 위한 광고 문구를 쓰는 ‘AI 카피라이터’를 개발해 자사의 서비스에 적용 중이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프로그래머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공포 이야기를 만드는 프로그램 ‘셸리(Shelley)’를 공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공지능은 시인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시인 ‘샤오이스(Xiaoice)’는 1920년대 이후 현대 시인 519명의 작품을 딥러닝한 후 약 1만 편의 시를 써냈다.

새로운 질문들

지금까지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에 관한 논의는 주로 과학과 예술 역사의 기술발전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크게 인공지능을 인간과 마찬가지로 예술 창작이 가능한 존재로 간주하는 입장,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의 예술적 가치를 수용자의 판단으로 미루는 입장, 인공지능을 작품 주체로 간주하지 않고 작업 실행자로만 인정하는 입장으로 수렴되는데 셋 모두 인공지능이 예술인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만 집중하면서 한계를 드러낸다.

최근 인공지능이 만든 놀라운 결과물들로 예술이 더는 예외적인 영역이 아니라는 건 자명해졌다. 아직은 기획부터 최종 단계까지 인공지능이 스스로 완벽하게 결과물을 완성하는 수준에 이르진 못하지만 말 그대로 ‘아직은’ 그렇다. 새로운 연구와 시도가 계속될 것이고, 인공지능은 지금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지금과는 다른 본질적이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예술 창조 과정에서 작동하는 예술인의 지각, 인지, 기억, 상상력 등은 어떤 비밀을 갖고 있는가. 예술의 가치는 어디에서 창출되는가. 즉,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인간 외의 것이 만든 결과물이 예술작품인지 아닌지와 같은 문제보다 더 깊은 곳을 겨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예술 논의가 제시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필두로 하는 예술사적 쟁점은 현대예술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깊이 질문한다. 이제껏 한 번도 온 적 없는 시대의 예술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고, 불가피한 그 질문들은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물리적 관점에서 창작은 없다 vs 미적 가치는 물리적 속성이 아니다
  • 창조적 적대 신경망을 이용해 만든 작품 미국 러트거스(Rutgers)대학 내 ‘예술과 인공지능연구소
    (The Ar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에서 창조적 적대
    신경망(Creative Adversarial Network, 이하 ‘CAN ’)을
    이용해 만든 작품들
    (출처: 미국 러트거스대학 디지털인문학연구소)

지난해 말, 물리학자와 미학자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예술과 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에서 만났다. 김상욱 경희대 교수는 “물리적 관점에서 창작은 없”으며, “예술적 창작은 사람이 이미 존재하는 것에 새로운 가치나 의미를 부여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미적 가치는 물리적 속성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것은 이미테이션 게임인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물리학자는 예술이 절대적 기준이 없는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가 해석의 권력을 갖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이라도)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합의와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고, 미학자는 미적 주체가 새로운 관념을 만들고 그 해석을 관철시키는 활동이 예술이므로 감정과 이성을 가진 유기체가 아니면 불가능한 활동이라고 했다. 이 같은 논의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에 맞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사진 기술과 대량 복제기술이 등장했던 그때처럼, 분명한 건 인공지능이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물들이 지금까지 수용해온 현대예술이 형성한 예술의 정의나 본질에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질문들은 필연적으로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지평을 열어왔다.

예술체계의 변화 불가피

2018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은 인공지능 기술을 두고 “인류문명사의 최악의 사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 경고가 어떤 현실을 맞이할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건 사회적 합의이자 제도로서의 예술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를 인식하는 관점도 다양해질 수 있다. 미래를 무조건 낙관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작업한 작품을 인공지능이 새로운 형태로 재모방하거나 인공지능이 기본적인 틀을 잡아 놓고 사람이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현재는 예술인에게 오히려 인공지능을 이용해 새로운 작품 형식을 시도하는 게 가능한 시기일 수 있다. 말하자면 인간 창작 영역에 인공지능의 참여가 가능해진 셈이다. 그 참여가 인간이 구축한 예술세계를 능가하거나 위협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가’란 질문과 논의로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변화는 불가피하다. 변화를 읽고 새 페이지를 넘길 비평의 장이 다양하게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