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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뉴스

집중 기획 생활과 예술의 경계

예술인, 예술과 생활을 잇다

2018. 12

현대에도 새로운 예술 개념들이 나타났다 쇠락하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최근 등장한 ‘생활예술’의 개념은 생활과 예술의 관계를 또 다른 방향으로 드러낸다. 체르니셰프스키(Chernyshevksy, Nikolai, 러시아 사상가, 문학비평가)가 말한 ‘미(美)는 생활이다’라는 정의로부터 출발해 사회구성원들의 일상적 삶과 공동체적 유대, 사회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예술을 총칭하는 생활예술은 문화예술적 실천과 사회적 삶이 만나는 주요한 지점들에 주목한다. 이는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생활에, 사회적 문제에, 정치적 이슈에 예술은 지속적으로 개입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은 생활 위에서 생활인으로 예술적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 목소리는 곧바로 저항과 창조의 명령으로 크고 작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지리산문화예술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 지역문화 활성화

지리산문화예술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는 하동과 진주, 서울 각지에서 모인 27명의 문화예술인이 모여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주로 그림책 작가, 화가, 목공예 작가로 각자의 재능과 작품을 활용해 지역문화 발전과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조합의 성격은 여기저기 지역을 오가는 ‘구루마’에서 착안한 이름, 구름마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구름처럼 떠다니며 자유롭게, 함께, 열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서다.

2016년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 지정까지 받은 구름마는 그림책 만들기, 동요 짓기 같은 어린이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인 작은 학교, 지역 장터의 문화상품 개발 보급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또한, 하동군과 협약해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 및 숙박 정보를 제공하고 여행상품을 비롯해 문화상품 연구와 개발,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제안한다. 예술인의 전문성을 살려 관련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지난봄, 하동지역을 그린 여행그림책 원화 전시를 열기도 한 구름마의 이승현 대표는 지역문화를 알리고 이끄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큰 욕심 내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을 천천히 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예술적 개입은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단발성 시도로 끝나거나 현실적 한계로 골칫거리로 남는 경우가 많다. 6년째 이어지는 구름마의 활동이 특별한 이유다.

빅 무니즈(Vik Muniz)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뉴욕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빅 무니즈는 브라질 한 빈민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웨이스트 랜드(Waste Land)’에서 3년에 걸친 대규모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인 자르딤 그라마초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여 운반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2500여 명의 주민들에게 자신의 거대한 예술 프로젝트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하고 다큐멘터리는 빅 무니즈와 마을 주민들의 협업, 갈등, 모순, 두려움, 불안감 등을 담아낸다.

빅 무니즈와 자르딤 그라마초 주민들은 가장 풍부한 자원인 쓰레기들을 스튜디오로 옮겨 서양미술의 명화 속 한 장면을 탄생시키는데, 이렇게 완성된 쓰레기 그림을 촬영한 사진은 미국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고가로 판매된다. 결과적으로 거액의 수익금은 주민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고,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탱해온 쓰레기가 예술의 소재로, 아름다운 작품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함께하며 이전과는 다른 종류의 꿈과 가능성을 품기 시작했다. 빈곤, 지역 개발, 폐기물 이슈까지 다양한 질문과 통찰이 뒤따른 이 프로젝트는 예술이 그 같은 문제들에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예술인, 예술을 생활로 잇다 (왼쪽부터) 구름마에서 나온 책들, 웨이스트 랜드의 주민들이 협업한 빅 무니즈의 작품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약한 존재들의 행복 쪽으로 움직이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사자왕 형제의 모험』 등으로 스웨덴과 유럽을 넘어 현재까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 100편이 넘는 작품이 80개 언어로 100개국 이상에 소개되었는데, 그는 한결같이 아이들의 즐거움과 행복, 풍부한 상상력에 주목했다. 1958년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고, 스웨덴 한림원 금상 등 명예로운 수상이 이어졌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의 특별한 의미만큼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는 작품 안에서도, 작품 밖에서도 아이들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겼다. 어린이들이 억압받지 않는 세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정치적 시선을 받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시상식에서는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고, 유럽 최초로 스웨덴에서 체벌금지법을 통과시키는 데 조력했다. 고르바초프에게 편지를 써서 발키쿰 침공에 항의했고, 원전 반대 운동을 벌였다.

그는 끝까지 인정하기 싫어했지만 스웨덴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데 그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6년 「모니스마니엔의 폼페리포사」란 동화로 사회민주당의 세금정책을 비판하면서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고, 「엑스프레션」지에 3년 동안 끈질기게 대량 동물 사육의 잔인함을 환기하면서 스웨덴 동물보호법 개선에 앞장섰다. 사람들은 이 법을 ‘린드그렌법’이라고 불렀다.

난민 어린이 문제나 강제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 정치적 망명 청소년을 헌신적으로 도우면서, “모든 모험들 중 가장 엄청난 것은 인쇄용 검은 잉크 속에 있다”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평생 잃지 않았던 린드그렌. 2002년 그의 장례는 스웨덴 국장으로 치러졌고, 2005년 린드그렌의 필사본을 비롯 관련 기록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예술인, 예술을 생활로 잇다 (왼쪽부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린드그렌의 대표작 〈사자왕 형제의 모험〉, 〈삐삐 롱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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