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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뉴스

특집 시인 신혜정

우주정거장

2017. 1
-

#station.1

자유낙하하는 비행체에 올랐지

우리는 무한의 속도로 떨어지는 중

같은 속도로
같은 속도로
자유낙하하는

두 개의 비행체에 있지

나는 이쪽에 당신은 그 편에

#station.2

흑점의 부근을 지나며
양자역학이 얼마나 뜨거운 학문인가를 생각한다

시도되지 않은 열망들을 흘려보내며
미시세계를 기웃거린다

엔트로피가 극에 달한 물의 중심에
있는 사람처럼

표정이 녹아내리기 전

복사열의 한가운데를 긁는 심정으로

#station.3

나는 이쪽 당신은 그 편에서
바라보았네

같은 속도로
같은 나락으로

블랙홀의 지평선에서
온도가 정점을 찍을 때까지

우주의 반대편에서 우리가
소실점으로 사라지도록

무한의 깊이로 떨어지는 중

같은 속도로
같은 낙원으로

몇 겹의 우주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었고 바라보는

눈 속에 내가 있네

비행하는 중 우리는 우리의 비행을 알지 못하고

  • 시인 신혜정 시인.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라면의 정치학』, 산문집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나』, 『흐드러지다』 등을 썼고, 『시크한 그녀들의 사진 촬영 테크닉』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