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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6

201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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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김자미 아동문학가
박상언 문화예술행정가
최제헌 동네예술가

지역예술인,
지역 예술활동의 현실을 말하다

지역예술인들에 대한 혜택과 지원방안에 대한 모색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예술의 수도권 쏠림현상에 따른 것으로 지자체의 노력과 함께 중앙에서도 적극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지역적 소외와 차별이 자칫 예술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지역 예술가(김자미 부산지역 아동문학가, 최제헌 강릉지역 동네예술가)와 문화예술 행정가(박상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를 통해 지역 예술의 실태와 예술활동 상황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역 예술환경의 어려움과 생계를 위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토로 및 지원방안에 대한 의견 제시가 있었으며 지역예술인 스스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다른, 지역이라는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재단 사업에 참여해본 소회를 말씀해주신다면?

김자미

지역 유휴공간을 작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조성해주는 반딧불이 사업에 참여했어요. 반딧불이 들어와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 작품집도 내고 공모전에도 당선됐어요. 무엇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작가들에게 강연의 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기뻤고, 지역민들과 향유할 수 있어서 행복했답니다.

최제헌

2015년부터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예술路(로)에 참여했어요. 퍼실리테이터로, 작가로 함께해온 시간이었어요. 지난 5년간의 동행이 마치 ‘구명 튜브’를 잡듯 했던 거 같아요. 비바람 치는 망망대해의 가운데라고 여겨졌던 상황들을 극복하면서 생각과 시선이 확장됐어요. 관계의 사이를 잇고, 협업의 가치를 느끼며 마치 항해술을 배운 거 같아요.

현재 지역에서 어떤 예술활동을 하고 있나요?

김자미

부산에서 동시, 동화를 쓰고 있어요. 동시 공부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째예요. 그동안 동시집을 두 권 냈고 부산의 설화를 재구성해 설화집(공저)을 출간했어요. 동시 콘서트, 시화전을 열어 동시를 알리는 일도 하고요. 반딧불이에서 그동안 지역주민들과 진행해왔던 예술프로그램은 내년에도 할 예정이고요.

최제헌

사람들은 설치미술가라고 부르지만, 저는 작업과 삶이 자연스러운 시공간 안에서 작업하는 ‘동네예술가’로 불리고 싶어요. 고향인 강릉에서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해 관계의 사이에 깊이 생각하며 지내는데, 올해는 말과 글을 재료로 삼아 예술활동을 했어요.

박상언

저는 지역적‧문화적 특징이 있는 청주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활동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청주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철의 고장’으로 ‘기록문화의 도시’라는 타이틀, 그리고 이로부터 시작된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도시’라고 명명할 수 있습니다. 재단도 청주공예비엔날레 등 청주시 문화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지역예술인들과의 교류나 연대는 어떤가요?

최제헌

강릉이 ‘문화도시’라는 광풍이 불어서인지 예술가나 문화예술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고 있어요. 자유롭게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되면서 교류 및 연대의 필요성에 대한 말들이 활발하게 오가고 있죠.

박상언

예총과 민예총 예술인들은 광역문화재단의 사업과 기초문화재단 사업에 어느 정도 기득권을 갖고 활동하고 있지만 신규예술인 그룹은 새로운 단체를 조직하여 예술교육, 미술시장,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뭉쳤다 헤어지는 느슨한 형태의 연대를 통해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최근 청년예술인들은 세분화된 소규모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런 모습은 개성이 강한 지역예술인들 중심으로 확산되고, 지역 기반의 실험적이고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예술활동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욕구와 개성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현 시대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김자미

반딧불이 입주 전, 부산문화재단 안에 있는 감만창의촌에 입주했었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작가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됐어요. 요즘은 문학 한다고 문학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예술로 재탄생되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문화·예술적으로 수도권과 다른, 지역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김자미

지역이기 때문에 어렵죠.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잖아요. 지역작가들은 중앙에 인지되기 위해 애쓸 수밖에 없어요. 문학에서만 보더라도 일단 발표 기회가 적어요. 지역출판의 영세성도 한몫하고요. 지역 도서관이나 문화공간마저도 서울 중심 인기작가에 편중되어 지역작가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을 수밖에요. 지역작가에 대한 의도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을 쓰면 돼’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좋은 작품의 기준은 뭔가’하는 물음도 생기죠.

박상언

청주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등과 함께 다양한 민간의 미술관이 개관하는 등 국내외 예술인들이 주목하는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예술인들은 예술활동을 펼칠 다양한 기회를 갖게 되었지만, 지역 시민들에게 예술은 아직 낯설고, 어렵기만 한 거 같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인들이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과 공간을 운영, 예술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관심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예술인들이 건재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과 지원이 필요할까요?

김자미

작업공간과 창작지원금 아닐까요. 지역 문학관을 활용하여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창작지원 또는 강연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대폭적 지원을 해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마을공동체 중심의 작은 도서관에 의무적으로 작가를 상주케 해서 상생효과를 얻는 것, 도서관은 활성화되고 작가는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고요. 좀 벗어난 말이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 차원의 지원금은 규정에 메리트가 없고 턱없이 모자라요. 예술인패스의 활용도도 범위가 한정적이고 좁아서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박상언

첫째, 지역예술인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파악입니다. 현재 지역 기반 예총, 민예총을 제외한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예술인이 전혀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것이 선행되어야 지역예술인을 위한 제도가 모두에게 평등하게 되돌아갈 것입니다. 둘째, 지속적인 지자체 사업 개발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다수 사업은 정부와 광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예술인들은 사업 자체에 대해서도 모릅니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로의 예산 지원 또는 사업 이관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술인 복지법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이 큰 몫을 하리라 봅니다. 현재 충청북도는 이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 않아, 예산확보‧사업추진 등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역의 라운드테이블을 개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제정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최제헌

지역에서는 기업과 기관의 영향력이 예술가의 현장과 맞닿아 있어요. 연대하거나 저항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함께 감당해낼 동료 커뮤니티를 확보해 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참여했던 사업은 ‘퍼실리테이터 1명, 참여예술인 2명, 기관에서 1명’이 한 팀이었는데, 올해는 15명의 예술가들이 3곳의 기관과 함께했어요. 작년과 다르죠. 당연히 네트워크는 물론 예술로 표출될 수 있는 에너지 강도 또한 다르겠죠?

지역을 기반으로 한 활동 예술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자미

변방의 중심이 되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문화를 재조명, 재창조하는 작품을 쓰고 콘텐츠를 개발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확장할 필요가 있어야겠죠.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소개하고, 동시화전이나 낭독콘서트 열고 북 페어를 개최하는 등 부산 작가 알리기를 연대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 일을 꾸준히 할 거예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으로 향후 부산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작품 써 우주대작가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답니다.

박상언

예술인이 아닌 지역문화 행정 담당자로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역 예술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재단의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요구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담당자로서 예술인들과 충분한 시간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면, 올바른 지역 문화예술정책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최제헌

누군가의 어떤 무엇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들의 이음과 사이를 살피면서 예술인들과 연대해 나갈 계획이에요. 예술가들이 고군분투하거나 좌절할 때, 예술적 경험의 공유는 가장 큰 힘이 되거든요. 예술가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 움직이는 예술을 사회에서 함께 향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지역예술인들과 함께하고 싶어요.