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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복지뉴스

집중 기획 생활과 예술의 경계

생활과 예술의 경계에서 춤추기

2018. 12

생활을 예술의 발목을 붙잡아 번번이 넘어뜨리는 거추장스러운 방해꾼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인의 삶을 수도 생활로 비유하며 생활의 욕망을 제거하고자 엄격하게 노력하는 예술인도 있고, 작가 생활과 직장 생활을 분리해서 직장의 누구도 작가임을 모르는, 철저히 분리된 삶으로 경계를 고수하는 예술인도 있다. 반대로 예술 활동도 직장 생활과 다를 바 없이 매일 규칙적이고 성실한 생활 속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경계에 대한 인식과 인식에 따른 선택이 다양하다는 건 예술인 삶의 방식과 형태가 마찬가지로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말해준다.

낮에는 과장, 밤에는 미술가

전업 작가로 2년을 살다가 작가로 오래 활동하고 싶어 취업했다는 장원영 씨는 두 번째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받으며 과장과 미술가라는 이중생활을 잘 꾸려가고 있다. 판화를 전공한 작가는 장르 구분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작업해왔다. 사진 작업의 경우 먼저 사진 조합작업이 끝나면 구체적인 주제를 담은 실루엣을 만드는데 주로 시대적 이슈가 되었던 일들이나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은 이야기들이다.

그에게는 회사 생활이 의외로 도움이 되었다. 다양한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면서 작품의 영감을 얻고 주제를 붙잡기도 했다. 물론, 두 세계를 동시에 산다는 건 여러 부담을 떠안는 일이기도 하다. 예술가라서 책임감이 없다거나, 작품 활동하느라 직장 일에 소홀하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서 양쪽 모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직업이 두 개라거나, 하는 일이 두 개라고 여기지 않고 “인생을 두 번 산다”고 생각한다. 장 과장과 장 작가는 서로 돕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한다. 장 과장의 도약이 장 작가의 성장을 자극하기도 한다. 마치 생활과 예술의 관계처럼.

생활과 예술의 경계에서 춤추기 (왼쪽부터) 장원영 작(2010),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5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작가가 오가고 생활한 북아현동의 공간과 사람의 파노라마 육아, 집필, 직장까지 팽팽한 긴장에서 답 찾기
  • 생활과 예술의 경계에서 춤추기 고은애 글,
    『지구 반대편에서 찾은 엄마의 숨결』

가구 회사에 다니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엄마인 고은애 씨. 이렇게 소개하는 게 맞는 걸까. 엄마이자 동화 작가이자 가구회사 직원인 고은애 씨는 어떨까. 아무려나 그는 10년 넘게 가구회사에 다니면서 작가로서의 꿈을 이뤘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엄마가 되었는데 이 생활의 영역을 그는 직업정신을 가지고 임한다고 말한다.

어린이책 작가라고 소개하지만, 문예창작과 영화를 공부했고 영화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시나리오 작가, 전시 스토리텔링 작가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세상에 온갖 이야기 씨앗이 가득하다고 여기고 그 씨앗을 재밌게 싹 틔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직장 생활과 집필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아도 그런대로 균형을 잡아 왔다고 생각하던 그에게 육아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엄마가 되자 모든 게 ‘와장창’ 무너졌다고 했다. 어느 정도 매뉴얼과 과정이 있는 일이나 집필 작업과는 달리 육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아이와 남편,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답을 계속 찾고 있다고 했다. 어떤 한 가지를 위해 무언가를 쉽게 희생하고 포기하는 선택은 하지 않겠다는 그는 계속 충돌하고 고민하고 답을 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소설을 쓰는 데 방해되는 생활을 배제하다
  • 생활과 예술의 경계에서 춤추기 마루야마 겐지의 자전 에세이『산 자에게』와 대표 소설 『달에 울다』

수도승처럼 머리를 밀고 금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정작 자신에게 붙는 ‘금욕적’, ‘은둔’이라는 서술어를 강하게 거부한다. 그는 단지 세상의 속도와 가치에 맞춰 살아서는 소설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진지하고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듯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등단 후 문단과 선을 긋고 오직 소설로만 생계를 유지하고, 소설 쓰기에 적합한 환경을 위해 일본 북부의 시골 오오마치로 내려가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선원이 되고 싶었고, 커서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23살에 우연히 응모한 소설 「여름의 흐름」으로 당시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가 되면서 인생 항로가 바뀐다. 현재까지 150여 편의 소설을 쓴 그는 에세이 집필에도 왕성한 필력을 보여주는데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 그는 “사회적 지위를 만족시켰는지 아닌지로 승리자와 패배자를 가르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진정한 패배자란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거나 다스릴 방향을 잡지 못한 사람을 이를 때 써야 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스스로를 점검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떠미는 듯한 글을 쓰기도 했다.

불필요한 사회적 관계와 생활을 끊어낸 것이지, 그가 생활과 예술을 억지로 합치시키는 건 아니다. 자기 시골 생활에 밀접하게 닿아 있는 소재 거리로 에세이를 쓰기도 하고, 정원을 가꾸며 느끼는 사계절 풍경을 그리기도 한다. 다만 그가 고백하듯 “싸구려 정서에 허우적대지 않는, 지극히 냉정한 방식으로”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에 생활과 예술의 경계 짓기 역시 유독 냉정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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