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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3

202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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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존과 상생 - 민·관의 2인 3각 동행 실험
글 김서령(서울문화재단 예술청 공동예술청장)
예술청의 청사진 그리기, 5년 간의 기나긴 여정

예술청이 오랜 기다림 끝에 문을 연다. 예술청은 협력적 민·관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위한 공론과 예술실험의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예술청의 개관까지 그 긴 여정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서울예술인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창작안전망을 구축하여 예술인들의 창작 활성화와 공정한 예술활동 기반을 조성하고자 시도된 서울시의 〈서울예술인플랜〉 핵심사업 중 하나로 예술청 조성이 언급되었다. 이후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 추진계획에도 예술청 조성을 통한 예술인 복지, 교류 및 공유 거점 조성, 예술인 커뮤니티 및 공유오피스 제공, 예술인 대상 종합 정보센터 및 컨설팅 기관, 예술인 대상 직업역량 교육 및 노동교육 등 사회활동 지원 등의 계획이 담겼다.

비슷한 시기, 서울문화재단은 동숭아트센터 매입을 통해 대학로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예술인 밀착형 예술행정 지원 서비스 공간이자 문화예술 거점시설로써 다목적 복합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서울문화재단-예술현장 간의 소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공공자원과 민간 자원을 연계하여 대학로에 문화 활력을 되찾자는 협력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동숭아트센터 매입과 리모델링 설계가 본격화되면서 2018년부터는 예술현장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예술계 전문가 간담회, 좌담회와 같은 공론의 자리가 이어졌고, 2019년에는 현장 예술인들로 구성된 예술청 기획단이 구성되어 ‘동숭예술살롱’, ‘텅빈곳’, ‘공간실험’, ‘아트테이블’ 등 공사 전, 비어있는 동숭아트센터에서 기획과 공모를 통해 예술인들과 함께 예술청의 미래를 상상하며 청사진을 그려갔다. 2020년에는 공모를 통해 모인 100여명의 현장 예술인들과 함께 실험적 아트프로젝트, 지속가능한 창작플랫폼, 점진적 연결망 증폭기, 운영모델 수립 워킹그룹을 구성하여 보다 확장된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예술청의 구현을 위한 다양한 실험과 논의를 이어갔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운영모델을 기반으로 예술청 공동운영단 공모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고려한 공동예술청장 2인과 운영위원 9인이 선정되었다. 여기에 서울문화재단 예술청운영단의 당연직 예술청장 1인과 예술청팀 8인이 결합하여 총 20인의 1기 예술청 공동운영단이 2021년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대학로 둥숭아트센터를 리모델링하여 만들어진 예술청 모습(왼쪽)과, 실내에 조성된 라운지 모습(오른쪽)

느리지만, 함께 - 민·관 협치의 거버넌스 플랫폼

‘예술청’의 ‘청’은 관청의 청(廳)이 아니라 ‘들을 청’(聽)이다.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예술인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 예술청은 ‘예술인이 주체’가 되는 ‘민·관 협치의 거버넌스 플랫폼’을 운영의 틀로 삼았다. 예술청의 준비 단계부터 관이 제시하는 틀에 예술계가 맞추는 것이 아닌, 예술 현장의 생태계 안에 있는 우리가 직접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준비 과정에서부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실제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이어오고 있다.

1기 예술청 공동운영단 역시 기존의 다른 거버넌스 공동운영단과는 조금 다른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기획자, 연구자,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11인의 민간위촉직 공동예술청장, 운영위원 뿐만 아니라 재단 예술청팀이 모두 공동운영단으로 활동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민·관 협치를 실험해보고 있다. 다수의 구성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민주적 절차를 통한 합의와 공동의 책임을 이행하는 태도와 과정은 예술청의 운영과 실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예술청의 개관과 함께 지난 5년간 축적해 온 현장의 목소리와 1기 공동운영단의 아이디어들을 모아 치열한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통해 예술청의 사업들이 기획·진행된다. 올해 예술청에서는 예술 현장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담아내는 온·오프라인 공론장인 〈예술청 아고라〉, 예술인 네트워킹을 및 협업을 위한 〈예술청 살롱〉, 더 자유롭고 안전한 예술살이를 탐구하는 아카데미 과정 〈문화예술 안전망 학교〉,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기획, 재능 등 예술인들의 다양한 가치를 판매, 교환, 나눔할 수 있는 확장된 개념의 뉴아트마켓 〈예술거래소〉, 지속적인 예술창작활동 기반조성을 위한 〈예술청 창작소〉, 예술인이 창작활동 및 생활영역에서 직면하는 법률적, 행정적 이슈를 다루는 〈예술인통합상담지원센터〉, 예술인 복지 기반 마련을 위한 〈예술청 연구소〉 등의 기획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예술인통합상담지원센터〉는 서울문화재단-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의 MOU를 통해 협력적 파트너십을 가지고 예술인 복지의 사각지대를 더 세심하고 든든하게 살펴나가고자 한다.

확장된 거버넌스의 당사자로서 참여하기

지난 6개월 간 예술청 개관을 준비하면서 또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은 행정의 속도와 거버넌스의 속도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예술현장과 공공의 2인3각 경기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걸음의 간격을 좁히고, 호흡과 속도를 맞춰가는 동행의 여정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며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환상의 호흡을 찾아가야 한다.

예술청에서는 공동운영단뿐만 아니라 예술청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예술인들 모두가 확장된 거버넌스의 당사자가 되어 예술정책, 예술환경 등을 고민하고 현장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다. 서로 만나고 교류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면서 예술생태계의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이러한 당사자 중심의 활동들이 씨앗이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예술활동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또한 예술인고용보험, 「예술인 권리보장법」 등 예술인들을 위한 기본적 안전망들이 이제 시행되거나 법안이 마련되는 중요한 시점에, 사회 안에서 예술의 위치, 예술인의 존재 가치, 기본적인 복지나 권익 문제 더 나아가 이 시대 예술의 정의, 예술과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 등 예술계에 당면한 이슈들에 대해 예술인들의 크고 작은 목소리들을 모아 예술현장의 건강한 변화로 만들어 가는데 함께하고자 한다.

예술청 홈페이지 : https://sap.sfac.or.kr/

예술청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ap_artists/

예술청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sap.artists

●예술청 개관 프로젝트

11월 4일(목)~7일(일)까지 예술청에서 진행되는 개관 프로젝트 〈oo하는 예술청 :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는 지난 5년간 예술현장과 공공이 논의해온 예술청에 대한 상상과 바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예술인이 주도하여 설계한 예술청의 정체성과 사업의 취지를 소개하고 나아가 문화예술생태계 내 공공성을 모색하는 미리보기의 현장으로 기획되었다. 예술청의 주체가 될 예술인 동료들과 공공(公公)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예술인과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채워나갈 공공(空空)의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