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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9 2016. 12 로고

예술인복지뉴스

기획 〈예술인 복지뉴스〉가 묻고 예술인이 답하다 ②

예술인이 주목한
2016년 문화·예술계 이슈

2016. 12

다사다난했던 2016년,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백남준 서거 10주기,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16년은 그 어느 해보다 관련 공연과 전시가 풍성했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의 세계성과 번역의 중요성을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반면, 어두운 소식도 많았다. 상반기에는 이우환 화백과 천경자 화백의 위작, 가수 조영남의 대작 논란이 일어나면서 미술계가 들썩거렸다. 2014년에 불거진 서울시향 사태가 ‘지휘자 정명훈 검찰조사’로 이어지면서 이목을 집중시켰고, 부산국제영화제가 파행을 맞으면서 개최 가능여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무엇보다 가수, 배우들의 잇따른 성추문과 경찰조사가 상반기 문화·예술계를 흔든 뒤 후반기에는 시인, 소설가, 미술가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수 예술가들의 성추문이 추가로 불거지며 여전히 뜨거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예술인 복지뉴스〉 설문의 응답자들도 이 문제를 2016년 문화·예술계 최대 이슈로 꼽았다.

문화·예술계 성추문으로 얼룩져

2016년 문화·예술계의 최대 이슈는 응답자의 59.2%(74명)가 선택한 ‘문화·예술계 성추문’ 논란이었다. 상반기 연예인 성추문에 이어,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예술가 성추문 논란은 문화·예술계 내 권력 불균형과 젠더의식 부재, 폐쇄적 환경 등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그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현재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연대를 표명한 예술인들이 장르별로 집단적 움직임을 도모하고, 예술 교육이 행해지는 대학에서도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긍정적인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6년 문화·예술계 최대 이슈는 무엇인가요?(복수 선택 가능) 예술인이 주목한 2016년 문화·예술계 이슈

다음으로 ‘가수 조영남 대작 논란’이 응답자의 38.4%(48명)를 차지했다. 조영남이 무명작가에게 대작을 맡긴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빚었던 이 문제는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입장과 의견이 갈리면서 SNS 상에서 한동안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서 32.8%(41명)가 선택한 이슈는 ‘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수상’이었다. 어지러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강의 수상은 올 한해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이 밖에도 ‘청탁금지법 시행’이 응답의 32%를 차지하며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혔다. 기타 의견으로 홍대 일베 조각상 논란, 최순실 국정 개입, 예술인 블랙리스트 등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 소설가 한강

올해 예술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동을 했던 인물로는 소설가 한강이 1위를 차지했다. 한강은 등단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작가였다. 하지만 소설가와 그의 작품이 범국민적 관심을 받게 되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로, 특히 한 여성 소설가의 작품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모두 차지한 것은 한국문학사에서 최초로 일어난 사건이었다. 수상작 『채식주의자』에 대해 심사위원장 보이드 턴킨은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는 찬사를 보냈다.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는 한강의 수상소감 역시 화제가 되었다.

올해 예술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동을 했던 인물을 꼽는다면? 예술인이 주목한 2016년 문화·예술계 이슈
  • 설문 결과로 보는 예술인과 예술인 복지뉴스
  • 설문 결과로 보는 예술인과 예술인 복지뉴스 사진: 조성진 페이스북(@seongjin.cho)
  • 예술인이 주목한 2016년 문화·예술계 이슈
  • 예술인이 주목한 2016년 문화·예술계 이슈
  • 예술인이 주목한 2016년 문화·예술계 이슈

한강의 뒤를 이어 상반기 화제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두 주인공, 송중기와 송혜교가 12.8%(16명)를 차지했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2%(15명),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10.4%(13명)를 차지하며 인상적인 인물로 꼽혔다. 기타 의견으로,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후 약자들에 대한 시선으로 주목받고 있는 노순택 사진작가와 일찍부터 인정받았으나 올해 31세의 나이에 택시 안에서 안타깝게 숨진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가 있었다.

예술 키워드로서의 페미니즘

2016년 문화·예술 동향에서의 주요 키워드는 단연 페미니즘이었다. 페미니즘의 재조명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 예술계의 큰 흐름으로, 특히 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작품화되었고 다양한 페미니즘 운동과도 연결되었다. 한국의 경우 2년 전부터 페미니즘 리부팅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관련 도서와 작품, 전시, 공연 등이 주목받고 있다.
2016년에도 예술적 사유로서의 페미니즘과 인식의 전환으로서의 페미니즘, 실천으로서의 페미니즘이 예술가들 사이에서 주요 화제로 논의되는 만큼 한동안 이 키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흐름을 반영하듯 응답자의 38.4%(48명)가 설문의 답으로 페미니즘을 꼽았다.

2016년 문화·예술 작업 동향에서의 주요 키워드를 꼽아주세요. 예술인이 주목한 2016년 문화·예술계 이슈
  • 설문 결과로 보는 예술인과 예술인 복지뉴스

24%(30명)가 응답한 청년실업은 현재 이 사회의 세대문제를 대표하는 것으로 그 심각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세대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10.4%(13명)가 응답한 가상현실은 비교적 최근에 예술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키워드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란 컴퓨터가 만든 특정 환경이나 상황 안에서 사람이 실제로 경험하고 실재하는 것처럼 만드는 사람-컴퓨터 간 인터스페이스를 의미한다. 인공현실, 사이버공간, 가상세계 등으로 불리며 주로 우주 비행사 훈련이나 게임에 적용되던 것이 철학적 사유와 함께 예술 작업에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비슷한 응답률을 보이며 그 뒤를 잇는 키워드는 뉴미디어와 생태, 도시재생이다. 기타 의견으로는 국가 재난과 국가 폭력, 위안부, 치유의 삶 등이 있었다.

설문 결과와 함께 돌아본 2016년 문화·예술계는 희망적이고 기쁜 일보다 어두운 일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현안에 대한 관심, 예술 작업에 대한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다양한 키워드에서 예술인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2017년에도 그 힘은 강하게 지속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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