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준비금이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렸던 시기에 창작준비금은 큰 힘과 위로를 주었어요. 좀 더 예술 활동을 해보라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받은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제가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재정비해서 공연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지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공연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올해 8월에 무대에 올린 〈페르소나〉는 어떤 공연인가요?

‘페르소나’는 내면세계의 또 다른 자아를 나타내는 외부 모습이 존재한다는 개념이에요. 힘들었던 시기에 읽었던 책에서 이 개념을 알게 됐을 때 가수가 아닌 공연기획사 대표라는 또 다른 저의 모습을 통해 어떻게든 무대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고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공연이 〈페르소나〉예요. 오페라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내면세계를 아리아를 통해 선보이는 무대로 준비했고요. 1시간 30분 동안 〈카르멘〉의 ‘Les Toreadors’, 〈피가로의 결혼〉의 ‘Hai gia vinta la causa’, 〈세비야의 이발사〉의 ‘Largo al factotum’ 등 오롯이 아리아로만 채운 세트리스트 14곡을 독창했습니다. 이탈리아 국립음악대학교에서 오페라를 배운 성악가로서 제가 배운 결과물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공연이었습니다.

〈페르소나〉 공연 수익금 일부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기부하셨지요.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던 공연이라 그동안 제가 하고 싶었던 모든 걸 쏟아 붓고 싶었어요. 그중 하나가 젊은 예술인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도움을 받고 난 후부터 어떤 식으로든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었거든요. 특히 저는 젊음을 녹여 자신의 길을 걸어온 예술인들이 심리적 압박을 조금이라도 덜 받고, 포기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지금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부라고 생각했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공연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공연을 홍보할 때부터 젊은 예술인들의 창작증진과 도약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기부 계획을 밝혔고요.

공연을 마친 소감이 궁금해요.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많은 분이 공연을 보러 와주신 덕분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랍고 감동적이었던 것은 공연 취지에 공감한 팬 분들이 기부에 동참하셨다는 거예요. 제 개인 SNS로 기부방법을 문의해주신 분도 많았고, 공연을 보신 후 기부에 동참하신 분들도 계신 줄 압니다. 재단에서 도움을 받은 덕분에 제가 기부를 진행하게 되었고, 저의 영향력이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무척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재단에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창작을 이어가는 젊은 예술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들이 지쳐서 포기하지 않도록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을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젊은 예술인이 예술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