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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7 2018. 10 로고

예술인복지뉴스

인터뷰 이웃상회 이미화 작가

일상 속 예술이 발견하는
다른 감각, 다른 아름다움

2018. 1

독일에서 파인아트를 전공한 이미화 작가는 개념미술에 피로함을 느끼면서 사회적 온기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고 했다. 그동안 작업의 동료이자 관객들은 기지촌 할머니, 일상의 숙련공, 시장 상인,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었으며 그가 주로 기획하는 지역주민과 창작자가 함께 상생하는 사회·경제적 실험의 장 안에서는 미적 가치와 감각, 예술이 새롭게 재편되곤 했다. 글 김지승

일상 속 예술이 발견하는 다른 감각 다른 아름다움 청계5가 지하상가의 뜨개방 어르신들과 예술가의 아이디어가 만나 제작된 수제작 목장갑과 목양말 시리즈.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고무 코팅 목장갑을 모양 그대로 한 땀 한 땀 이어 수제작한 이 시리즈는 땀 흘린 노동의 가치에 대한 어르신들의 헌사와도 같다.

그럴듯하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가는 현재 몰두하고 있는 작업들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현대미술의 난해함에 지치고 한동안 허무주의에 빠져 있다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작업으로 선회한 것뿐이라고 간략하게 말했다.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게 너무 재미있는데 그 재미있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까 이런 작업을 하게 된 것 같다면서 이 작가는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힘들잖아요? 작가로 산다는 것…”

〈이웃상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생긴 이름인가?

2009년 서울시 창작공간 사업의 일환으로 신당동 재래시장 한쪽에 스튜디오가 마련되면서 시작되었다. 차단된 공간 안에서 창작활동을 하기보다 지역적 특성이나 상황에 반응해서 관객들과 인터렉티브한 과정을 거쳐 완성시키는 작업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그 공간이 무척 흥미로워서 기획을 했다. 상업적인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닌 상당히 비물질적인 작업을 해오면서 작가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사회에서 예술인의 존재감이 전무하다시피 한데 ‘나’는 어떤 활동을 해서 좀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에 주목했었다. 예술에 있어서의 공공성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좋아서 문화입점이라는 모토 아래 재래시장에서 출발했다.
지역의 할머니나 주민들이 관객이 되기도 하고, 기획 후 다른 작가를 초대해 함께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안양 같은 경우는 흩어 모은 멤버들이 있는데 프로젝트가 생기면 필요한 분들을 초대한다.

이모저모 도모소 대표이기도 하다. 이모저모 도모소는 어떤 단체인가?

평택 미군기지 안정리에서 했던 제작문화가 국가의 문화정책으로 확산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오래 해오던 일인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부르는 형국이 되었다. 관련 정책 중 하나로, 어떤 그룹이나 단체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지원사업이 있었다. 그래서 안양에 만든 게 이모저모 도모소다. 사물에는 다양한 이면이 있는데, 그 사물 하나가 사회 안에서 소셜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만들기도 해보고 개발도 해보고 일도 도모해보자는 의도로 작가 서너 명이 같이 공연 또는 활동하고 있는 임의단체다. 안양에서의 활동은 주로 시니어 문화예술 분야로, 내 노년 문제에 걱정이 많아서 어떻게 작업으로 풀어볼까 미리미리 고민하는 차원에서 시작했다.

2017년에 무척 바빴던 걸로 안다. 주요 활동은?

도심제조지역 공공미술프로젝트 제안서를 실행한 해였다. 〈을지금손박물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을지로 철공단지 하청 제조업자들의 작업장에서 발견한 창의력의 흔적들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그런 흔적들을 집적해서 박물관처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 것들을 발견하는 일 자체도 창의력이 필요한 일종의 아트워크라고 본다. 가방, 뜨개, 컴퓨터 자수, 목공, 철공, 가죽가공 등 다양한 장르의 총 17명의 장인들을 〈을지금속박물관〉에 모시는 게 작년 가장 큰 사업이었다.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참여자가 있나?

너무 많다. 특히 2014년 처음 안정리에 갔을 때 정말 찌그러진 수선집에서 83세 할머니가 등이 잔뜩 굽은 채로 수선을 하고 있었다. 같이 아트 상품, 파우치 등을 만들었는데 그 분이 돌아가셨다. 그건 어쩔 수 없지만 개발사업 때문에 안정리 일대의 모습이 작년과 올해에 완전히 다르다. 건물들이 들어서고, 그 건물주들은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고, 미군들이 그쪽으로 다 이전했으니까 부동산 경기가 막 널뛰고, 평택시가 주간하는 경제 슬로건들이 보이고… 문화에 어느 정도 중요도를 두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도시라 할머니가 하시던 조그마한 초가집 같던 수선집은 이미 사라졌고, 할머니도 사라졌다. 첫 만남으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할머니와 했던 첫 작업은 남아 있지만 그걸 생각하면 무척 감성적이 되어서 할머니 생각이 계속 난다. 〈나의 마무리 옷〉이라는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청계5가에서 마무리옷 같이 작업했던 할머니나 〈안정리 맞춤 마을제작〉 프로젝트를 했던 장인도 소중하다.

시니어와의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가 있나?

내 일이기도 하니까. 부모님과의 이별, 그 대책에 대한 두려움이 엄청 크다. 내가 그 문제에 대해 내면적으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죽음이란 테마를 다루고 있는 거다. 마무리, 준비하는 죽음 등. 언젠가는 또 내가 겪어야 할 일이고. 개인적인 문제였는데 그것들이 사회 공통문제가 되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

작업을 하면서 예술관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 역시 예술가로서 좋은 작업을 하고 싶고, 활동을 인정받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었다. 그걸 실현하기 위한 어떤 수순이 보이고 그 안에서 나를 스스로 평가하고 살았던 것 같다. 어느 순간에 철이 들면서 그 기준이 완벽한 하나의 기준이 아닐 수 있다는 경험을 했고, 만약 내가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나는 실패한 사람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게 아닐 수 있다는 걸 터득해 나가는 것 같다. 소심하고 개인주의적이었던 사람이 기존의 삶의 틀이나 방향을 벗어나다보니 사실 내 안에 이런 게 있었구나 새롭게 느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찰자 입장에서 느껴지는 ‘저렇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충만감 같은 게 있다. 힘든 부분도 많지만 가져가는 게 훨씬 많다.

일상 속 예술이 발견하는 다른 감각 다른 아름다움 40년 장인의 기술력과 예술가의 아이디어가 만나 제작된 아트 상품.
고가의 가죽재료를 대신해 저가의 PVC 비닐 장판을 소재로 제작한 카드 지갑, 마우 스 패드, CD 케이스로 모방 소비주의를 비판한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 네 번 참가했다. 최장기 활동인 셈인데 사업에 대한 개인적 의미가 남다르겠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은 예술인이 보통 접촉할 수 없는 사회의 한 부분에 접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사업이 아니었다면 공단에 가거나 기업 홍보팀과 만날 일이 쉽게 생기지 않았을 거다. 그런 연결이 가능했던 경험치가 무척 좋았기 때문에 파견지원 사업이 이후 작업들에 발판이 되었다. 많이 고마운 사업이다.

재단 사업에 참여하며 서류 준비 등이 어렵지는 않았나?

재단 사업의 경우, 서류 작업이 간단한 편이다. 다른 곳과 비교해보면 절차며 서류 등을 정말 많이 걷어냈다는 걸 알 수 있다. 요즘 작가들이 사업을 따서 용역 계약을 하는데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어마어마하다. 그거에 비하면 재단이 요구하는 서류는 축소 및 간소화되어 있지 않나?

2017년 파견지원 사업에서는 어떤 작업을 했나?

안산스마트허브단지라고, 예전 반월공단에서 리서치를 하는 사업이었다. 한국산업관리공단에 파견이 되어서 제조기업 사장님도 만나보고, 노동자도 만나보며, 그 지역에 어떤 가능성들을 엿보는 작업이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굉장히 폐쇄적인 분위기에, 생산의 최전방에서 예술은 무용한 느낌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예술은 환경미화 정도로 불모지였던 셈이다. 또 한 번 한계를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매우 흥미로운 지역이란 점은 확실하다. 작가가 10명 정도 파견되었다. 연극, 순수미술, 영상, 애니다큐, 무용 등 다장르가 갔는데 모두 힘들었다. 환영받지 못하고 귀찮은 존재로, 접촉 자체도 힘들었다. 먹고 사느라 공장 돌리기 바쁜데… 2, 3차 하청 구조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시기와 맞물려 돈 안 되는 예술을 향한 시선이 그만큼 적나라했다.

파견지원 사업에 참여하며 힘들었던 또 다른 점은?

사업 취지가 내 활동의 지향점과 잘 맞았기 때문에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을 지지하고, 참여하는 동안 재단과의 문제는 일체 없었다. 다만, 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을 경험하면서 참 힘들다 싶었다. 내 자신의 유연하지 못한 지점을 발견하는 계기도 되었다.

사람이 힘들었다는 이야기겠다. 기관이나 기업과는 어땠는지?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예술 장르간 특성이나 차이를 많이 느꼈다. 안 그러고 싶지만 경험치가 쌓이니까 유형화되는 측면도 있었다. 기관은 절차들 때문에 실행이 안 되는 것들이 많았고, 사기업 같은 경우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획팀이 아니라 홍보팀에 있을 경우 이미지 관리 개선 정도 해달라는 의미이다. 그랬을 때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진정성 있게 해야 하는 프로젝트들이 이용되는 게 확연히 드러나면 하기 싫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영리적인 걸 체험을 못하다가 직접 체감을 하니까 담당자가 무척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괴리감이나 현실적인 한계를 체감했다. 나를 비롯한 참여예술인들이 너무 이상주의자, 낭만주의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예술인 복지와 관련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런 기회가 많아져야 할 것 같다. 재단 담당자분들과는 이제 동료의식까지 느낄 정도로 고마움이 크다. 재단 결정권자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예술인에게 있어서 복지는 결국 경제적인 사이클 안에 어느 정도 안정적인 조건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현실을 조성하는 일일 거다. 가령,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서처럼 증빙성 없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나, 주거 지원, 주거 공동체 지원 등이 될 수 있을 거다. 예술인의 경제력 지원이 가장 현실적일 텐데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창의력 등의 비가시적인 것에 대한 평가 기준은 낮고, 유통되는 가시적인 것들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빠르다. 현실적인 예술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 같긴 한데 평가기준을 세우는 것도 너무 급하고 평가 속도도 사회 속도와 맞물려 급하다. 그런데 이런 걸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같기도 하다.

2018년 새해 계획한 작업이나 활동이 있다면?

디자인, 공예, 파인아트, 건축 등 다양한 분야가 모인 어떤 프로젝트를 구상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아직 어려운데 새해에 선보일 프로젝트라서 몰두 중이다. 안정리 기지촌 프로젝트는 어떻게 해서라도 연장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원 체계상 3년까지가 최장이고 첫 해 후로 지원금이 축소되기 때문에 4년째인 기지촌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게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안양에서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활동 등도 쭉 진행할 예정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다. 심연의 허무주의에 빠져 본 적이 있기 때문에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것이나, 기회가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아직 먼 길이지만 배워 나가면서 자성하고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 살아가는 방법, 삶 곳곳의 어떤 소중함을 계속 배우고 있다.

  • 이미화
  • 이미화(이웃상회) 현 이모저모 도모소 대표
    2001 독일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Kunstakademie Muenster) 조형예술 졸업 (석사) 전시 및 프로젝트 기획 2017 도심제조지역 공공미술프로젝트 2차 [을지금손박물관] 전시, 통의동 보안여관,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시
    2017 도심제조지역 공공미술프로젝트 1차 [을지금손박물관] 전시, 다시 세운상가,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시
    2014~2017 [안정리 마을 브랜드- 안정맞춤 제작소] 평택국제교류재단, 평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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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Made in Seoul] 프랑스 메이막, 보안여관 주최/주관(전시참여)
    2013 [CICB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국제산업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청주시 주최/주관(전시참여)
    2012 [Ctrl+Z_ 청계천프로젝트] 청계천문화관, 프로젝트그룹 협동조합, 서울문화재단 주관/후원 (전시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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